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Rain) - Rainism 원고의 나열

데뷔 시절부터 얼마 전까지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조력자이자 스승인 박진영의 품을 떠나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하고 홀로서기를 감행한 비가 달성해야 할 과업은 음악적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는 박진영의 도움 없이도 자기 가치를 충분히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줌과 함께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곡을 내는 것을 포함한다. 더불어 이것들의 과정이 되는 작업, 즉 본인에게 맞는 음악을 만들거나 고르고 윤색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마침을 전제한다. 또한, 독립을 선언한 터라 박진영의 입김이 서린 음악이 아닌 자신만의 독자성을 선보이는 자리도 되어야 한다. 이를 다 조율해야 흡족함을 제대로 맛보는 것이다.

비의 다섯 번째 앨범이자 박진영이라는 이름을 거둬내고 첫 삽을 뜬 <Rainism>은 어떤 일이든지 단번에 만족할 수 없음을 증명해 보인다. 타이틀곡은 항상 강력하고 남성다운 면모를 내비치고 다른 얼마의 수록곡에서는 주류 리듬 앤 블루스의 윤곽을 그대로 따르던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구성은 JYP 시절 그대로이다. 게다가 타이틀곡 역시 박진영의 작법 특징이라 할 리듬의 단출함, 특정 구간의 집중 반복, 애드리브와 숨소리를 절(節)로 귀속시키는 등 예전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새로운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작은 실망을 안겨주었을지도 모른다. '비'라는 브랜드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데에는 다소 실패했다.

이번 작품은 하지만 비가 단순히 노래를 부름에만 머물지 않고 작곡가와 총감독으로서 역할을 확장했다는 점이 소기의 성과로 자리 잡는다. 총 다섯 곡을 작곡했고 전체적인 공정을 자신이 관장함으로써 프로듀서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스스로에게 고무적인 일이 되었다고 해도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듯하다. 최근 경향을 따라 홑진 비트로 청취자를 공략했던 타이틀곡 'Rainism'은 미니멀한 구성까지는 좋았으나 선율까지 너무 단순화함으로써 춤을 동반한 무대를 보지 않는다면 밋밋하고 헛헛하게 들린다는 단점 일색의 음악이 되었다. 의욕이 앞섰을 뿐 섣불렀다.

다른 노래들에서는 그 점을 보완하려고 한 듯 리듬과 멜로디의 배합을 적정선으로 견인한다거나 후자에 중점을 두어 듣기 편한 음을 만든다. 정규 앨범 발표 전 공개한 'Love Story (0912... 그 이후)'는 스트링과 건반 연주를 통해 감성의 골짜기를 깊이 파는 소리 얼개를 완성하며, '사랑이라는 건'은 브리지와 코러스의 매끄러운 연결로 한층 예쁜 모양새를 낸다. 그 밖에도 말랑말랑한 기타 연주와 전자음, 나지막한 톤으로 이어지는 현악기 소리가 조화되어 유약함과 강함을 겸비한 'Only You', 중간 빠르기의 템포와 조금은 예스런 합창이 재미를 제공하는 'Fresh Woman', 다른 사람의 파트너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내용의 '더 끌려' 등도 듣는 이들에게 빨리 흡수될 만한 곡이다. 공동으로 프로듀싱을 맡은 보컬리스트 태완과 함께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작곡가들의 손길이 편평하고 고른 흐름을 주조함과 동시에 탄탄한 구도를 유지한다는 게 앨범의 장점이다.

돌려 말한다면 이것은 비의 가장 큰 딜레마라고도 할 수 있다. 1집 이후 '태양을 피하는 방법'보다는 '알면서'나 '너마저'가, 'It's Raining'보다는 'I Do'나 '지운 얼굴'이, 'I'm Coming'보다는 'With U'나 '내가 누웠던 침대'가 더 멜로디 면에서 강한 흡인력을 자랑했지만 그가 타이틀로 고르는 노래는 항상 춤을 부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 이번에도 'Rainism'보다는 다른 곡이 더 귀에 잘 들어온다. 그러나 비는 천상 댄스 가수고 아직까지는 그렇다. 격하게 움직이기에 더없이 좋은 나이이고, 열심히 운동해서 만든 몸매는 그럼으로써 더 두드러져 보이니 지금이 곧 한창때, 들려주는 노래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고 보여주는 노래로 출발하는 당위를 안고 간다.

조율은 그래서 중요하고, 이번 작품은 그가 오래 있던 둥지를 떠나 첫걸음을 떼는 기점이기에 더욱 중요했다. 특기를 앞세워 공연용 음악을 만들더라도 양질의 메커니즘을 구비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가수가 아님을 보증해야 했고 자기의 색을 진하게 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퍼포먼스에 경도됐고 박진영을 떠오르게 하는 스타일로 초장부터 김을 뺐다. 수록곡 중 많은 이의 기호에 부합할 노래가 꽤 있는데도 어딘가 모자란 것처럼 느껴지는 게 이 때문이다. 음악적인 사항을 모두 만족하지 않고서는 세인의 관심을 사고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다고 해도 못내 부족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8/10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리기^ㅠ^ 2008/11/21 22:22 # 삭제



    Um.....


    몸도 좋아지규~ 했는데..

    8 :2 가르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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