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Kids On The Block - The Block 원고의 나열

14년 만에 선보이는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신보는 그들 경력에서 최악의 앨범이라는 자취를 남길 듯하다. 컴백의 신호탄이 되었던 첫 싱글 'Summertime'을 공개할 때부터 평단과 일부 팬들 사이에서 나오던 우려 섞인 목소리는 결국 실망의 과녁 정중앙을 세차게 뚫어 버리고 말았다.

20년이 넘는, 은퇴를 선언하고 각자 활동하던 기간을 빼면 10년이 채 안 되는 세월에서 찬란했던 그룹 역사의 과거 한 조각만 바라보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현재에 맞는 변화가 필요함을 알지만, 트렌드에만 급급한 나머지 '뉴 키즈'하면 떠오르는 산뜻함과 깔끔한 팝의 격조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을 만들고 프로듀싱했던 미다스의 손 모리스 스타(Maurice Starr)의 부재 때문에?, 로버트 클리빌스(Robert Clivilles)와 데이비드 콜(David Cole)의 감각적인 편곡이 묻지 않아서?, 테디 라일리(Teddy Riley)의 작법이 이미 구식이 돼서? 팝 음악의 판도가 바뀐 것은 자명할지라도 자신들의 위치가 과연 그러한 시류에 맞는지,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은 '새 앨범 발매'에만 모든 걸 소모했다.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휘황찬란하게 리듬이 배열된 것은 아니지만, 주류 음악이 보편적으로 제시하는 댄서블한 스타일이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으며, 가사 또한 일련의 노래들이 거의 항시에 가깝게 품는 새롱거림, 하룻밤 유희를 위해 이성을 찾는 이야기, 성에 대한 노골적인 언급 등이 주를 이뤄 부담스럽다. 불혹에 접어드는 결승선에 몇 발자국 앞에 와 있는 다 큰 '키드'들이기에 소재의 소화라는 면에서는 이상할 건 없으나 소녀들만을 위한 연서를 날리던 그들의 옛 모습을 떠올려 보면 이건 마치 향락의 대열에 오른 첫돌을 자축하는 잔치를 벌이는 그림이다. 음흉한 미소를 띠며 '이리와, 아저씨들이 놀아 줄게'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전자 음악과의 결합이나 업 비트로 주의를 끄는 노래들은 오로지 유행을 타는 편곡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Big Girl Now'를 비롯해서 'Dirty Dancing', 'Sexify My Love', 'Put It On My Tab' 등이 주도하는 댄스곡들은 어린 나이의 청취자 층에는 어필할지 모르겠으나 경량감만 앞세울 뿐, 그 이상의 매력은 제공하지 않는다. 주형에 넣어 찍어낸 한시적 회춘이 그들에게 맞을 리 만무하다.

프로듀서들의 역할과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점도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빛나야 할 복귀의 조도(照度)를 암전에 가깝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로 싱글 커트 된 'Single'은 누가 주인공인지 가늠을 할 수 없을 정도다. 파트가 적든 많든 간에 노래를 부르는 이는 서너 명 이상이 되는 시스템에서 굳이 마이크를 하나 더 놓을 필요가 없었음에도 사족을 달아 버렸다. 래퍼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외할 만한 실력의 보컬리스트도 아닌 니요(Ne-Yo)라서 피처링이라는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형국이다. 여기서 그의 입회는 객원 보컬로나 프로듀서로나 낙제 감이다. 팀버랜드(Timbaland)가 비트를 제공한 'Twisted' 역시 이름값을 못한다. 하드 정리용으로 싼 값에 방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팀버랜드 고유의 날카로움이나 탄탄함과는 거리를 둔다. 레드원(RedOne)과 에이콘(Akon)이 공동으로 프로듀싱한 'Put It On My Tab'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분량 할당이 전도됐다. 에이콘의 음성이 워낙 강렬하기에 잠깐만 등장해도 튈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곡의 반 이상을 맡겼다. 조든(Jordan Knight)과 도니(Donnie Wahlberg)의 목소리를 은닉시키는 미필적 고의를 저지른 격이다.

어중간한 메인스트림 댄스곡보다는 차라리 'Stare At You' 같은 노래가 과거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사랑 노래를 부르던 때의 곱상한 이미지를 보전해준다. 그러나 보너스 트랙인 'Close To You'를 제외한 상태에서 보면 발라드다운 발라드는 이 곡 하나라서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사이즈가 대강 맞는다고, 디자인과 색감이 좋은 옷이라고 해도 그게 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건 아니다. 번지르르함을 과시하는 최근 유행의 음악에 성급하게 몸을 밀어 넣었지만, 그 모습은 심히 불편하기만 하다. 성숙을 꾀하며 양질의 작품을 선보였음에도 박수칠 때 단호히 떠난 1994년의 일은 호기(豪氣)로 기록되겠지만, 박수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쯤에 좋지 않은 앨범을 들고 돌아온 건 객기로만 기억될 것이다. 유종은 반드시 그때였어야 했다.

2008/09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땅콩 2008/09/24 21:02 #

    비주얼부터가 ... "동네 노는 형'들로 변해버렸으니 "키즈"를 떼었어야 했나요...
  • 한솔로 2008/09/26 14:54 #

    뉴 키즈 온 더 블록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은퇴했는데 컴백은 원래 이름으로 하고 말았네요.
  • 토니 2008/09/26 22:41 # 삭제

    오랜 뉴키즈의 팬으로써..이번 앨범은 과감히 올해의 최악의 앨범 중 하나가 아닐까란 생각을 했는데..한솔로군의 평도 나랑 같은 느낌이구나..
    발전,변화 이런거 기대는 안했지만..쉽게 얘기해서 단순히 좋게 들리는 곡 조차 찾기가 힘드네...

    그냥 Close to You..이곡 하나에 만족하며 듣고 있어..
  • 한솔로 2008/09/28 18:21 #

    보너스 트랙을 포함한 끝에 두 곡이 그나마...
  • 오이 2008/10/02 11:34 # 삭제

    수억년만에 낸건데 좀 고심좀 하고 내지.. 설마 이게 고심의 흔적은 아닐테지요.. 역시 너무 기대한건가요 -_ㅠ

    하드정리용대방출이란 말이 가슴을 후비네요 ㅠㅠ
  • 한솔로 2008/10/03 14:50 #

    이제는 각자 하던 일 다시 하시면서 묵언수행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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