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담비 - Mini Album Vol. 1 원고의 나열

2007년 '여자 비'라는 호칭을 들으며 음악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산 손담비는 데뷔 전 팝핀현준과 함께 모 MP3 플레이어 광고에서 화려한 춤을 선보이며 짧은 시간 동안 확실히 자신을 어필하는 데에 성공했다. 또한, 같은 해 그녀가 속한 그룹 에스 블러시(S. Blush)가 'It's My Life'라는 곡으로 빌보드 핫 댄스 클럽 플레이 차트 2위에 올라, 어떤 모습으로 솔로 활동을 선보일지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기도 했다.

남자가 소화하기에도 격한 크럼핑(krumping, 로스앤젤레스 사우스 센트럴 지역에서 탄생한 공격적이고 정력적인 프리스타일 힙합 댄스)을 선보인 크렁크 스타일의 데뷔 싱글 'Cry Eye'는 약간의 신선함은 있었으나 대중적인 코드와 부합하지는 못했다. 2007년 여름, 미국의 메인스트림에서 통용되는 음악과 한국의 그것은 많은 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는 차이가 다소 존재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 재빨리 받아들이더라도 리드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음을 마음속 깊이 사무치도록 느꼈을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음악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일렉트로니카이고 조금 더 따지고 든다면 재래 문법의 확산이었다. 1980년대 유행했던 뉴 웨이브가 도처에서 되살아나는가 하면 90년대를 풍미한 테크노 음악이 다시 힘을 거머쥐는 이 시점(최근 새 앨범을 낸 모비(Moby)라든가 아만드 반 헬덴(Armand Van Helden)의 <Ghettoblaster>, 토이의 '뜨거운 안녕', 에픽 하이의 'One' 등을 들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에서 손담비 또한 'Bad Boy'로 레트로 열풍에 편승, 테크노를 채택해 이전과는 다른 경쾌한 음악을 선보인다. 괜한 멋을 냈던 전작과는 전혀 다른 보편적인 흐름에의 입수다.

자신에게 상처만 안긴 옛 남자 친구와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는 애통함이 강렬한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 위로 시원스럽게 흐르지만, 곳곳에 깔린 오토튠 이펙트를 만날 때엔 붕 떠오르면서 재미를 준다. 마치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에 과속 방지턱을 지나는 느낌이랄까? 지나치게 많으면 감상에 방해될 수 있겠으나 이 같은 배치는 즐기기에 무난하다. 더욱이 손담비의 목소리가 워낙 가녀리고 노래에서 특별한 기교가 발휘되지 않기에 이런 장치로 변화를 주는 편이 곡의 윤곽을 뚜렷하게 해준다. 간소한 멜로디의 코러스도 강한 흡인력을 지닌다.

인트로를 제외한 EP에 담긴 나머지 노래들은 그런 재미가 덜하다. 귀에 안착할 만한 선율은 '그만하자' 정도, 감성의 적극적 표현보다는 스트링으로 서정미를 메우는 '반대말'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발라드, 컨템퍼러리 리듬 앤 블루스 스타일의 '입다 질린 옷'은 몇 배는 더 무게가 실렸어야 할 보컬이 가벼워 반주와 따로 도는 상황, 노래 부르는 이의 기량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다. 'Bad Boy (Ballad Version)'에서는 곡의 후반부에 불필요한 애드리브를 넣어 귀에 거슬리기까지 한다. 과유불급이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그녀는 두 장의 미니 앨범으로 상이한 모습을 선보였다. 변화를 모색하고 색다른 음악을 시도하려는 노력은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가수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이 달린다면 매번의 변신은 빛을 낼 수 없다. 잠깐은 몰라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크렁크, 복고, 다음엔 무엇이 될지 모르는 다른 스타일…. 유행하는 음악만을 쫓아다니는 철새 가수로 남지 않기 위한 능준함과 자신만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2008/05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