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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처음 들을 때랑 두 번째 들을 때, 세 번째 들을 때, 그리고 한동안 안 듣고 있다가 다시 들을 때 다 느낌이 다르다. 처음 듣고 나서 '이건 올해의 음반 급이야!'하며 광분하던 작품 중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좋다'하는 생각이 굳건해 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확신이 서서히 묽어지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올해의 음반을 선정할 때면 늘 혼란스럽다. 출시된지 얼마 안 되어 따끈따끈한 상태로 만났을 때는 내 맘도 뜨겁다가 확인 작업 차 긴 시간이 흘러 마주했을 때는 그것의 떨어진 온기만큼 내 반응은 덩달아 차가워지기도 한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기호라는 게 분명히 존재하고 아무리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해도 세상에 나오는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일이라 올해의 음반을 선정하는 게 많은 이의 기대를 아우를 순 없고, 심하게는 편협되어 보일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어떻게는 매번 아쉬움이 남는 일일 것이다. 올해도 거의 반을 지나온 지금 벌써 연말이 걱정,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작년에 IZM에서 '올해의 음반 번외' 중 하나로 선정한 스무 편의 힙합, R&B, 일렉트로니카 앨범 중 몇 개를 여기에 추천해본다.
(서문은 '추천 음반 08-03'과 동일) ![]() Armand Van Helden <Ghettoblaster> 21세기 일렉트로니카의 핵심 문법이자 트렌드는 단연 '복고'다. 근 5년 가까이 혹은 넘게 전자 음악 신에서는 서로 합의라도 한듯 레트로 양식에 밀착한 음악을 부단히도 만들어 왔던 것 같다. 풍조가 그러니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시도이지만, 아무나 그것을 자신의 음악에 잘 녹여낼 수는 없다. 영민한 프로듀서 아만드 반 헬덴은 그 경향을 빠르게 흡수했으며, 특유의 댄서블 비트 제조 실력을 발휘해 '들을 때 가만히 있으면 병이 날' 호쾌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특유의 강력한 클럽 비트는 여전하다. 힙 하우스, 유로 댄스, 프리스타일, 신스 팝 등 다양한 고전 양식이 가미된 그의 음악은 하우스의 초창기와 그것이 한참 약진하던 시절로 듣는 이를 안내한다.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하우스란 이런 것! ![]() Rahsaan Patterson <Wines And Spirits> 작년에 출시된 중견 그리고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R&B, 소울 싱어의 앨범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대부분 네오 소울 뮤지션은 태동기부터 쭉 내려온 장르 특유의 그루브를 유지하는 데에만 힘썼을 뿐, 대중의 다양한 기호를 맞추기에는 인색했던 것 같다. 그에 반해 라산 패터슨의 네 번째 앨범은 네오 소울의 진득한 정취를 온전하게 표현해낼 뿐만 아니라 때로는 펑키하고 때로는 컨템퍼러리 리듬 앤 블루스의 정서를 주입함으로써 많은 이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소리를 완성했다. 항상 범작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한 그였지만, 이러한 부분을 통해서 너무 어렵지만은 않은 대중적 접점을 찾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Wagon Cookin <2 Faces> 앨범 타이틀이 내용물을 가장 포괄적으로 압축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해도 때로는 그리 매치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전혀 수긍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웨건 쿠킨의 이 앨범 타이틀만큼은 이 음반을 나타내는 가장 적확한 표현이었다. 앨범의 내용물은 같은 음악가가 만든 것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두 가지 다른 면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브로큰 비트(broken beat)와 소울, 재즈, 라틴 음악의 아름다운 퓨전을 보여주다가 첫 아홉 곡 이후부터는 갑자기 변해 한밤중 클럽을 울릴 테크노와 하드 하우스로 변주한다. 예쁘고 차분한 의상을 입고 있던 여성이 갑자기 옷을 쫙 찢어 그 안에 섹시하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이 상상이 될 정도로 음악은 급변한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함은 이들, 이 음반에게 어울리는 단어였고 탄탄한 구성까지 겸비했기에 강한 흡인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라산 패터슨을 제외한 나머지 두 앨범은 정식 수입되거나 라이선스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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