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cted Mushroom, 강한 중독성 내뿜는 이스라엘의 트랜스 버섯 원고의 나열

1990년대 중반께 이스라엘의 최대 도시 텔아비브야파를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기 시작한 사이키델릭 트랜스는 고아 트랜스에서 발전한 장르로 130에서 150 사이를 오가는 빠른 속도의 BPM으로 청취자의 감성을 공략한다. 프로그래밍된 신시사이저의 음색과 반복되는 멜로디의 연결은 어두움과 음험한 기운으로 귀결되어 장르 고유의 몽환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그리는데, 이는 이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그렇게 형성되는 대기(大氣)는 춤추기에 좋은 환각의 흐름을 이으며 음이 울리는 그 순간과 장소를 휘황찬란한 클럽으로 만들어 준다. 인펙티드 머쉬룸은 그 중심에 서서 사이키델릭 트랜스의 열기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내는 저명인사 중 하나다.

일렉트로니카 마니아층이 꽤 탄탄한 유럽이나 미국, 일본 어디든 간에 요즘은 뉴 재즈나 투스텝 같은 말랑말랑한 스타일이 뜨고 하드하고 코어적인 음악들이 대중에게 외면받는 추세에 놓인지라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나 쉬란츠 계열은 음반 판매량도 현저히 감소하는 상태다. 태생이 클럽 형(形) 음악이지만 사이키델릭 트랜스(또는 사이트랜스) 역시 단단함의 대표격이기에 이 위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여기에 불법 다운로딩의 성행이란 구조적 요인도 합세해 신(Scene)의 쇠퇴에 한몫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사정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끄는 사이키델릭 트랜스 팀은 애스트럴 프로젝션(Astral Projection)이나 사이먼 포스포드(Simon Posford)의 원맨밴드 할루시노전(Hallucinogen), 애스트릭스(Astrix)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 물론 여기서 소개하는 이들 인펙티드 머쉬룸을 포함해서.

아미트 두브데바니(Amit Duvdevani aka Duvdev)와 에레즈 아이젠(Erez Eizen aka I.Zen)으로 이뤄진 이스라엘 출신의 이 듀오는 1996년 결성 이후 다섯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일렉트로니카 신에 이름을 알렸고 변함없는 노력과 양질의 음악을 선보임으로써 곧 트랜스의 강자로 등극하게 되었다. 인펙티드 머쉬룸이란 그룹명은 원래 1989년부터 4년간 활동한 펑크 록 밴드의 이름이었는데 멤버 중 아미트가 이 밴드를 좋아했기에 그들을 기념하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한다. 이 그룹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컴퓨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는 나름대로 익숙한 'Your Computer Is Infected'란 섬뜩한 문구가 머릿속에 먼저 떠오를지도... 그러나 이들의 음악을 듣는 순간 (남이 쓰던 중고 명의이긴 하지만) '이름이랑 곡이랑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들이 전자 음악을 하는 팀이라고 해서 집에서 마냥 기계만 붙잡고 산 것은 아니다. 80년생인 에레즈는 어려서부터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뮤지션이다. 그는 네 살 때 오르간을 배우기 시작했고 여덟 살 때는 이들의 고향이기도 한 하이파에 위치한 음악학교에 들어가 피아노를 수학했다. 열한 살이 되자 컴퓨터의 음악 시퀀싱 프로그램을 만지기 시작했다고 하니 뮤지션이 될 운명인 사람은 항상 음악과 친분을 쌓는 일이 이른 나이에 이뤄지는가 보다. 에레즈보다 여섯 살이 많은 아미트는 일곱 살 때부터 9년 동안 피아노를 쳐왔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헤비메탈과 펑크 록에 심취하게 됐고, 이후 지역 록 밴드의 멤버가 되어 본격적으로 작곡 활동을 펼쳤다. 2001년, 군 입대를 일주일 앞둔 그는 한 파티에서 우연히 트랜스를 접한 이후 그 장르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트랜스 음악을 하는 프로듀서가 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트랜스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인펙티드 머쉬룸이 많이 알려진 상태, 1999년 음악계에 첫 발을 내디딘 이래 괴지 않은 모습으로 발전을 추구해왔기에 이와 같은 국제적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트랜스와 클래식 음악을 실험적으로 조합한 이들의 두 번째 앨범 <Classical Mushroom>은 신에서 가장 유명한 음반 중 하나로 꼽히게 됐고, 앰비언트와 인더스트리얼 쪽의 영향을 받은 3집 <B.P. Empire>는 마니아들의 논쟁거리가 됨으로써 이들의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는 앞서 발표한 두 장의 작품에 비해 부드러워졌고 어떻게 보면 차라리 하우스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사이트랜스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청취자들은 이들의 변화를 몹시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결국 많은 비난을 퍼부었는데 궁극적으로는 그룹에게 득이 됐다. 더블 시디로 구성된 네 번째 앨범 <Converting Vegetarians>는 한 장엔 늘 해오던 형식을 활달히 재연하면서도 한 편에서는 또 다른 변화를 모색했다. 트립 합, 다운비트, 일렉트로팝 등을 구사함으로써 자신들의 음악이 사이키델릭 트랜스에만 머물지 않음을 팬들에게 공개 선언한 것이었다.

