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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street <Another Level>

알앤비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앨범 목록에 빠지면 섭섭할, 또는 빠져서는 안 될 것이 있다면 어떤 음반일까. 중창 밴드의 부흥기를 주도한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의 <Cooleyhighharmony>나 컨템퍼러리 알앤비의 선구자 알 켈리(R. Kelly)의 <12 Play>가 적당할까? 아니면 90년대가 남긴 영원한 디바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Music Box>는 어떨까? 그런데 여기에 보컬 밴드가 들려주는 환상적인 음의 조화, 알앤비를 이제 막 들어보려는 초신자들에게도 거리낌없는 자연스러운 멜로디와 중독성의 비트, 폭발적인 가창력이 한데 뭉쳐져 긍정의 엔도르핀을 생성케 하는 음반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의 <Another Level>이다.

테디 라일리(Teddy Riley), 천시 한니발(Chauncey Hannibal), 리바이 리틀(Levi Little), 데이브 홀리스터(Dave Hollister)로 구성된 이들은 94년 동명의 데뷔 앨범 <Blackstreet>를 발표, 'Before I Let You Go'와 'Booti Call', 'Joy'를 히트시키며 알앤비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준비를 하게 된다.

2년 후 선보인 두 번째 앨범 <Another Level>은 솔로 활동을 위해 팀을 떠난 리바이 리틀과 데이브 홀리스터의 빈자리를 어떤 이로 대신할 것인가가 보컬 그룹으로서 면모를 유지하는데 직면한 과제였다. 실제로는 리틀과 홀리스터의 풍부한 성량과 막강한 보컬 역량을 이어줄 인재를 구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결국, 마크 미들턴(Mark Middleton)과 에릭 윌리엄스(Eric Williams)라는 빼어난 보컬리스트를 영입해 전작에 뒤지지 않는 라인업을 구축한다.

사실 이러한 팀의 외형적 변화는 우선으로 주안점을 둘만 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들의 음악 정서를 규정해 주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가 바로 그룹의 수장 테디 라일리이기 때문이다.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면 테디 라일리는 뉴 잭 스윙(new jack swing : 힙합의 강한 비트와 소울의 멜로디적인 요소를 혼합하여 리드미컬하고 펑키하게 연출한 알앤비 계열의 음악)의 아버지로 누구 못지않게 음악적 재능과 센스가 출중한 인물이었다. 그는 세 살 때 드럼을, 다섯 살 때 트럼펫과 기타를 섭렵하였고 여덟 살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작곡가,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multi-instrumentalist)로서의 재능을 키웠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미국 알앤비의 대중적 감수성 부분을 엘에이 레이드(L.A. Reid)와 베이비페이스(Babyface) 콤비가 중점적으로 책임졌다면 테디 라일리는 실험성을 섞은 힘 있는 댄서블 알앤비를 맡았다. 80년대 중반 래퍼 쿨 모 디(Kool Moe Dee)를 시작으로 헤비 디 앤 더 보이즈(Heavy D & The Boyz), 키스 스웨트(Keith Sweat) 등의 음반에 참여해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으며 호쾌한 비트를 생성하던 그는 88년 아론 홀(Aaron Hall), 티미 게이틀링(Timmy Gatling)과 가이(Guy)를 결성하여 본격적인 뉴 잭 스윙의 시대를 연다.

가이가 뉴 잭 스윙의 공공연한 도입 단계로 기록할 행적이라면 블랙스트리트는 뉴 잭 스윙 정점의 과정에서 세련미를 표현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다듬질로 멋을 낸 음악들은 너무도 미끈하게 뻗었으며 단단하기까지 해서 대중들에게 커다란 호감을 사지는 못했다. 과도하게 잘났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Another Level>에서는 1집에서 활보하던 신시사이저의 주도를 뒤로 빼서 날카롭게 느껴질 요인을 줄였으며 무게감 있는 비트는 하중을 내려 적당한 수준의 것으로 만들었다. 또한, 보컬의 하모니에 더욱 비중을 두어 섭취할 음악이 소화가 잘 되게끔 야들야들하게 다지고 서정성의 유약을 칠해 재벌질한 노래들을 수록했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으로 본 작품은 '대중성의 확보'와 '뉴 잭 스윙의 재탄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다.

'대중성의 확보'는 차트에서의 위치나 시상식에서의 수상 여부로 가시적인 가늠이 가능할 텐데, 그해 힙합/알앤비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함은 당연지사, 싱글 차트 1위, 이듬해의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그룹 알앤비 퍼포먼스 부문에서 상을 받는다.

