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콰이엇(The Quiett) - The Real Me 원고의 나열

대중이 보기에 콰이엇은 어떤 인물일까. 그의 음악을 통해서 성격이나 기호 등을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절친한 지인이 아닌 이상 '그는 이러한 사람이다'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중심 레이블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의 래퍼이자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힙합 앨범' 부문을 수상하며 힙합 신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양각(陽刻)한 실력파 프로듀서, 아마도 이게 대부분이 아는 정보의 전부일 것이다. 앨범은 그래서 타이틀로 밝히는 '진정한 나'를 어떻게 드러내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어지는 건 내용 전달의 문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부분을 들춰 보여주는 것과 자신이 적(籍)을 둔 힙합 신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20대 젊은이로서의 위치도 간과할 수 없기에 콰이엇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사유와 어떤 방식으로 걸음을 맞춰 가는지도 관건 중 하나가 된다.

콰이엇은 여기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나란 존재는 어떤 자리에 있으며 어디로 향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주된 고민으로 삼는다.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긴 여정을 펼치는 거창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사유는 자못 진중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그러나 양날의 검과 같아서 작가의 생각을 엿보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또래가 갖는 일반적인 사고를 향유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난관이 생기더라도 견디고 이겨내 보자는 보편적 주장에 동의를 사기 위해 추상적인 말만을 내뱉는다거나('뛰어가', '한번뿐인 인생') 과거를 회상하며 억지로 즐거움(내지는 갑갑한 생활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꽉 잡아'). 이는 안타깝게도 '어렵고 힘들수록 초심을 잃지 말고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하는 식으로 끝나는 인생 선배의 실속 없는 상담 수준에 머문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 간의 현실적인 접점을 만드는 데에는 좀체 나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담은 노랫말은 이런 약점을 지니지만 적어도 흑인 음악을 좋아하거나 힙합을 업에 준하는 단계까지 삼으려 하는 이에게는 두터운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부잣집 자녀가 아닌 이상 한 장의 음반을 사려고 차비와 밥값을 아껴가며 힘들게 살고, 구입한 CD를 귀에서 떼지 않던 시절은 마니아라고 자부하는 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경험했을 테고('매일 밤 03'), 미래를 보장받을 수는 없어도 자신은 힙합과 이미 결혼한 몸이라며 끝까지 이 길을 가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던 이도 있을 것이고('Give It To H.E.R.', '절대로 잊지 않아'), 난 최고라며 자기암시를 계속해서 용기를 북돋고 자신이 랩을 하는 모습을 멋지게 그린 적도 있을 것이다('Get My Shine On').

가사로써 그는 자신의 옛 추억을 다수 힙합 팬이 공유할 수 있는 정서와 생활을 일치시키는 데 성공적인 결과를 내왔다. 물론, 음악적인 성과도 있다. 잘 정제된 샘플과 청각 신경을 후련하게 자극하는 근사한 비트는 역시 콰이엇이 실력 있는 프로듀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폭발력을 내재한 나른한 혼 섹션, 사운드의 완급 조절이 묘미인 '한번뿐인 인생'의 반주는 그것만으로도 말하고자 하는 어떤 게 느껴질 정도로 절절함이 잘 표현되고 있으며 반복되는 선율로 서정성을 자아내는 '꽉 잡아'는 다소곳한 매력이 두드러진다. 'Get My Shine On'은 사용된 색소폰 소리가 무척이나 부드럽고 흐름도 깔끔해서 랩을 뺀 경음악으로도 멋스럽게 다가올 듯하다. 하지만 전체 줄기를 볼 때, 다이어리 공개 식의 언어 나열은 벌써 세 번째 앨범을 내는 가수치고는 얕은 수준의 고민 총화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이상의 무엇이 없어 아쉽다.

2008/01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Run192Km 2008/01/25 10:40 #

    휴가 나온 제 친구가
    한번뿐인 인생을 싸이 노래로 자꾸 사달라고 하더군요..
    안 사줬지만..;;
    좋은가 보네요..들어보고 싶습니다.
  • 슈3花 2008/01/26 12:41 #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가 낼롬 질렀는데 몇번 듣고 안듣네요. 오늘 한솔로님의 리뷰를 보면서 다시 들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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