그리고 올해 새 스튜디오 앨범 <Vicious Delicious>를 발표했다. 여섯 번째 앨범이라서였는지 원래는 작년 6월 6일에 출시할 계획이었다고... 그러나 여러 프로모션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연기가 됐고 1년을 넘기고 말았다.

여전히 강렬한 트랜스 음악을 선사하는 그들이지만 복합적이고 한층 세련된 때깔을 입고 나타났다. 또한, 이들이 그려내는 중독성 강한 사운드는 아직도 강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첫 트랙 'Becoming Insane'에서부터 인도의 전통 음악 기운이 물씬 풍겨서일까? 장르는 이미 초월했고 이제는 국적을 넘나들며 새로움을 좇으려는 두 프로듀서의 열정이 엿보인다. 캐나다 힙합 트리오 스월른 멤버스(Swollen Members)가 피처링한 'Artillery'는 메탈과 테크노, 래핑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다가 후반부에 들어서는 라틴 음악까지 표방하는 색다른 하이브리드를 과시하며,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Vicious Delicious'는 가장 트랜스다운 곡이면서도 클래식 음악의 접근이 감지되어 무척 웅장하게 들린다. 이 외에도 곡의 막바지에 폭풍우처럼 거세게 몰아치는 사운드가 압권인 'Special Place', 팝적인 접근과 보코더의 사용으로 다프트 펑크(Daft Punk)가 떠오르는 'Forgive Me', 뉴웨이브의 전형 요소를 첨부한 'Change The Formality'에서는 사이키델릭 트랜스 한곳에 머무를 수 없는 이 듀오의 노마드적 기질이 다시 튀어나오는 듯하다.

두 명의 당찬 프로듀서들은 이처럼 자신을 현재에 가둠 없이 내일을 위해 항상 변형하고 융합하려는 움직임을 거듭했기에 다소 힘을 잃어가는 사이키델릭 트랜스 신 안에서도 막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거기에도 모자라 2004년에는 기타리스트 톰 커닝엄(Tom Cunningham)과 에레즈 네츠(Erez Netz)를 영입했고 올해엔 브라질 출신 퍼커셔니스트 로게리오 자르딤(Rogerio Jardim)을 불러들여 리듬 측면과 라이브적인 요소를 강화했으니, 이들의 행보에 당분간 걸림돌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오이스트리트 2007년 8월호


덧글

  • Masader 2008/10/28 15:28 #

    와우~! 멋진 블로그네요.
    오늘 이글루 통계에서 발견해서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펙티드 머쉬룸 팬인데 많은 정보 알아가네요. ^^
  • 한솔로 2008/10/28 19:17 #

    네,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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