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ald Levert - In My Songs 원고의 나열

말 그대로 슈퍼그룹이었다. R&B 신의 크로스비 스틸스 앤 내시(Crosby, Stills & Nash) 쯤은 될 인사들, 밤을 촉촉하게 적시는 슬로우 잼의 대명사 키스 스웨트(Keith Sweat), 바비 브라운(Bobby Brown)의 빈자리를 채우며 뉴 에디션(New Edition)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쟈니 길(Johnny Gill), 마지막으로 리버트 가문의 대들보 제럴드 리버트(Gerald Levert)가 한 팀이 된 LSG는 셋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메가톤급 조합이 됐다.

그 중 제럴드 리버트는 그룹 리버트(LeVert)와 LSG로 분주하게 활동하면서도 조금의 휴식 없이 자신의 솔로 앨범을 꾸준히 제작했다. 평상시에도 창작 활동에의 열정을 강하게 드러내던 그였지만, 복용한 약이 부작용을 일으켜 심장마비로 2006년 11월 세상과 그리고 음악과의 연을 끊고 만다. 그의 나이가 이제 마흔밖에 되지 않아서 슬픔은 더욱 컸다. 소속 레이블 애틀랜틱(Atlantic)에서 사망 소식을 전할 때 “위대한 목소리를 가졌고, 매치하기 어려운 소울풀(soulful)함과 힘을 병행해내는 가수였으며 굉장한 재능을 지닌 작곡가인 동시에 원숙미를 갖춘 프로듀서”라고 이야기할 만큼 그는 훌륭한 실력과 풍부한 감수성을 소유한 당대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하나였다.

새 앨범의 발표를 앞두고 설레던 그였지만 안타깝게도 먼저 다른 길을 갔고 유작 <In My Songs>만을 남겨놓았다. 앨범에는 이전에 해오던 그만의 포근한 음악들이 포진해 있다. 저녁에 홀로 들으면 낭만적인 분위기가 배가되는 스타일과 더불어 사랑하는 연인과 들으면 그들의 정을 더욱 두텁게 할 애정 넘치는 이야기와 멜로디가 가득하다. 아버지이자 그 유명한 필리 소울 그룹 오제이스(The O'Jays)의 멤버였던 에디 리버트(Eddie Levert)가 내레이션으로 곡의 문을 여는 'In My Songs'는 제럴드 리버트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마음이 천진스럽고 예쁘게 드러난다. 폭발하는 가창력과 애드리브, 후반부의 기타연주가 관능미의 폭을 더욱 넓히는 슬로우 잼 넘버 'Deep As It Goes'와 샘플로 사용한 보컬 파트와 힘 있게 울리는 심벌 소리가 각인되는 'M'Lady' 또한 앞서 언급한 일련의 정서를 살린다.

예민하고 섬세하게 온갖 느낌을 자극하는 전통적인 R&B 사운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DJ Don't'는 펑크(funk) 형식의 비트에 디지털 음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발랄한 대기를 형성하며 90년대 초중반의 느낌이 물씬 나는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Wanna Get Up With You'나 흐름 자체는 차분하지만 프로그래밍에서 작은 힘이 솟아나는 듯한 'To My Head' 같은 노래를 중간마다 삽입해 앨범의 균형을 너무 처지지 않게 조절하고 있다.

자신의 정규 앨범으로는 꼭 열 번째. 앞으로 두 번 다시는 LSG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많은 작품을 내오면서도 시상식과 상패와는 거리가 멀었던 음악 인생이었지만 그의 마지막 노래는 넉넉한 체격만큼이나 여전히 듬직하게 들리며 확실한 형체로 다가오는 듯하다.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으며 노래를 불러주길 바라는 동료와 팬들의 마음이 간절하기에 <In My Songs>가 주는 슬픔과 설움도 깊게 뿌려져 있다.

2007/07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