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ka - Lenka 원고의 나열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사람이나 사물을 두고 칭찬하는 의미에서 우리는 종종 '깨물어주고 싶다'라는 말을 꺼내곤 한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깨무는 것으로 자기 애정을 표현한다면 당사자가 적잖이 당황하거나 본인이 이상한 이로 취급받을 수도 있으니 이건 어디까지나 행동으로 나타나면 곤란한 사랑의 발로다. 가시적 존재에게는 말은 물론 행위로써 들뜬 감정을 나타낼 수 있겠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 말고는 사랑을 내보이는 모든 수단과 방법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렌카(Lenka)의 노래은 무척이나 앙증맞아서 깨무는 시늉이라도 해야 음악을 듣고 난 뒤에 든 흡족함이 표현될 것이다.

물론 그게 백이면 백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첫 싱글 'The Show'의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기타 스트로크와 거칠지 않은 질감의 드럼 연주로 상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노래의 영상에서 렌카는 원피스 차림을 하고 연방 눈을 깜빡이며 '큐티 걸'이 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신(scene)이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도 한몫할 것, 동화 속 주인공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테다. 동영상이 올라온 게시판에는 귀엽다는 평이 도배되었을 정도로 그녀와 노래 모두 한참 인기몰이 중이다. 또한, 노래는 최근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한 TV 드라마 <어글리 베티 Ugly Betty>의 프로모션 클립 테마곡으로 사용돼 이후 큰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른 노래들에서도 유쾌한 선율과 경쾌한 멋은 한껏 드러난다. 간주 부분의 휘파람과 은은한 코러스가 마음을 들뜨게 하는 'Bring Me Down'을 비롯해 단출하게 악기를 구성했음에도 알차게 들리는 'Dangerous And Sweet', 관악기를 편성해두어 넉넉하고 여유로운 모양을 갖춘 'Anything I'm Not' 등은 오후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꽃잎들이 늘어선 풍경을 마주하는 것처럼 화사하고 포근하게 다가선다. 우리나라 기후로 대입해 본다면 그녀의 음악은 봄에 무척이나 어울릴 법하다.

솔로 앨범을 내기 전 자국인 호주에서 디코더 링(Decoder Ring)이라는 그룹의 멤버로 활약하며 훈련을 한 탓일까, 밝은 분위기의 노래 외에도 차분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곡에서도 충분히 매력을 유지해 완숙함을 뽐낸다. 가성을 곁들여가며 읊조리듯 노래하는 'Skipalong', 낮은 톤으로 현재의 감정을 풀어내는 'Live Like You're Dying' 등에서는 감성의 조절이 뛰어나 반주와 보컬이 따로 노는 불상사를 범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파이스트(Feist)와 야엘 나임(Yael Naim)을 반반씩 섞어 놓은 것처럼 두 뮤지션의 색과도 흡사한 면이 존재하니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들었던 팝 팬들은 렌카에게서 또 다른 친근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어떤 이는 렌카의 음악을 두고 아이들 취향의 그저 가볍기만 한 것이라고 이야기할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녀의 작품이 주는 감흥은 깊이와 치밀한 구성보다는 따스한 온도가 스며든 분위기 자체에 있기에 그와 같은 쓴소리에 수긍하는 이가 꽤 될 것 같다. 수록곡 중 일부는 코러스 부분에의 브라스 삽입, 비슷한 질감의 드럼 패턴을 둔 유사성으로 인해 다소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지닌다.

미국 첫 진출이자 솔로 데뷔작인 본 음반은 빌보드 앨범 차트 142위라는 초라한 위치에 간신히 이름을 등록하는 데 그쳤지만 그녀는 최근, 케이티 턴스털(KT Tunstall), 피오나 애플(Fiona Apple) 등 명망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대거 참여한 캐럴 앨범 <The Hotel Cafe Presents... Winter Songs>에서 'All My Bells Are Ringing'이라는 곡을 부름으로써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유의 귀여움을 앞세운 그녀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중.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깜찍한 음악이 전 세계 팝 팬들의 마음을 하나씩 유혹하고 있다.

2008/11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덧글

  • 쏘닉 2008/11/12 18:56 #

    저도 윈터송즈 앨범 듣고 찾아들었거든요. 완전 미국의 이현지였어요 --;; 정말 포켓걸이더라고요.
  • 한솔로 2008/11/13 12:02 #

    하하~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이죠;;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이 살짝 아쉽기도 한...
  • BlueCT 2008/11/13 19:37 #

    음...들어봐야겠군요. 뮤비도 꼬옥...- ㅂ-)
  • 한솔로 2008/11/14 11:47 #

    'The Show'는 사람이 안 나오는 버전도 있어요. 요건 안 보셔도 될 듯.
  • 리기^ㅠ^ 2008/11/21 22:16 # 삭제


    와웅~~내 아이팟터치에 있찌~~~롱롱~~^^^^


    사랑스러운 음악~~♡
  • 한솔로 2008/11/23 14:54 #

    아이팟 터치를 보유하고 계시군요.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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