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큐(P&Q) - Supremacy 원고의 나열

이제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기린아, 기대주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확고히 자신들의 입지를 굳힌 팔로알토(Paloalto)와 콰이엇(The Quiett)의 프로젝트 앨범 <Supremacy>는 분명 힙합 팬들이 가장 기대한 합작 중 하나였을 테다.

그 이유는 아직 저류이기는 하지만 한국 힙합의 큰 줄기이며 굵직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레이블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의 이름값에서 느끼는 부지불식간의 믿음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이미 두 장의 앨범 <Music>(2005), <Q Train>(2006)을 통해 검증받은 콰이엇의 뛰어난 비트 메이킹 실력, 프로듀싱 능력과 팔로알토의 수려한 래핑이 합체한다면 어떠한 명작이 탄생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앨범에는 콰이엇과 팔로알토가 프로듀싱을 담당한 곡은 각각 한 곡씩밖에 없다. 둘은 래퍼로서의 소임에 온 힘을 쏟아 붓고 있으며 각각의 노래는 개성강한 12명의 음악 친구들이 참여해 윤을 낸다. 말하자면 이 음반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고백하려는 친구에게 그의 친구들이 힘을 실어주고 밀어주는 형식을 띠고, 힙합의 음원 형식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두 손 들고 환영할 종합 선물 세트가 되어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앨범을 듣는 귀는 이들이 작곡가로서, 감독자로서 가진 솜씨나 스타일보다는 래핑과 메시지에 자연스럽게 집중한다. 팔로알토야 무게감이 느껴지면서도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래핑으로 인정받았지만 콰이엇의 랩 실력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이 오가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 음반은 힙합 마니아들이 콰이엇의 래핑 역량이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다시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될지도 모른다.

콰이엇은 운율 맞추기에 급급 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으며 랩의 흐름도 비교적 안정적이며 편하다. 목소리도 팔로알토와 대조되는 높은 톤이기에 어울림도 좋다. 신경 써야 할 곳이 줄어듦으로 래핑의 생기를 찾은 것 같다. 그리고 팔로알토의 랩은 퇴보 없이 지금까지 보여준 능준함을 과시한다. 두 명의 래퍼는 자신감과 안온함의 외투를 걸쳐 곧장 청취자들을 향해 이야기를 던지니 음악은 너무나도 천연스럽게 다가선다.

타이틀 '내일은 오니까'는 타블로(Tablo)가 프로듀싱한 곡으로 밑에 깔리는 업비트와 긍정적인 노랫말의 훅이 머릿속에 남는다. 곡의 전후반과 틈새에 입힌 스크래치 연주가 속도감을 더하며 젊은이층을 고무, 독려하는 '지금은 너무나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마지막까지 미친 듯이 달리자고. 내일은 오니까.', '행복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 같은 가사만으로도 푸근함과 따스함이 묻어난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가식적인 사람들에게 철퇴를 가하는 '수수께끼'는 한 마디씩, 또는 더 짧게 서로 주고받는 래핑이 듣는 재미를 주며 세 번째 버스(verse)부터는 또 다른 악기를 편성하여 반복성에서 오는 지루함을 덜어주려는 프로듀서 개코의 센스가 돋보인다. 딥 펑크(deep funk)에서 가져온 듯한 샘플이 인상적인 'We are'는 본인들의 디스코그래피와 바이오그래피를 기술하는 가사가 옆에서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이-지(Jay-Z)의 'Song cry'가 떠오르는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와 윤미래의 피처링 곡 'Life goes on'도 눈여겨 볼 만하며, 라이브 밴드의 연주 느낌이 강한 '웃어넘겨'는 그동안 간간이 음을 타던 팔로알토가 노래를 직접 불러 색다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음반은 단박에 청취욕구를 자극하지 않는다. 흥미를 이끄는 요소가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각 노래들이 지닌 맛이 워낙 진하기 때문에 듣는 호흡이 끊긴다. 그러므로 콰이엇과 팔로알토가 만들어 오던 음악에 관심을 두어 <Supremacy>를 접하는 힙합 미식가들이라면 이 음반을 맛보는 태도나 방향을 수정할 것을 권유한다. 너무 '팔로알토스럽거나', '콰이엇다운' 음악을 원하기보다는 각 곡 프로듀서들의 요리 방식과 그 맛을 존중해 줄 것을.

'우리는 정말 죽이는 듀오. 가능성을 창조하는 천재들. (Supremacy 中)'이란 노랫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이렇게 드러낸 당당함은 이번에는 반(半) 정도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이 앨범은 두 명의 래퍼들의 것이 아니라 '열네 명의 프로듀서들(팔로알토와 콰이엇도 포함해서)을 위한 작품'에 훨씬 더 가까우니깐 말이다.

본 앨범에는 입에 넣는 순간 한 번에 쫙 퍼지는 강렬한 맛 보다는, 은은하지만 기억에는 오래 남을 맛이 있다. 범작 이상의 커다란 의미가 있는 이 음반에 '주먹을 꽉 쥐고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 중에 엄지를 들어' 평가를 하고 싶다.

2006/09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