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년 동안 힙합/R&B 신의 헤게모니를 쥐고 트렌드를 주도한 미다스의 손 팀버랜드(Timbaland)였지만 올해 그는 한곳에 매이기를 거부하고 팝 음악 전반으로 활동 영역의 확대를 꾀했다. 물론 자신의 노래인 'The Way I Are'라든가 피프티 센트(50 Cent)의 'Ayo Technology'가 여전히 흑인 음악 차트 정상을 누볐다. 그런데 리듬 앤 블루스, 힙합 영역 내에서 팀버랜드보다도 당당히 활보하고 이름을 드높인 이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가 바로 에이콘(Akon)이다. 자신의 두 번째 앨범 <Konvicted>와 그가 설립한 레이블 콘빅트 뮤직의 시발주자 티 페인(T-Pain)의 소포모어 작품 <Epiphany>가 큰 사랑을 받으며 뮤지션으로서나 제작자로서 그의 위상은 단숨에 수직 상승했다. 호랑이 없는 굴에서 여우가 왕 노릇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말에 그의 상황을 대입하자면 에이콘은 충분한 실력이 밑받침되는 기민한 여우일 것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2007년은 단연 에이콘의 해였다.
그런 그가 이번엔 색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니얀다(Nyanda)와 나일라(Nailah), 자메이카 출신의 친자매로 이뤄진 브릭 앤 레이스를 앞세워 히트 퍼레이드에 쐐기를 박으려 한다. 힙합 음악을 꾸준히 들어온 사람이라면 예전 언젠가 그녀들의 이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물가물하겠지만 다시 찾아서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싶다. 주라식 파이브(Jurassic 5)가 작년 여름 발표한 <Feedback> 수록곡 중 'Brown Girl'에 참여한 것. 기존에 품고 있던 그들의 이미지를 일소하며 다른 방향으로의 경쾌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두 여성이 다섯 남자를 녹일 것만 같은 느낌, 섬나라 고향에서 체득한 특유의 바운스는 그 음악을 청취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대망의 데뷔 앨범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사뿐사뿐함은 브릭 앤 레이스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특장이 되며, 든든한 지원자이자 사장인 에이콘뿐만 아니라 쿨 앤 드레(Cool & Dre), 윌아이앰(will.i.am), 재지 페이(Jazze Pha) 등 유명 프로듀서들이 크레디트를 장식하고 있어 이들의 출발이 탄탄대로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에이콘이 직접 프로듀싱한 첫 싱글 'Never, Never'는 장엄한 브라스 프로그래밍과 다이내믹한 리듬이 돋보이는 곡으로서, 각 소절의 길이를 짧게 하고 후렴의 반복을 늘림으로써 100퍼센트 클럽 친화적인 틀을 완성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명곡 'The Boxer'의 멜로디를 차용한 'Why'd You Lie?'는 가녀린 목소리와 귀에 익은 'Lie-La-Lie'만으로 순식간에 기억되는 노래일 듯하다. 영화 <브랏츠>의 사운드트랙에 실리기도 한 'Love Is Wicked'는 높게 찌르는 관악기 연주와 보컬의 일치가 즐겁게 들린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레게, 느린 템포의 댄스홀, 컨템퍼러리 R&B 등 다채로운 스타일로 매력을 한껏 풍기지만 한 번에 쫙 빨아들이는 공력이 부족하다. 에이콘이나 티 페인은 탄탄한 편곡과 귀에 쏙 들어오는 후렴, 싸게 느껴지는 중에서도 왠지 모를 강건한 아우라가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즐기기에는 별 무리가 없겠지만 그것이 이 듀오를 진득함 없이 살랑거리기만 하는 예쁜이들로만 각인시킬 우려를 남긴다. 2008년에도 에이콘의 천하는 계속될 것인가? 장담하기엔 이르겠지만 브릭 앤 레이스가 내는 힘으로는 조금 버거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오이스트리트 2008년 1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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