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이다. 첫 솔로 작품이 되는 EP <Journey Into The Urban City>가 세상 빛을 본 게 2002년이었으니 페니(Pe2ny) 단독으로 앨범을 내는 건 근 6년 만인 셈이다. 아무리 그가 정력적으로 다른 가수들에게 비트를 만들어주고, 음악 동료이자 소속사 식구이기도 한 타블로(Tablo)와의 프로젝트로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을 결성해 인스트루멘틀 힙합 앨범을 제작하며 프로듀서로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왔다고는 해도, 부피가 처음보다는 많이 줄어들었겠지만, 개인 앨범 출시에 대한 기대를 장기간 품어온 팬들의 바람은 그 시절 그때부터 계속됐을 것이다. 아마도.
오랜만이라고 여겨질 것은 비단 세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은 않다. 그가 편성하고 손질한 사운드의 기저가 어떻게 되는지에 제일 먼저 중심을 두게 된다. 이전의 앨범이 전반적으로 재즈를 주 소스로 채택하여 직조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1970, 80년대의 소울, 리듬 앤 블루스를 배합해 맛을 낸다. 그러나 한결같은 건 사운드가 무척 푸근하다는 점이다. 매섭게 외이도를 파고드는 리듬 싱코페이션의 혼효 속에서, 귓전을 멍하게 만들며 시종일관 울려대는 조지아주의 특산물 틈에서, 신시사이저의 격한 음이 모지락스럽게 피어오르는 진창 건너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다. 새천년 힙합의 감각적인 자극에 피로를 느끼는 이에게 더욱 반가운 소리다.
드럼의 질감을 어떠한 느낌으로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 외에도 각 샘플의 연결과 그 고리를 통해 코드를 전개해 나가는 데 신경을 쓴 것이 역력하다. 원래 있던 음원을 차용하는 방식이 아닌 간간이 악기가 들어간 부분에서도 소신 있게 밀고 나감을 감지하게 된다. 드럼을 찍고, 변형해서 배합하고, 소리를 가져다 붙이는 등등의 작업은 어차피 힙합 프로듀서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여기에서 페니는 그것뿐만 아니라 연주나 보컬 샘플을 짜 맞출 때 나오는 멜로디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고 면밀히 스케치 했다. 아마도 이터널 모닝 작업이 자연스럽게 코드에 대해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을 테다.
이번에는 온전한 경음악의 모음이 아니기에 비트 자체에 우선을 두기보다 래퍼들을 음악과 조화시키는 작업도 중요하다. <Alive Soul Cuts Vol. 1>은 그렇게 우려할 만한 점에서 빗겨 있다. 많은 객을 불렀음에도 어디 하나 튀는 구석 없이, 목소리를 입히는 이들의 음성과 비트와의 조율이 잘돼 삐걱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녹음 상에서 무언가를 특별하게 요구하거나 상세하게 소통하지 않더라도 참여한 MC들 대부분이 신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인 만큼 음악과 어긋난다거나 압도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 이 사항이 비교적 고른 사운드를 빚음에 이점으로 작용했다.
앨범은 차분함과 유려한 멋을 함께 지녀 느긋한 매력을 발산한다. 7, 80년대를 순안하며 채취한 각각의 양념들, 이것을 단단히 덩이지게 만든 페니만의 공법이 빛난다. 또한, 20여 명의 객원 가수를 들여 다채로움을 보강한 점도 최고의 미덕으로 꼽을 수 있다. 시류의 물살을 타고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작금의 미끈한 힙합보다 예스런 감성을 선호하는 이라면 이 음반은 그가 그리워하던 시절로의 회귀이기에 퍽 근사한 만남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2008/09 한동윤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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