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elle - Shine 원고의 나열

'American Boy'만을 듣는다면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크다. “제목마저도 'American Boy'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걸 보니 이번에는 철저히 미국과 다른 나라로의 진입을 겨냥하고 만든 것 같다”, “그녀가 미국으로 발을 들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굴뚝같았는지 음악 스타일에서도 큰 변화를 꾀했다”, “정통 힙합과 소울을 보여줬던 지난 앨범과는 달리 신시사이저 위주의 반주를 곡의 마감재로 삼아 댄스풍 팝 랩, 업 템포의 컨템퍼러리 R&B 쪽으로 방향을 확 바꾸었다” 등의 의견을 낼 이도 많(았)을 듯하다.

'American Boy'만을 듣고 크레디트를 확인한다면 또한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크다. “캐스팅은 또 얼마나 미국 지향, 출세 지향적인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를 비롯해 윌아이앰(will.i.am), 스위즈 비츠(Swizz Beatz), 존 레전드(John Legend) 등 미국 주류 흑인 음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스타 뮤지션들을 섭외한 것은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다”라고. 전부는 아니겠지만, 음악을 하는 이라면 한 번쯤은 저들과 같은 업계의 거물들과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에스텔이 꼭 상업적 성공을 작정하고 이번 앨범을 준비했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한 이야기와 유사한 결론은 어디까지나 그 노래 하나만을 들었을 경우에 생기는 단정이 될 듯하다. 일렉트로니카 문법을 흡수해 강한 전자 사운드로 많은 음악팬의 청신경을 울리며 인기를 모아나가고 있지만, 대중성과 시류만을 좇으려는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확언하기에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이번 소포모어 앨범은 자기가 태어난 해를 외치며 어린 시절을 회상한 '1980'과 다른 수록곡들이 내던 틀과 전체적으로 특별히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대신 조금 힘을 뺀 구성으로 힙합 애호가들을 공략한다.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Screamin' Jay Hawkins)의 'I Put A Spell On You'를 샘플링한 첫 싱글 'Wait A Minute (Just A Touch)'는 그 어떤 매력도 발산하지 못했고 자국의 차트 진입마저도 실패했다. 새롭게 만든 곡은 무관심에 냉대를 받았건만, 기존에 있던 노래가 의외의 효자가 돼주었다. 윌아이앰의 세 번째 솔로 앨범 <Songs About Girls>에 수록된 'Impatient'의 본판을 그대로 옮겨와 코드랑 멜로디만 바꾼 'American Boy'가 유럽과 미국에서 히트한 것. 중독성 있는 몽롱한 반주는 카니예 웨스트의 랩과도, 에스텔의 보컬과도 잘 어울렸고, 미국 곳곳으로의 여정을 꿈꾸는 영국 처녀의 바람은 북아메리카 음악 차트의 문을 활짝 열게 했다. 칩멍크(chipmunk) 효과를 준 후렴이 깜찍하게 들리는 'In The Rain', 존 레전드와 대등하게 호흡을 맞춘 미디엄 템포 넘버 'You Are', 스위즈 비츠 특유의 댄서블한 감성이 직렬 배양된 'Shine' 등은 적당한 무게로 흑인 음악의 줄기를 잇는다.

<Shine>은 메인스트림 힙합과 리듬 앤 블루스를 주 메뉴로 삼으면서 레게와 덥, 가스펠 등 다채로운 스타일을 취해 타이틀처럼 '반짝'인다. 카디날 오피셜(Kardinal Offishall)의 레게 톤 래핑과 그에 완벽한 보조를 맞춘 에스텔의 구성진 보컬이 차지게 들리는 'Magnificent', 긴 울림을 내는 스네어 프로그래밍으로 나른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Come Over', 1960년대 소울을 재현했던 처녀작의 'Go Gone'처럼 다시 한 번 재래식 사운드의 옷을 걸치고 과거로 돌아간 'Pretty Please (Love Me)'가 다양성을 보충한다.

아무리 히트 싱글 'American Boy'가, 전작에 비해 더 많은 참여를 보인 유명 음악가의 이름값이 미국 진출의 급행열차가 되었다 한들, 주류 음악 문법만을 붙잡고 늘어지지는 않는다. 더구나 에스텔은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랩을 한다. 자기표현을 할 줄 알며, 자신이 지닌 재능을 충분히 드러내는 것이다. 근자에 '제2의 로린 힐(Lauryn Hill)'이라는 호칭이 어울릴 이만한 인물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아직까지는 영국에 한해서이지만.

2008/08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CIDD 2008/09/08 05:56 #

    '문법'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시는 것 같아요.
  • 한솔로 2008/09/08 14:58 #

    적확하게 형용해 줄 수 있는 단어가 얼마 없는 것도 있고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개인적 한계도 있구나. 분발할게.
  • CIDD 2008/09/09 02:03 #

    아니 형님;;;; 그런 게 아닌데;;
  • 한솔로 2008/09/09 11:06 #

    가벼운 응답 반, 진담 반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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