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음반 2008-05 그밖의 음악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온몸이 습해지는 느낌까지 들어 '물 먹는 하마'라도 끌어안고 싶어진다. 정도껏 내려야 커피 한 잔 마시며 운치를 느끼겠지만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날만큼 쏟아지는 그 양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도떼기시장보다 더 시끌벅적한 자연의 소리를 모처럼만에 들어서일까. 낯섦을 넘어서서 이제는 무섭다. 단어 하나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축축하고 뭔가 음험한 날에는 유쾌, 상쾌, 통쾌한 음악을 듣든가 맞불 작전으로 아주 기이한 소리를 내는 걸 찾게 된다. 최근 나온 앨범 중 이런 날, 이런 기분에 어울릴 만한 작품을 골라본다.



The Cinematic Orchestra <Live At The Royal Albert Hall>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이 음반은 앞서 이야기한 '맞불' 용도라는 것을. 1999년 데뷔 이래, 트립 합, 다운템포, 애시드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이상한 음악(이들을 설명하기에는 이 말이 그나마 적확하지 않을까?)'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그룹 시네마틱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앨범이다. 런던 켄징턴에 위치하고 있으며 19세기에 건립된 로열 앨버트 홀은 영국의 대표적인 음악당으로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 딥 퍼플(Deep Purple), 아바(Abba),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콘서트를 가진 공연장이며 이미 많은 가수가 이곳에서 펼친 공연을 담은 앨범과 DVD를 냈다. 시네마틱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록도 아니고 댄스도 아니다보니 지루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종일 차분하고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음악은 정말이지 묘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 어느 순간 자신들이 내는 소리에 청취자를 집중시키게 할 것이다.



Lettuce <Rage!>
이번엔 진득한 리듬에 몸을 흔들 차례다. 이제 당신에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리듬으로 다가올 것이다. 1992년 결성된 레티스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7인조 재즈 펑크(funk) 퓨전 밴드다. 멤버들의 훌륭한 연주 실력은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며 이들이 협력해 만들어낸 음악은 상추를 뜻하는 그룹 이름처럼 아삭아삭한 질감과 특유의 향을 내는 그루브를 이끌어낸다. 메이시오 파커(Maceo Parker),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 애버리지 화이트 밴드(Average White Band) 같은 브라스 위주의 펑크 튠과 피부에 들러붙는 끈적함, 무게감 있는 디스코를 좋아하는 이라면 레티스의 음악에 금새 매료되리라 믿는다. 이들의 마이스페이스에 가면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The Million Dollar Orchestra <Better Days>
앨범 재킷에 박힌 7, 80년대 필이 물씬 풍기는 열다섯 장의 사진이 이들 음악을 대변해준다. 그룹 이름도 이들 음악의 또 하나 단초다. 밀리언 달러 오케스트라라니... 이 팀의 지향은 디스코가 인기를 누리던 70년대에 적을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베리 화이트(Barry White)가 이끌던 러브 언리미티드 오케스트라(Love Unlimited Orchestra), 몬타나 오케스트라(Montana Orchestra), 샐소울 오케스트라(The Salsoul Orchestra) 등의 관현악을 특징으로 하는 유명 디스코 밴드를 이들도 닮고 싶었나보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팀의 거처는 으레 미국이라 생각하겠지만, 예상과 달리 이들은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그러면 여기서 벽견이 또 하나 생성되기 마련이다. '그럼, 제대로 된 디스코를 하긴 하는 걸까?'하는 의심. 걱정일랑 돌돌 말길... 밀리언 달러 오케스트라는 이름으로 박은 어마어마한 액수처럼 아주 풍성한 사운드를 그것도 아주 근사하게 재현한다. 그 어떤 정보 없이 음악을 접한다면 '70년대 그룹이구나'하며 자신의 판단을 사실로 여길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회귀를 보여준다. 하나 선배 뮤지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현악기 위주의 푸근한 분위기보다는 퍼커션과 리듬 위주의 경쾌함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도 좋다.

위 앨범들은 아직 국내에 정식 수입 또는 라이선스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덧글

  • Birdland 2008/07/25 19:28 #

    셋 다 멋진 음반들이지요. 특히 시네마틱 오케스트라는 요새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릴때 참 잘 어울리구요.
  • 한솔로 2008/07/28 18:50 #

    그렇죠? 시네마틱 오케스트라는 비 내릴 때 들어야 더 맛이 우러난다니깐요.
  • 최강호 2008/08/01 23:12 #

    아하하- 이거였군요!
  • 한솔로 2008/08/04 11:44 #

    응 이 앨범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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