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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주류 음악에서 다양성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요즘 랩 음악이 특히 그러해서 한 장르가 인기를 독점하는 것과 그 득세 중에도 특정한 양식이 과점을 이루는 상황이 다반사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에이콘(Akon)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티 페인(T-Pain)이 공공연하게 도우미를 전담하는 체제가 이제는 굳어진 듯하다. 스냅 뮤직, 클럽의 스피커를 나와 흩뿌려질 '댄스용 힙합 음악'은 계속해서 자가 복제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가사는 늘, 번번이 한 번의 유흥을 위해서 던지는 입질 멘트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틀에 박히지 않은 소리가 그립거나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고풍의 음, 더불어 사색하고 고민해 보도록 해주는 노랫말 한 줄이 간절해질 때에는 메인스트림이 아닌 언더그라운드로, 혹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릴 때가 많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열 장의 앨범들이 그에 해당한다. 최근에 출시된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나타내주는 차트에서는 이들의 이름을 볼 가능성이 희박하겠지만, 춤 출 때나 사용하는 배경음악으로 전락한 힙합 히트곡들보다는 긴 여운을 남기는 힘을 지녔음을 조심스럽게 확신해 본다.
![]() Johnson&Jonson <Johnson&Jonson> Tres Records, 2008.09.23 캘리포니아 태생의 래퍼 블루(Blu)는 참 부지런한 사람이다. 2000년대 중반 신에 데뷔한 이후 2007년 여름에는 프로듀서 에그자일(Exile)과 함께 프로젝트로 데뷔 앨범 <Below The Heavens>를 냈고 올해에는 타라치(Ta'Raach)와 인연을 맺어 크랙 너클즈(C.R.A.C. Knuckles)라는 팀을 결성해 <The Piece Talks>를 발표했다.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 장의 음반을 선보인 그가 올해 또 다른 앨범 <God Is Good>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지금은 넘치는 창작욕을 억누를 수 없는 상황인가 보다. 그 사이에 또 사건을 만든 것이 존슨앤존슨(Johnson&Jonson)이다. 존슨 반즈(Johnson Barnes)가 본명인 블루는 메인프레임(Mainframe)이라는 별명을 가진 프로듀서 존 존슨(Jon Johnson)과 뭉쳤고 그들의 이름과 성을 혼합한 익살스러운 팀명을 채택했다. 여기서 메인프레임은 브라스와 보컬 샘플, 소울과 펑크(funk) 외에도 록 등에서 얻어온 각종 리듬과 멜로디를 찰기 있게 버무린 비트로 기초를 다지며 블루는 낮은 톤의 래핑, 군더더기 없는 라임으로 합세하여 집중도를 높인다. 추천곡 : Wow!, Only Way, Bout It Bout It ![]() Elzhi <The Preface> Fatbeats, 2008.07.29 엘자이(Elzhi)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디트로이트 힙합 그룹 슬럼 빌리지(Slum Village)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故 제이 딜라(J Dilla)가 개인 활동을 위해 팀을 떠난 후 2002년에 발표한 <Trinity (Past, Present And Future)> 때부터 슬럼 빌리지에 합류했고 그전의 행보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굳이 들춰내자면 925 콜로니(925 Colony)라는 팀으로서 비정규 작업을 해왔던 것이나 1990년대 후반 <Out Of Focus>라는 EP와 믹스테이프로 목소리를 낸 정도인데, 그렇게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런 연유로 슬럼 빌리지라는 울타리에 '안전하게 갇힌' 그의 솔로 앨범은 확실한 무언가를 보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단 음반을 들어보면 미심쩍은 마음이 일거에 사라질 것이다. 오랜 동반자였던 프로듀서 블랙 밀크(Black Milk)가 제공하는 고밀도의 비트와 엘자이의 생동감 넘치는 래핑이 합쳐져 완성도를 높인다. '힙합 황금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바로 들 것이다. 추천곡 : The Leak, Colors, Save Ya ![]() DJ Muggs vs. Planet Asia <Pain Language> Gold Dust Media, 2008.09.16 1990년대 초에 데뷔하여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라틴계 힙합 그룹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의 디제이 겸 프로듀서인 디제이 머그즈(DJ Muggs)가 제작한 '대결(versus) 앨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지자(GZA)와 협연했던 <Grandmasters>(2005)와 식 재큰(Sick Jacken)과의 콜라보레이션인 <Legend Of The Mask And The Assassin>(2007)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출신이지만 전미를 통튼 언더그라운드의 명 MC로 소문이 자자한 플래닛 아시아(Planet Asia)와 대전을 펼친다. '힙합에서의 월 오브 사운드'로 정평이 난 머그즈답게 이번 작품 역시 각종 소리 샘플을 통해 광활한 공간감과 입체감을 펼치며, 동시에 드럼 루프와 현악기, 피아노 등 프로그래밍된 다른 악기들을 통해서 완성한 연주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탄탄한 조직을 과시한다. 