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런 노래 어떨까요? 원고의 나열

예년과 다르게 유난히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서 그런지 새로운 계절인 봄, 그 시작인 3월을 맞이했는데도 무언가 변했음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가 원하는 인물이 아니라서, 체감 경제가 영하에서 도무지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또는 나라 안팎으로 연일 이어지는 사건사고 소식들로 인해 계절 감각이 무뎌진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봅니다. 평소 같았으면 봄꽃의 유혹에 신이 나도 한참일 텐데 팔다리를 쭉 편 흉흉한 기운이 절기를 감지하는 몸속 시곗바늘을 뒤로 돌려놓았나 봅니다.

너무 어두운 얘기만 했나요? 하지만 3월은 여전히 밝고 싱그러운 달입니다. 그것도 열두 달 중 가장이요. 저 혼자 더디 느낀다 해도 주변 환경과 많은 이는 이미 봄맞이 채비로 환한 변신을 꾀하니까요.

겨우내 움츠려 지내던 소심한 햇살은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나서 방긋 웃음을 지어 보이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모처럼만에 외출하는 진달래와 개나리들이 서로 자기 빛깔을 뽐내려고 자리다툼을 벌여 이내 곱다란 풍경을 연출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번화가를 오가는 언니 오빠들은 두꺼운 겨울옷을 벗고 한결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니 저마다 봄날의 전령이 됩니다. 이런 모습들로 돌려진 3월의 에너지는 군데군데에 두루 퍼져 은근히 사람 맘을 들썽거리게 합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들이라도 한 번 거행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심어 놓곤 하고, 다년간의 솔로 생활로 조금 있으면 옆구리에 곰팡이가 필 지경에 이른 이에게도 측은지심을 발휘해 ‘나에게도 언젠가는 사랑이 찾아오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 혹은 정체 모를 즐거운 흥분 하나쯤 선사합니다. 3월은 이렇게 도처에서 봄의 훈훈한 물결을 모셔옵니다.

그런 분위기를 제대로 타는 데 도움을 줄 동반자는 단연 음악이 최고인 듯합니다. 청양 가절 싱싱한 기운을 반갑게 맞이할 설렘을 갖추었다면 어떤 음악도 즐거운 친구가 되어주겠지만 마땅한 노래가 떠오르지 않는 분들을 위해 제가 가요 몇 곡을 추천해 보도록 할게요. 외출 시에나 사무실에서 일할 때, 혹은 집안일을 할 때 틀어놓으면 3월이 더욱 경쾌하고 즐거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가장 먼저 작곡가 김형석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그룹 포터블 그루브 나인(Portable Groove 09)의 'Amelie'를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를 보신 분이라면 주연을 맡았던 오드리 토투의 상큼, 발랄한 모습을 기억하고 계실 것 같아요. 그녀의 귀여운 모습과 영화 속의 화려한 이미지들을 그대로 옮긴 노래랄까요? 듣는 순간 발걸음이 가벼워져 날아갈 듯한 곡이랍니다. 비바 소울(Viva Soul)이 부른 'Music Picnic'도 봄날의 좋은 친구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힙합을 하는 그룹이지만 전혀 힙합 같지 않은 음악으로 낭만을 전하거든요. 정말 피크닉이라도 가고 싶은 맘이 들어요. 최근 출시된 김동률의 컴백 앨범에 수록된 'Jump'도 좋을 것 같아요. '아직 모든 게 신기한 내 스무 살 때처럼 / 새로운 내일에 설레하며 가슴이 뛰고 싶어 / 이제는 나를 깨우고 싶어 / 또 다른 나를 찾고 싶어'라고 의지를 다잡는 노랫말이 뭔가 새로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이들에겐 좋은 암시가 될 것 같아요. 연애를 막 시작했거나 짝사랑하는 대상이 있는 이에게는 시트콤 <논스톱 4>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Happy Days'와 임현정의 '사랑의 향기는 설레임을 타고 온다'를 추천합니다. 3월, 봄, 사랑의 코드가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나날을 만들어 줄 거예요. 홍대 인디 신에서 활동하다가 토이의 객원 보컬로 단숨에 유명세를 얻은 이지형이 부르는 '빰빰빰'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의 소품집 <Barista Muzic Vol.1 Coffee & Tea>에 수록된 이 곡은 특유의 단출한 구성으로 포크 세대들에게 애틋한 향수를 자아낼 거라 예상됩니다. 가벼운 댄스곡도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립니다. 모 샴푸 광고에 삽입되어 익숙할 가리나 프로젝트(Garina Project)의 'Tell Me Tell Me', 세련된 클럽 음악을 들려주는 하우스 룰즈(House Rulez)의 'Do It'은 몸이 먼저 반응하는 곡입니다. 재즈 뮤지션 이태원의 솔로 프로젝트 밴드 재즈오텍(Jazzotheque)의 'Let's Go Out'은 도회적인 감성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가미되어 화창한 날씨에 딱 이고요.

추천한 노래들에 개인 취향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아름다운 계절을 만끽하고자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둔 이들에겐 어떤 것도 경계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3월의 밝고 싱그러운 기운과 음악이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의 봄을, 그리고 2008년을 화사하게 채색하길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동문회 회보가 있는데 이번 호가 너무 정세 이야기로만 찼다고 해서 분위기를 전환용으로 실은 글


덧글

  • Run192Km 2008/03/08 22:39 #

    전 지금 Dj Soulscape의 창작과 비트 앨범을 듣고 있는데..
    3월에 왠지 어울릴 것 같아요 ㅎㅎ
  • 낭만여객 2008/03/09 00:20 #

    포터블 그루브 나인 싱그럽고 좋지요 ㅋ
  • 한솔로 2008/03/10 14:23 #

    Run192Km / 3월이라면 <Lovers>가 더 괜찮을 것 같긴 한데요... (저만 그럴지도)

    낭만여객 / 진짜 '봄의 음악'이에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