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 - Letter From My Heart 원고의 나열

비약해서 표현하자면 박정은은 온라인에서 잉태되어 네티즌이란 산파의 도움을 받아 탄생한 가수다. 데뷔작 <Letter From My Heart>는 지난해 말 그녀가 포털 사이트 '야후코리아'의 스타 발굴 프로젝트에 선정돼 네티즌의 높은 지지를 얻어 반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발표한 앨범. 지상파 위주로 진행되던 스타 등용문의 프로그램이 이제는 포털 사이트와 엔터테인먼트사(혹은 음반사)와의 공조로 새로운 채널을 개척하는 시대에 문을 연 것이다.

썸(Thumb)이라는 밴드로 실력을 연마하며 라이브 무대 경험을 쌓은 후, 2005년에는 어반(urban) 소울 밴드 소울사이어티(Soulciety)의 보컬로 참여하였고 같은 해 3월, 영화 '로망스'의 사운드트랙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를 포맨(4 Men)과 함께 불러 유명세를 탔으니 경력으로 보아 박정은을 신인이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그래도 데뷔 음반이라고 신인으로서의 풋풋함과 부담 없는 모습으로 다가서고 싶었을까. 소울사이어티의 첫 앨범 <2 Colors>를 듣고 그 앨범에서의 박정은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그녀의 데뷔 음반에 대해서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Mr. Player', 'U Just'와 'I Can't Let You Go'에서 짙게 표출했던 소울풀함은 애연(曖然)해지고 트렌디한 감성으로 무장한 발라드 넘버들이 활보한다.

그러나 이러한 면은 도리어 음반의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랑의 감정을 까다롭지 않게 이끌어 내는 가사, 대중적인 멜로디와 편곡은 뭉근한 흡입력이 있으며 거기에 박정은의 풍부한 성량은 바탕의 음악들과 침착하게 조화를 이루어 유연한 흐름을 갖는데 일조한다. 이것은 기교를 뒤춤에 감추어, 되도록 편안하고 곧게 노래를 부르려는 노력으로 비춰지는 것이기도 하다.

소소한 기억의 조각을 떼어와 그리움의 고백으로 풀어놓은 발라드 곡 '된장찌개를 좋아해'는 차분한 진행을 보이다가 후렴부분과 클라이맥스에서 크게 터뜨려 주는 형식을 띄고 있는데, 현악 연주가 부드러움과 웅장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대중친화를 겨냥한 듯한 제목은 조금 자극적이다. '그래서 사랑은', 'Last Call' 등에서도 가미된 스트링은 박정은의 보컬과 어우러져 애절한 감정을 과하지 않게 표현하며, 보사노바 풍의 리듬에 색소폰 연주가 멋스럽게 배어든 'Blue Moon'은 앨범의 또 다른 별미 중 하나. '그래도 사랑하니까'는 에스지 워너비나 씨야(See Ya)의 포맷을 고스란히 닮은 미디엄 템포의 곡으로서 준(準) 타이틀로 낙점 받을 만한 노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체적인 편안함 속에서도 몇몇 곡의 후렴부에 박정은의 거친 음색을 작위적으로 돌출시키려는 듯한 모습이 감돈다는 것이다. 굳이 떨림을 주지 않더라도 애틋한 감성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 가능했으리라 보인다. 거기에 더해 각각의 수록곡들은 매끈하고 선율의 흐름이 좋지만 가사로는 '된장찌개를 좋아해'만큼의 임팩트를 지닌 곡이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생각된다.

경음악과 믹스 버전, 기존에 공개되었던 'U Just',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를 제외하면 새로운 노래는 8곡뿐이라는 점에서 급조한 감이 들긴 하지만 디바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는 실력 있는 새내기의 등장에 괜찮은 점수를 주어도 무방할 것 같다. 앨범 재킷에 담긴 수굿한 박정은의 모습에서 진한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2006/07 한동윤 (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