그 틈에서 중심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융화와 융기를 반복하는 플래닛 아시아의 래핑은 작품의 질과 재미를 상승시키는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추천곡 : That's What It Is, Lions In The Forrest, Drama ![]() DJ Revolution <King Of The Decks> Duck Down, 2008.09.16 美 서부를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턴테이블리스트이자 힙합 프로듀서 디제이 레볼루션(DJ Revolution)의 새 앨범은 '야심작'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스물넷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수록곡, 그의 비트에 목소리를 누이는 스타 MC들의 숫자는 곡의 수를 넘어간다. 게다가 힙합 신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우뚝 선 다른 디제이들까지 객으로 대동해서 대형 마트형 앨범을 만들어냈다. 이런 걸 설명할 수 있는 마땅한 용어가 또 뭐가 있을까? 그냥 '야심작'으로 하자. 긴 러닝타임을 가졌음에도 전혀 루즈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진행을 보인다. 추천곡 : King Of The Decks, Funky Piano, Raided R ![]() Roots Manuva <Slime & Reason> Big Dada 2008.09.25 일렉트로니카 덥 사운드의 최강자 루츠 마뉴바(Roots Manuva)는 팬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근래 들어서는 약간 주춤한 적도 보이긴 했지만…. 전 세계적인 전자 음악의 방류 붐과 장르 간 무경계를 호소하는 하이브리드 열풍은 루츠 마뉴바를 다시금 그를 평단의 총애를 받는 음반 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신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모두 외적인 요인에만 쏠리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고유 어격을 간직하면서도 팝 음악으로서 대중의 기호를 겨냥해 '잘 들리는' 소리의 틀을 갖추었다. 질주보다는 서행을 택했고, 현란함보다는 정숙함이 도드라진다. 사뭇 감성적이고, 때로는 사물의 은유를 통해서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해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진솔함이 엿보이는 가사가 이 앨범을 놓칠 수 없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추천곡 : Do Yah Bodda Mi, A Man's Talk, Buff Nuff ![]() Ill Bill <The Hour Of Reprisal> Uncle Howie Records/Fat Beats, 2008.09.16 미국 동부의 하드코어 힙합 그룹 논 픽션(Non Phixion)의 멤버이자 성(性)과 살인에 대한 내용을 거침없이 랩으로 토해내는 네크로(Necro)의 형으로서도 유명한 일 빌(Ill Bill)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은 (동생과는 달리) 자신의 삶과 주변 환경과 사회를 조망하는 내용을 통해서 청취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아예 노래 제목으로 사회가 세뇌 당했다며 노골적으로 언급하는가 하면, 지인들 혹은 동네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함을 피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피력하는 철학을 듣는 이가 수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디제이 리설(DJ Lethal) 등 실력 있는 프로듀서들을 섭외해 비트와의 결속을 다진다. 래퍼가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사운드 면에서도 정성을 다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추천곡 : Trust Nobody, White Nigger, War Is My Destiny ![]() Reks <Grey Hairs> Show Off/Brick Records, 2008.07.22 2001년 발표한 데뷔작 <Along Came The Chosen>으로 보스턴 뮤직 어워드의 최우수 힙합 앨범과 힙합 아티스트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한 비보이 출신 래퍼 렉스(Reks)의 공식적인(2003년 <Rekless>라는 타이틀의 음반을 준비했지만 레코드점에 풀리지 않았다) 두 번째 앨범은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을 설욕하려는 듯 절치부심으로 준비한 흔적이 눈에 띈다. 일단 정상급 프로듀서들의 기용,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를 메인 비트메이커 겸 감독으로 모셨고, 믹스테이프의 강자 스태틱 셀렉터(Statik Selektah)와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에게도 조력을 청해 튼튼하고 실한 사운드를 획득한다. 