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n Pooley - Souvenirs 원고의 나열

다수의 독일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브레이크비트 계열의 단단하고 강렬한 사운드로 위력을 전면에 세우는 반면 이안 풀리(Ian Pooley)는 더욱 다양한 사운드, 장르와의 절충과 조화를 통해 댄서블(danceable)한 비트를 잔잔하게 진행시킴으로 자기 영역을 확고히 굳힌 아티스트이다.

이것을 조금 더 구체화 시켜 말하자면, 전자 음악의 유전 형질인 미니멀(minimal)함과 날카로움에 디트로이트 테크노(Detroit techno) 특유의 분위기, 감성의 골자라 할 수 있는 고요함과 쓸쓸함을 섞은 주 소스로 그만의 공식화된 음악을 제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두 살의 나이에 디제잉을 시작한 이안 풀리는 <Meridian>(1998), <Since Then>(2000) 앨범이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디제이 통카(DJ Tonka), 무스 티(Mousse T)와 함께 독일 클럽 음악을 이끄는 거목으로 성장했다. 어디 그뿐인가. 에디 아마도(Eddie Amador), 딥 디쉬(Deep Dish), 아하(A-ha) 등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05년에 발표한 본 앨범 <Souvenirs>는 전술한 바와 같은 음악적 큰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샘플링이라든가 보사노바, 브라질리언 리듬을 수용하면서 색다른 맛을 내고 있다.

이안 풀리의 초창기 음반에서는 그의 기반이 어디인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테크노사운드가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으로 오면서 객원 보컬을 두어 노래의 선율에 비중을 실은 곡이 많아졌다는 사실 또한 점차 변화된 모습 중 하나다. 일본의 힙합 프로듀서 누자베스(Nujabes)의 'Ordinary Joe'에 피처링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하지만, 앨범 출시일은 이안 풀리의 본 음반이 누자베스의 것보다 9개월 정도 빠르다.) 기타리스트 겸 소울 보컬리스트 테리 캘리어(Terry Callier)가 참여한 'Hotel Boogie', 독일의 브라질리언 재즈 그룹 로잔나 앤 첼리아(Rosanna & Zelia)가 함께한 'Me Leve', 제이드 앤 다니엘(Jade & Danielle)이 목소리를 들려주는 'Heaven' 등이 부드럽고 가벼운 분위기로 절제된 흥겨움을 표현한다.

앨범의 백미는 단연 'All About You'로서 클럽 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보컬로 참여하고 있는 타미 보케이(Tami Bokay)는 알려진 가수가 아니지만 음색의 밝기가 뚜렷하여 댄스곡에 제격이다. 이 트랙은 이안 풀리 음악의 또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건반 연주가 전체적인 상황을 이끌면 중반과 후반부의 색소폰 연주가 쫓아가며 빈틈을 채우는 듯한 편곡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나지막하게 곡을 주도하던 건반은 끝 부분에 도달해서 다른 음계로 짧은 연주를 펼치는데 이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는 이안 풀리의 세밀함이 단적으로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다.

평소 이안 풀리가 존경해오던 브라질의 음악가 마르코스 발레(Marcos Valle)와 합작한 보사노바 곡 'Sentimento'는 앨범 내에서 쉬는 시간 격의 트랙이다. 앞뒤로 쭉 버티고 있는 활발한 노래들 사이에 보란 듯이 자리를 터서 잠시 느긋하게 보낼-단어 그대로 라운징할- 수 있게 한 것은 청취자를 위한 배려이자 라운지, 보사노바 편집 음반인 <Ibiza> 시리즈에서 선보인 편곡 능력, 그의 라운지 음악에 대한 애정을 느끼기 충분한 곡이다.

<Souvenirs>는 빈틈이 없는 진행을 보이면서도 수록 곡들의 완급이 분명한 게 커다란 장점이다. 지루할 새가 없는 속도감과 거칠지 않은 안정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니 이안 풀리의 자취에 새겨질 또 하나의 쾌심작이다.

2006/07 한동윤 (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