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e Digby - Unfold 원고의 나열

최근 팝 신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을 꼽으라면 UCC를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및 통로를 통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려 일약 스타가 되는 가수들이 많아졌다는 점과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대거 등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둘로 나뉜 추세는 대체로 하나로 압축이 가능하다. 클로벌 블로그이자 65억 전 세계인의 미니 홈페이지인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활용해 자신을 선전한 케이트 내시(Kate Nash)나 릴리 앨런(Lily Allen), 웹 호스팅 업체인 스트리밍 탱크(Streaming Tank)를 통해 온라인 콘서트를 열어 엄청난 관객을 동원한 샌디 톰(Sandi Thom) 등 주목받는 신예 여성 음악가들이 하나같이 오프라인보다는 인터넷 속의 화면이나 음악 재생 플레이어로 소통의 길을 개척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이는 가수 또는 기업이 과거에 이용하던 전통적인 시스템과 루트를 벗어나 포털 사이트, 개인 블로그가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홍보의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점을 시사하며, 한편으로는 데모 테이프를 들고 일일이 레코드 회사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스타가 되는 길이 음반 제작 계약을 함에 더 수월할 수도 있음을 일러준다. 어쨌든, 실력과 재능 없이는 안 되는 일. 어설픈 재주로 '나도 좀 한다'고 동영상을 올렸다간 차디찬 쌍욕 댓글만 무한 리필 될 뿐이다.

앞에 언급한 가수들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상공간에서 선(先) 공개해 입소문을 타 데뷔 전부터 인기인이 된 또 하나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곧 마리에 딕비다. 그녀는 리아나(Rihanna)의 히트곡 'Umbrella'를 집 안 거실에서 부른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것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를 낳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게 됐다. 직접 등록한 영상만도 5월 현재까지, 조회 수 680만을 넘겼으니 일명 '펌질'로 공개된 횟수를 따진다면 두세 배는 가뿐히 넘을 것 같다. 'Umbrella'와 함께 인터넷상에서 인기몰이 했던 린킨 파크(Linkin Park) 커버 곡 'What I've Done', 자작곡 둘을 EP 앨범 <Start Here>에 담아 2007년 9월에 선보였다.

마리에 딕비는 첫 정규 앨범에서 EP로 공개했던 두 곡을 포함한 11곡을 모두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함으로써 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뽐낸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단출한 악기에 감성 어린 노랫말을 입힌 곡에서는 동영상으로 마주했던 모습과 별 차이 없이 차분함이 묻어나며, 박력 있는 록 비트에 맞춰 노래를 부를 때에는 아직 접하지 못했던 강한 보컬로 귓가에 안착한다.

TV 드라마 <스몰빌 Smallville>에 삽입되기도 한 첫 싱글 'Say It Again'은 힘을 뺀 기타 스트로크에 호소력 있는 그녀의 보컬이 버무려져 강한 흡인력을 지니는 곡, 사랑에 빠진 이의 풋풋한 감성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Spell' 또한 같은 드라마 안에서 배경음악으로 흐르며 방송을 탄 노래로 피아노와 스트링으로 이뤄진 반주가 곡의 쓸쓸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쾌청한 날씨에 들으면 더 즐거울 것 같은 'Stupid For You', 깔끔한 코러스의 'Better Off Alone', 검증된 리메이크 넘버 'Umbrella'와 아시아 에디션에만 담긴 네 곡의 어쿠스틱 버전 등 앨범을 통해 화사한 팝, 록을 감상할 수 있다.

싱어송라이터 뮤지션들이 대개 지닌 단점인 고만고만한 스타일의 반복으로 조금 지루한 감이 있어 아쉽게 느껴진다. 자기 색을 고수함으로써 마리에 딕비의 스타일을 대중에게 각인하고 싶었겠지만, 중간 중간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더라면 듣는 재미까지 갖췄을 텐데 내용이 너무 일관되는 게 문제다. 그래도 본 작품은 꽤 좋은 품질을 자랑해, 그녀가 단순히 인언(人言)에 힘입어 스타가 된 게 아님을 증명해 보인다.

2008/05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