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발라드 하면 떠오르는 가수, 김범수. 이번에는 발라드 특유의 애잔함에 편안함을 입혀 나름대로의 변신을 꾀했다. 자기 감성에 충실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기에 지난 작품들보다 수수하고 깨끗하게 들린다는 매력을 갖는다. 아쉽게 작별을 해야만 했던 지난 2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리뷰
지금 가요계에서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남자 가수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김범수의 이름을 댈 것이다. 성량이나 음역을 떠나서 김범수만큼 노래가 지닌 감성을 온전히 표현하는 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과도한 애드리브로 청취자들의 환심을 산다거나 기교의 무차별적인 폭격을 감행하지 않으면서도 슬픔과 기쁨, 망설임, 아쉬움 등의 수천 수만 가지 감정을 그 어떤 보컬리스트보다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인위적인 포장 대신 오래 들어도 물리지 않는 담백함이 그의 음악에 스미어 있다.
특별한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절창(絶唱)이지만 2년 만에 발표한 여섯 번째 앨범은 이전과 비교해 성숙해진 느낌이다. 남자는 결혼에 앞서 군대를 다녀와야 어른이 되는 1차 단계를 밟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들어맞는 순간이 될까? 군 제대 후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그 유려했던 보컬이 진화한 듯 더욱 아름답고 유창해졌다. (그의 주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발라드에서나 어느 정도 빠르기가 있는 곡에서나 목소리로 찍는 발걸음이 한결 여유롭게 들린다. 이립(而立)의 나이가 무의식적으로 재촉한 무르익음은 아닐 것이다. 데뷔 10년차의 중견 가수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려는 데서 비롯된 변화와 발전이라고 보는 것이 어쩌면 옳을지도.성숙한 멋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은 뭐니뭐니 해도 '슬픔활용법'이다. 잔잔하게 진행되는 중에도 힘이 전달되고, 원망 섞인 후회를 내보이는 코러스에서의 절제된 표현이 무척이나 슬프게 들린다. 목과 입만으로 억지로 애처로운 감정을 토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편안함을 앞세운다. 동시에 아픔을 꾹 참아내는 소화력이 돋보이는데, 이는 자기만의 보컬 해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는 애잔한 노래뿐만 아니라 윤하와 호흡을 맞춘 '줄다리기'나 주석이 도움을 준 '쉬운 이별' 같은 가벼운 팝 넘버나 댄스곡에서도 곡 분위기에 맞춰 표현을 달리한다.
도입부의 기타 연주로 인해 이글스(Eagles)의 'Desperado'가 오버랩 되는 '굳은살'과 장중한 코러스가 노래를 볼륨감 있게 만드는 '마지막까지'는 김범수의 뛰어난 보컬 해석으로 처연함을 배가시킨다.
그의 컴백 앨범은 노랫말이 갖는 수많은 정서를 차분하고 시원하게 풀이하는 능력이 명쾌하게 발휘되어 매끈한 흐름을 보인다. 또한, 일렉트로니카 풍의 댄스 음악, 컨트리, CCM 등의 장르를 도입함으로써 다채로운 멋까지 겸비해 더 흥이 난다. 보컬리스트다운 보컬리스트, 음악가다운 음악가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한동윤)
생활의 발견
이별의 아픈 기억, 연애의 들뜬 마음을 굳이 대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 노래. 어느 때에나 즐기기에 좋은 일상의 BGM을 찾는다면 꼭 들어보길.
추천곡
줄다리기
추천앨범
Glenn Lewis <World Outside My Window>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넉넉한 보컬의 평행을 긋는다.
2008년 10월 도시락 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