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타 앤 뉴올리언스(Koonta & Nuoliunce) - Navigation 원고의 나열

'짬뽕'과 '하이브리드(hybrid)'의 상이점을 다시금 느껴볼 때다. 짬뽕은 되는 대로 그냥 혼합하고 버무려서 거부감 들지 않을 정도로 맛만 내면 그만인 즉흥적인 과정이지만 하이브리드는 더 나은 품종을 생산하기 위해 교배의 대상에서 우성인자만을 뽑아내는 비교적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상의 차이가 난다. 그러한 면을 감안할 때 쿤타 앤 뉴올리언스의 음악은 연찬과 실험의 산물이라 봐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무조건적인 뒤섞음과는 일단 거리가 있어 보인다.

26살 동갑내기 듀오가 2차로 전하는 하이브리드의 상(像)은 사실 거창하거나 원대한 게 아니다. 9개월 전의 첫 모습보다 더 잘 다듬어지고 정제된 소리의 틀 자체이며 이것은 결국에는 편안함 쪽에 목적을 둔다. 이들의 잡종성은 난해함과 진보적인 성향을 전면에 드러내고자 하는 현학의 콜라주이거나 극렬 마니아들이 쌓아둔 비밀스런 약속이 아니라 청취자 다수가 가볍게 감상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안락함에 근접해 있다.

그 특징은 눈에 잘 띠고 귀에 바로 들어오는 편, 레게음악을 하는 팀이라고 틀에 박혀 주야장천 헤지테이션 비트(hesitation beat)를 분출하지 않으며 '돌격 앞으로' 식의 전투적 메시지를 마구 설파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힙합 그대로의 반주를 띠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맛깔스러움을 입은 레게 보컬 특유의 중화작용을 통해 섬나라 토속 음악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은연중에 찾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만난 새뜻한 사건을 호모 파베르와 온갖 역사적 순간으로 승화시킨 '자 (Jah)'는 덥 스타일의 일렉트로니카 반주를 도입해 색다른 레게 형태를 제시하며, 알카자(Alcazar)나 버스타펑크(Bustafunk) 풍의 디스코 하우스 리듬을 빌려 밝은 기운으로 강한 의지를 전달하는 'Tino', 다이내믹 듀오의 랩 참여로 인해 컴컴한 활력을 획득한 'Muzic'은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하이브리드의 강한 충격과 간결한 표현 양식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쉽다. 더는 동이근(動耳筋)에 새 생명을 부여할 정도로 감각적인 혼합물을 찾아볼 수 없다. 타이틀곡 '태양'은 여유가 느껴지는 가사와 자연스러운 멜로디 흐름을 지녔으나 곡이 나온 계절, 여름이라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특별한 매력을 맛보기에 변종 기질이 부족하다. 'Lovely Girl'은 어떠한 음악적 재미도 골라낼 수 없는 맨송맨송한 사랑 이야기에 불과하며 '후유증'은 노래를 부르는 이의 심리 상태와 현재 있는 곳의 정취를 보여주는 것만을 살렸을 뿐, 기타 연주 하나에 의존한 나머지 이들이 추구하려는 단단한 변용에서는 한참 벗어나고 말았다.

다만, 전작의 'Skibba Labba', 'Holding On' 같은 곡에 비해 이번 앨범의 노래들은 부드러움을 드러내는 개량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진전을 보이고 있기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듯하다. 쿤타 앤 뉴올리언스가 하이브리드를 표어로 삼는 팀인 만큼 그와 함께 신선함과 훤칠함을 두루 취득하는 것도 앞으로 매번 이뤄야 할 과제다.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느 정도 맛만 내는 '짬뽕' 스타일의 음악가로 전락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2007/08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덧글

  • CIDD 2007/12/06 16:28 #

    저는 1집 스타일이 더 맘에 들어서 southside girl같은 게 좋았어요.
    그래도 역시 라이브를 가봐야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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