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hanti - Collectables By Ashanti 원고의 나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한다. 괜히 나서서 행동했다가 불이익을 당한다거나 다른 이에게 누가 되었을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아샨티의(Ashanti) 어떤 행동으로 말미암아 누군가가 물질적, 또는 정신적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 리믹스 앨범을 선보이는 일이 그녀에게 '음악적'으로는 득이 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럴 거면 가만히 있는 게 차라리 낫다.

열 곡 중 여섯 곡이 리믹스 작품이며, 새로운 노래는 네 곡을 차지한다. <Concrete Rose> 이후 아샨티의 근황이 궁금한 팬들은 기존 노래와 새 창작물의 비율을 어느 정도 맞춘 이 공식적 비정규 앨범 출시가 기쁜 일이며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아무리 봐도 이 음반의 발매 목적은 이름값과 현재의 상승세를 이용해 돈이나 벌려는 요량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리믹스곡들은 신선함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진부하기만 하고, 신곡이라 하더라도 아샨티가 기존에 선보였던 음악과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Rain On Me (Remix)'에서는 의도한 것인지 실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난 조(調) 내림으로 초반부터 기운을 빠지게 하고,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Rock With You' 반주를 가져다 쓴 'Rock Wit U (Awww Baby) (Remix)'는 원곡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긴 하지만 그저 유명한 오리지널 샘플 사용이라는 다소 안일한 접근 방식만이 두드러질 뿐이다. 'Breakup 2 Makeup (Remix)'의 파워풀한 변신은 확실히 티가 나는 부분이기는 한데, 아샨티의 다소 여린 음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노래 반주만 바뀌었지 정작 노래를 부를 가수는 신경 쓰지 않았나 보다.

신곡들도 주인공과 융화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폴 월(Paul Wall)과 메소드 맨(Method Man)을 대동하여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 'Still On It'에서는 안타깝게도 그녀의 목소리와 샘플로 쓰인 음악이 따로 노는 것 같은 인상만 심어줄 뿐이며, 펑크(funk) 밴드 잽(Zapp)의 1985년 작품 'Computer Love'를 재구성한 'I Found It In You'는 원곡의 진득하고 섬세한 정서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Show You' 또한 강한 흡인력을 지닌 멜로디도 없거니와 캐치한 반주를 그릇으로 쓴 것도 아니라서 한 줌의 재미도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어반, 컨템퍼러리 R&B 신에서 활동하는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의 <J To Tha L-O! : The Remixes>나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가 발표했던 <This Is The Remix>에는 괜찮게 재편곡한 작품들이 많았지만, 아샨티의 이 앨범은 아쉽게도 상업성에만 몰두한 졸속 기획이 초래한 값어치 떨어지는 결과물 모음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녀의 열혈 지지자들에게는 아니겠지만.

2005/12 한동윤 (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