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음반 2008-03 그밖의 음악

앨범을 처음 들을 때랑 두 번째 들을 때, 세 번째 들을 때, 그리고 한동안 안 듣고 있다가 다시 들을 때 다 느낌이 다르다. 처음 듣고 나서 '이건 올해의 음반 급이야!'하며 광분하던 작품 중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좋다'하는 생각이 굳건해 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확신이 서서히 묽어지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올해의 음반을 선정할 때면 늘 혼란스럽다. 출시된지 얼마 안 되어 따끈따끈한 상태로 만났을 때는 내 맘도 뜨겁다가 확인 작업 차 긴 시간이 흘러 마주했을 때는 그것의 떨어진 온기만큼 내 반응은 덩달아 차가워지기도 한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기호라는 게 분명히 존재하고 아무리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해도 세상에 나오는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일이라 올해의 음반을 선정하는 게 많은 이의 기대를 아우를 순 없고, 심하게는 편협되어 보일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어떻게는 매번 아쉬움이 남는 일일 것이다. 올해도 거의 반을 지나온 지금 벌써 연말이 걱정,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작년에 IZM에서 '올해의 음반 번외' 중 하나로 선정한 스무 편의 힙합, R&B, 일렉트로니카 앨범 중 몇 개를 여기에 추천해본다.



k-os <Atlantis : Hymns For Disco>
이 앨범의 한 줄 평은 '힙합 뮤지션이 표현하는 2007년 최고의 종합 선물 세트'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록, 블루스, 컨트리, 두웝, 일렉트로니카, 디스코 등 다채로운 장르가 녹아든 음악을 듣노라면 가수와 앨범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혼을 쏙 빼놓고 탄성을 지르게 할 장르의 뒤섞임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종교나 인종,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각종 사회적 문제를 심도 깊게 고찰해보려는 작가의 고뇌가 곳곳에 묻어 있기에 더욱 빛이 나는 앨범이다. 올해 여름에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케이오스의 음반은 항상 믿음이 간다.



Balkan Beat Box <Nu Med>
발칸 비트 박스는 펑크(punk), 일렉트로니카, 레게, 집시 음악, 얼터너티브 댄스, 아프로 비트 등을 혼합한 국적 불명의 (괴상할 만큼) 신선한 음악을 들려주는 그룹이지만, 그 특이함 때문에 듣는 이를 쉽게 물리게 할 우려가 있는 인물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재작년 데뷔 했을 때부터 두 번째 앨범은 흐지부지하게 끝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자신의 약점을 파악해 보컬이 들어간 곡과 실제 악기 연주를 강화함으로써 자연스러움을 보강, 대중 친화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두 멤버가 이스라엘 출신이기는 하지만 뉴욕 한복판에 이런 그룹이 기거할 거라곤 한번도 생각한 적 없었다. 퓨전 양식이 워낙에 강해서 일렉트로니카라고 분류의 태그를 붙이기에는 좀 아닌 감도 있다. 어떻게 보면 월드 뮤직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Flow Dynamics <Flow Dynamics>
LP와 턴테이블, 미디 모듈로 음악을 만드는 작업이 이제는 보편화되어서 그와 같은 과정이 그리 눈이 크게 뜨일 일은 아니지만 멀티 인스트루멘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데이브 맥키니(Dave McKinney)의 원 맨 밴드인 플로우 다이내믹스는 오리지널 펑크(original funk)를 그러한 방식으로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즉흥 연주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운 조합, 속도감 넘치는 펑키 브레이크비트와 날것의 느낌이 강하게 배어나는 베이스라인은 강한 중독성을 분출한다. 연주 음악뿐만 아니라 래퍼를 초빙해 얼터너티브 힙합의 모양을 내는 곡도 있어 재미를 더할 것이다. 락킹 댄서, 비보이라면 더욱 탐낼 앨범이 아닐까.

아쉽게도 이 세 장 모두 수입 또는 라이선스 되지 않았다. (내가 알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