
정규 데뷔 앨범 < Licensed To Ill >을 출시할 당시 이들을 바라보는 힙합 진영의 시선은 신기함에서 매서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랩 음악을 백인들이 가로채는 게 아닌가 하는 일종의 위기감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비스티 보이즈를 '문화 약탈자', '어린애 같은 유치한 유머나 쏟아 내는 백인들'이라는 말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힙합 커뮤니티는 백인이 랩을 하는 것에 대해 그리 관대하지 못했다.
일부에서 일어난 그룹의 힙합에의 입회를 불허하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세 멤버 애드 록(Ad-Rock)과 마이크 디(Mike D), 애덤 요크(Adam Yauch, MCA)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음악계에 진출했다. 헤비메탈에서 추출한 강렬한 기타 리프,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과 비스티 보이즈가 합세해 제조한 예리하면서도 역동적인 음악은 록 애호가들을 아울렀고 거기에 들인 가식 없는 날것 그대로의 래핑과 비보이(b-boy) 문화에 대한 언급은 힙합 마니아들의 관심을 부추겼다. 비스티 보이즈가 갖는 음악적 복합성과 대중음악의 커다란 수요층인 10대, 20대들의 공감을 사는 내용은 힙합 신뿐만 아니라 전체 팝 음악 진영의 빗장을 차차 풀게 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7위까지 오르며 그룹의 역대 최고 히트곡으로 등극한 'Fight for your right'는 랩과 록의 전통 문법을 유지하는 완벽한 합일, 랩코어(rapcore)의 모범을 제시했고, 'No sleep till Brooklyn'은 이들의 태생적 중혼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랩과 헤비메탈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하며, 'The new style'을 통해서는 펑크 샘플을 짜 맞춰 긴장감 있는 구성을 선보였다. 몇몇 이들의 사나웠던 거부반응이 무색해질 만큼 그룹은 흑과 백을 모두 포섭하는 음악으로 힙합 신을 넘어 미국 대중음악의 핫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발매 6주 만에 75만 장 이상이 판매된 앨범은 랩 음반으로는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작품이 됐다. 이 때문에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고지를 정복한 힙합 뮤지션이 흑인이 아니라는 점이 이채로운 기록으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앨범은 < 미국 음반 산업 연합(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 RIAA) >의 집계에 따르면 발매 이후부터 2010년까지 9백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올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랩 앨범 10장'의 목록에서 부동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비스티 보이즈는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을 이룬 최초의 백인 랩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그룹은 흑인들의 문화를 침범하고 그들의 음악을 함부로 취한다는 말을 듣는다고 해서 고개를 조아리거나 애써 흑인들의 형편을 헤아리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이것이 흥행의 또 다른 요인이었다. 비스티 보이즈는 이제 막 약관을 넘긴 여느 젊은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파티를 예찬하며 즐길 것과 이성을 찾았다. 덕분에 무겁지 않은 내용과 유희에 관심을 두는 음악팬들에게 지지를 얻기가 수월했다.
재킷 디자인 또한 그룹의 유흥에 대한 강한 애착을 반영했다. 표지 디자인은 앨범의 미술감독을 맡은 스티브 바이램(Steve Byram)의 예술 학교 재학 시절 친구였던 월드 비 오메스(World B. Omes)가 그린 것으로 그냥 봐서는 비행기 뒷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클릿을 펼치면 산에 충돌해 동체 앞부분이 찌그러진 비행기 전체가 나타난다. 이것을 자세히 보면 음모가 난 남근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시 이상한 쪽으로 상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며 자신을 검열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은 꼬리에 새겨진 글자로 친절하게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한다. 그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 '3MTA3'을 거울에 비치면 'EATME'로 읽히기 때문이다. 부끄러울 것 없는 표현의 대담함, 장난기를 앨범 재킷에도 녹여냈다.
외설스러운 요소, 흑인들의 반감 등 숱한 논란 속에서도 < Licensed To Ill >은 발동하는 대로 방치한 장난스러운 태도, 재미에 몰두하는 내용, 랩과 록의 크로스오버로 이룬 펑키함과 박력을 앞세워 동시대 청춘들의 찬동을 구했고, 그로써 '1980년대 가장 많이 팔린 랩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막강 화력을 과시했다. 그것을 몹시 언짢은 일시적 대유행으로 생각한 이도 많았다. 하지만 비스티 보이즈가 발표하는 앨범마다 명반의 대열에 올리며 미국 내에서만 2천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사반세기가 넘는 긴 기간 동안 장수하는 힙합 팀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룹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우려와 불만은 점차 누그러졌다. 지속적인 실험 정신과 작품성이 이를 능히 이긴 것이었다.
5월 4일 세상을 떠난 애덤 요크의 명복을 빕니다.
(한동윤)
[힙합 열전: 음반으로 보는 영미 힙합의 역사] 비스티 보이즈 편의 원래 원고


'적당함'으로 '괜찮음'을 이룬다. 힘이 넘치거나 달리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연주가 아님에도 꽤 경쾌하게 들린다. 기타 리프는 차분한 편이며, 후반부로 향하는 길목의 브리지 또한 고조, 분출하기보다는 이전까지의 흐름을 그 상태로 이어받는 수준이다. 보컬 역시 격양되는 순간 없이 처음부터 적정선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흥겹게 느껴지는 것은 곡이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매끈한 덕분이다. '춤추는 삶'에는 어떻게든 흥을 촉구하려는 과잉 표현이 나타나지 않는다.






새천년에 들어오면서 힙합과 댄서블한 리듬 앤 블루스가 주류 음악 차트를 호령함과 동시에 스트리트 댄스가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로 굳건히 자리를 지킴에 따라 춤을 소재로 한 영화는 흥행의 좋은 아이템이 됐다. <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Save The Last Dance) >를 비롯해 제시카 알바 주연의 < 허니(Honey) >, 10대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뮤지션 오마리온(Omarion)과 마커스 휴스턴(Marques Houston)을 캐스팅한 < 유 갓 서브드(You Got Served) >,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 스텝 업(Step Up) >에 이르기까지 스트리트 댄스는 어느덧 영화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1980, 90년대에 브레이크댄스가 메인이었던 반면, 현재는 댄서의 즉흥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뉴 스타일 힙합(new style hip hop)이나 감정 표현을 우선에 두는 리리컬 힙합(lyrical hip hop)이 댄스 판에서와 필름 안에서 대세가 됐지만 힙합, 업 비트의 R&B와 어우러지는 것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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