랩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보스턴에서의 평판은 상당히 좋았던 그이기에 랩에 관해서 만큼은 특별히 염려할 게 없다. 견고함이 무엇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앨범이다. 추천곡 : Grey Hairs, Say Goodnight, How Can It Be ![]() Pacewon & Mr. Green <The Only Color That Matters Is Green> Raw Poetix Records LLC., 2008.06.20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의 영화 <히 갓 게임 He Got Game>의 대사를 그대로 삽입함으로써 앨범은 시작된다. “You're black, I'm white, this is green. When making a business decision, the only color that matters is green” 프로듀서와 MC 체제의 유닛 페이스원 앤 미스터 그린(Pacewon & Mr. Green)을 소개하기 위한 코멘트이지만, 언뜻 보면 미스터 그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녹색만 너무 부각시키면 근래 나온 그린 시티(Green City)처럼 팀 이름은 보편화 되고 쉽게 잊힌다. 처음부터 정교한 센스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힙합'이다. 지루한 얘기로 들리는 감이 적지 않지만,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페이스원의 회고적인 가사는 처음 랩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 또는 그 음악을 듣고 자라면서 느꼈던 감정과 당시의 상황을 진솔하게 반영해 충분한 공감을 산다. 힙합을 만난 날을 기억하고 아직 그 음악 주변에 있는 이라면 쉽게 흡수될 내용이며, 미스터 그린이 건축하는 비트는 페이스원의 이야기에 맞춰 1990년대 초중반으로 청취자를 안내한다. 잊혀서는 안 될 21세기의 명반이다. 추천곡 : Children Sing, Hip Hop, Childhood ![]() Common Market <Tobacco Road> Massline Media, 2008.09.09 얼터너티브 힙합 그룹 블루 스칼라즈(Blue Scholars)의 프로듀서로도 활약 중인 사브지(Sabzi)와 라 사이언(RA Scion)으로 이뤄진 커먼 마켓(Common Market)은 두 멤버가 힙합에 대해 뜨거운 열정을 품었다는 점 외에 바하이교(Baha'i Faith, 이슬람교 시아파 계열에 속하는 종교)를 믿는다는 신앙에서의 공통점이 특이한 이력이 되기도 한다. 주류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사브지가 주조하는 건조함이 깃든 명료한 비트, 사이언의 정갈한 플로우, 정견이 뚜렷한 가사를 앞세운 음악은 시애틀 타임지가 선정한 '2006년의 주목할 아티스트'에 이들의 이름을 올리고, 사운드 시애틀(Sound Seattle) 잡지의 2006년 9월호의 커버를 장식하는 등 근거지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거름이 되었다. 이 소포모어 앨범의 타이틀인 '타바코로드'는 빈곤과 무지로 빚게 되는 잘못된 행동들과 그로 인한 참혹한 광경을 묘사한 미국 소설가 어스킨 콜드웰(Erskine Caldwell)의 장편소설이다. 블루 스칼라즈가 노동계급 지식인으로서 자신들을 자각하고 사회의 이면을 비추었듯, 커먼 마켓 또한 그의 연장으로 이번 앨범을 통해 사브지와 사이언의 종교관과 사회관을 내비친다. 추천곡 : Back Home (The Return), Nina Sing, Tobacco Road ![]() 3OH!3 <Want> Photo Finish Records, 2008.07.08 여기에 뽑은 앨범들 중 가장 이질적이고 힙합 같지 않은 힙합 음반이 아닐까 싶다. 콜로라도 출신임을 내세우기라도 하듯, 지역 코드인 303을 밴드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유닛은 록과 일렉트로니카, 힙합이 뒤범벅(혼합이라는 단어보다는 이것이 이들에게 더 어울린다)된 장르 파괴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대학교 물리학 수업에서 만난 두 청년 숀 포어맨(Sean Foreman)과 나다니엘 모트(Nathaniel Motte)는 록과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좋아한다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덕에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고, 지역의 하드코어 록 밴드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쓰리오쓰리를 두고 '포스트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출현'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도 있는 반면, 록 진영에서는 전자 음악을 함유한 '뽕끼'를 달갑게 보지 않는 평도 종종 보인다. 또한, 랩보다는 록에 가깝다는 이유로 다수 힙합 마니아의 관심을 얻지는 못하는 상황. 세 형식의 팬들 사이에서는 이단아일지 모르겠지만, 이들이 생산하는 사운드는 무척 신선하고 즐겁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추천곡 : I'm Not Your Boyfriend Baby, I Cant Do It Alone, Holler Til You Pass Out 2008/10 한동윤 (www.izm.co.kr)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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