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 Songs About Girls 원고의 나열

윌아이앰(will.i.am)은 아직 자신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음악 제조 공식을 정립하지는 않았지만 대중의 기호를 한순간에 사로잡는 곡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 중 하나다.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수많은 애청곡과 존 레전드(John Legend)의 'Ordinary People', 푸시캣 돌스(Pussycat Dolls)의 'Beep', 나스(Nas)의 'Hip Hop Is Dead'에 이르는 히트 행렬은 힙합, 컨템퍼러리 R&B, 소울 등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다수의 취향을 만족하게 하는 빼어난 프로듀싱 실력을 증명한다.

어느덧 솔로 세 번째 앨범이다.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동료 가수들의 곡으로, 또는 그룹으로 선보인 스타일과는 사뭇 다르다. 블랙 아이드 피스의 흥행작 <Elephunk>와 <Monkey Business>가 흑인 음악 기반의 바운스를 머금고, 맘껏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유쾌한 리듬을 발산했다면 <Songs About Girls>는 여전히 클럽 지향적이긴 하나 모태는 전자 음악이요, 분위기는 한층 다소곳해지고 비교적 얌전해졌다.

차라리 BBE 레코드사의 프로듀싱 중심을 기조로 한 기획 시리즈인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의 일환이자 개인 앨범 <Lost Change>, <Must B 21>의 혈맥을 조금 이었다고 보는 게 나을 것이다. 공식적인 명칭은 없지만 현재 영미(英美)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저변을 확대하는 전자음 기반의 '멍한(spaced-out)' 힙합으로서 한 면을 장식한 두 장 음반의 소리 얼개처럼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니카 형식을 탑재했으며 질감의 중화를 위해 팝의 부드러움과 다채로운 소스를 첨부했다.

사운드적인 면과 더불어 한 가지 주제로 일관된 노랫말도 또 다른 특징이다. 윌아이앰은 빌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반(半) 자서전 격의 콘셉트 앨범이에요. 모든 노래는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에서 벗어나거나 그것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사랑을 파괴하고 소실하는, 그러고 나서 다시 새로운 상황을 시작하는 것을 담고 있어요. 이런 여정은 이와 같은 독특함을 만드는 것이 되었어요.” 지난 7년간 연애담은 이번 작품을 그려낸 동기이자 바탕이 됐다. 한때는 용광로의 열기마저도 같잖게 여길 정도로 활활 타올랐던 사랑에서부터 관계의 정리까지… 경험에 근거한 사랑 노래를 모았다.

가벼운 기타 리프가 전면에 배치되어 흥을 내는 첫 싱글 'I Got It From My Mama'는 중반부를 지나 브레이크비트로 변이되는 리듬이 이채로우며, 기승전결을 확실히 나눠 쉽게 전달되는 'Over'와 근래 유행하는 일렉트로니카의 복고 문법을 엿볼 수 있는 디스코 넘버 'Get Your Money'는 귀를 유쾌하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사랑을 깨뜨린 자신을 책망하는 내용의 'Heartbreaker'는 도드라진 싱코페이션과 짧게 찍는 스트로크가 애틋한 분위기를 상승시키며, 다시 기회를 달라며 매달리는 'One More Chance'에서는 연인의 마음을 돌리려는 사내의 측은함이 몽롱한 코러스에 투영된다.

전체적으로 침잠된 흐름, 윌아이앰은 뜨거웠던 연애 초창기보다는 헤어짐과 그로 말미암은 후회 쪽에 더 비중을 두고 묘사한다. 내용만을 본다면 남들 다 겪어본 그저 그런 사랑 얘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감정과 노랫말에 집중하게 되고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는 단 하나, 음악 하나하나 모두를 무척 잘 들리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재능은 흑인 음악을 지나 이번엔 일렉트로니카에서도 빛을 발했다. 옥야천리(沃野千里)가 따로 없다.

2007/10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작두 2008/09/25 01:17 # 삭제

    좋은글 잘 봤습니다~~^^
  • 한솔로 2008/09/26 15:28 #

    반갑습니다.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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