이와 같은 성적을 거두는데 일등 공신이 되어준 것은 바로 'No Diggity'. 지 펑크(G-Funk)의 창시자이며 당시 래퍼로서도 왕성한 활약을 펼치던 프로듀서 닥터 드레(Dr. Dre)의 피처링도 노래에 관심을 두게 하는 요인이었지만,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Grandma's Hands'에서 건져낸 서부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흐리터분한 건반 소리와 '으음' 구절의 반복이야말로 이 음흉한 음원에 대중들의 정조를 빠뜨리게 한 주술이었다. 게다가 단 두 번이지만 퀸 펜(Queen Pen)의 파트에서 시디가 튀는 것처럼 음성을 일그러뜨린 괴이한 믹싱은 음악을 더 듣게 하는 테디 라일리의 홍보 전술로 빛을 발했다.

효자는 'No Diggity' 뿐만이 아니었다.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앤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 The Furious Five)의 'The Message' 샘플링과 테디 라일리의 토크박스 연주가 독특한 맛을 내는 'Fix', 지난날의 잘못을 후회하며 떠나가는 연인을 붙잡으려는 노랫말이 마크 미들턴의 가성으로 가슴에 더욱 와 닿는 발라드의 정형 'Never Gonna Let You Go', 비틀스(The Beatles)의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라는 풋풋한 주장을 아름다운 선율로 새롭게 만든 'Buy Me Love', 멤버들의 멋진 하모니가 30초 넘게 이어지는 앨범의 백미 'Happy Song (Tonite)' 등은 흑인 음악 마니아가 아닌 누구에게라도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음악이었다.

'뉴 잭 스윙의 재탄생'은 블랙스트리트의 본 작품 이전의 음악 분위기와 이후 힙합, 알앤비 음악의 경향을 살펴봄으로써 요약할 수 있다.

테디 라일리가 프로듀싱한 바비 브라운(Bobby Brown)의 <Bobby>(1992)와 렉스 앤 이펙트(Wreckx-N-Effect)의 <Hard Or Smooth>(1992)에서 뉴 잭 스윙은 강인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은 클라이맥스를 맞았고 그 형식이 반영되어 중창과 결합해 준수하게 표현하려 한 것이 블랙스트리트의 첫 앨범이었다. 하지만, 대중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지는 못했기에 본 작품에서 다시 한 번 변화를 위해 메스를 댔고 결과물들은 뉴 잭 스윙이 또 다른 형태로 전이할 거라는 예고가 되었다.

특유의 강렬한 비트는 이 앨범 이후 유순한 모양으로 바뀌어 달착지근한 컨템퍼러리 알앤비의 기반에도 사용 가능함을 대중과 다른 음악가들에게 납득시켰다. 태생부터 잡종성을 품고 있던 뉴 잭 스윙은 알앤비에만 머무르지 않고 힙합과의 접목을 더욱 충실하게 다져가면서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같은 후배 유망 프로듀서들에 의해 클럽튠이나 댄서블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이어졌다.

<Another Level>은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음악계 저변에 여진을 몰고 온 앨범임은 틀림없었지만 이 실적들은 그룹의 강건함을 유지하던 밑동 테디 라일리에게 또 다른 영향을 끼쳤다. 블랙스트리트의 다음 작품 <Finally>(1999)가 전작만큼의 위세를 떨치지 못하자 그는 10년 만에 가이를 재결성하여 <Guy III>(2000)를 내놓게 된다. 그러나 그 앨범 역시 기대했던 것처럼 많은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영민한 테디 라일리의 지휘 하에 발군의 보컬리스트 천시 한니발, 마크 미들턴, 에릭 윌리엄스의 목소리가 응집되어 만들어낸 에너지의 총체인 <Another Level>은 블랙스트리트가 발표한 음반 중 가장 도련이 잘 되고 흡인력이 제일 강한 앨범이었지만 거기에 따라온 성과는 본인들도 경신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2006/10 한동윤,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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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로 | 2008/02/14 15:12 | 원고의 나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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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inydova at 2008/02/15 19:54
좋은 글이네요. 이 앨범이야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도 없는 앨범일듯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흑인음악에 깊이 빠지게 한 장본인이기도 해요. 아직도 이양반들의 테입을 가지고 있습니다.
테디라일리는 이 앨범에서만큼은 정말 '천재'가 뭔지 보여준것 같아요.
비트메이킹에서 부터 실험적 사운드의 시도, 보컬 어렌지먼트, 재기발랄한 시퀀싱 등, 어느하나 최고가 아닌게 없죠.
실험적인 음악으로 즐기기 쉬운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대단합니다. 이 양반 없었으면 지금의 닥차일드나 넵튠스도 없었겠죠^^
Commented by 한솔로 at 2008/02/19 15:50
맞아요. 대중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앨범 중 하나죠~
이 음반도 두 번을 샀는데 정작 지금은 갖고 있지 않아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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