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roahe Monch - Desire 원고의 나열

데뷔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낸 작품은 이제 겨우 다섯 번째다. 1989년 힙합 신에 뛰어든 후 1991년부터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와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랩 듀오 오가나이즈드 컨퓨전(Organized Konfusion)의 멤버 파로아 먼치(Pharoahe Monch)의 두 번째 앨범이 드디어, 이제야 발매됐다.

길어도 어쩜 이리 길 수 있을까. 새로 둥지를 틀었던 로커스(Rawkus)를 통해 지난 99년 선보인 솔로 데뷔작 <Internal Affairs> 이후 8년만이다. 그러한 이유로 더욱 그 음반의 재킷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커버에 찍힌 그의 모습(수면에 얼굴과 손만 내민)은 마치 긴 잠수를 타기 직전의 순간 같았으니깐.

엄밀히 따지자면 완벽하게 휴면기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로커스 레이블의 간판 컴필레이션 <Lyricist Lounge>의 두 번째 앨범에서 모스 데프(Mos Def), 네이트 독(Nate Dogg)과 함께 그 유명한 'Oh No'를 불렀고 힙합 바이올리니스트 미리 벤 아리(Miri Ben-Ari)나 메이시 그레이(Macy Gray), 디제이 퀵(DJ Quik) 등과 작업하며 새천년을 맞이해서도 꾸준하게 그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으니 이 모든 게 다 다음 탄창을 갈아 넣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던 셈일 테다.

그래서 지난 8년은 긴 학습의 기간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만일 파로아 먼치가 만판 쉬기만 했다면 앨빈 토플러가 말한 '배운 것은 잊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 21세기 문맹인의 범주에 들어 좋은 결과물을 내기에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여러 뮤지션들의 협업으로 트렌드와 대중에게 팔리는 스타일을 간파할 수 있었다. 궁극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체험해서 완성한, 부드러우나 물컹물컹하지는 않고 다채롭지만 어수선하지 않은 안정된 느낌의 이 음반이 오랜 기다림에 목이 쭉 늘어났을 팬들을 위해 어느 정도 충분한 보상이 되어줄 듯하다.

파로아 먼치가 직접 제작을 맡고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의 타이트한 브라스 연주가 더해져 완성도를 높이는 첫 싱글 'Push'는 이번 앨범에서 소울풀(soulful)한 감성이 가장 뚜렷하게 배어나는 곡으로 기존 음악들과는 차별화된 참신한 시도가 엿보이며, 홀랜드 도지어 홀랜드(Holland-Dozier-Holland)의 곡을 샘플링한 'Desire'는 메인스트림에 어울리는 세련미를 발산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흉내 내는 그의 보컬이 익살스럽게 다가오는 'Body Baby'는 가스펠 풍의 코러스와 복고적인 느낌을 강하게 표현한 오르간 프로그래밍을 비롯하여 박수소리와 드럼, 탬버린 등을 잘 정리한 리듬 파트가 흥겨움을 배가시킨다.

에리카 바두(Erykah Badu)가 꿉꿉하게 목소리를 덧댐으로써 쓸쓸한 기운을 강하게 퍼뜨리는 'Hold On', 미국 내에서 총기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와 살인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When The Gun Draws'는 즐거움의 반대편에 서서 또 다른 정서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렇게 본 작품은 전체적인 골의 완급 조절과 더불어 올드 스쿨에서부터 현재 유행하는 구성에 이르는 면면을 알차게 채운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한동윤)

오이스트리트 2007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