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랩을 넘나드는 래퍼들 원고의 나열

시작은 랩이었으나 지금은 노래까지 불러서 영역 확장에 힘쓰는 가수가 최근 부쩍 늘어난 듯하다. 래퍼라고 노래를 부르지 말란 법은 없고, 그들에게 랩만을 강요한다면 아티스트로서 변화와 성장을 저해하고 한 곳에만 가둬두려는 삐딱한 심보일지도… 요즘은 사는 게 옛날 같지 않은 터라 한 우물만 파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부전공, 복수전공 등등 능력과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많이 습득하고 다양하게 루트를 개척해놓아야 겨우 연명할 지경이니 몇몇 래퍼들이 감행하는 일련의 변신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리고 모름지기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고인 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아니겠는가. 지금부터 노래까지 잘 하는 랩 슈퍼스타, 랩과 노래를 묘하게 왕복함으로써 많은 이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뮤지션들을 살짝 만나보자.



2006년 불멸의 히트곡 'Crazy'로 세상을 미치게 한 그룹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멤버 씨로(Cee-Lo)는 그룹 구디 몹(Goodie Mob)의 일원으로 힙합 신에 입문했지만 특이한 음색을 살려 현재는 소울 풍으로 걸쭉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G-Funk 전문 보컬리스트 네이트 독(Nate Dogg)이 빠지면 섭섭할 일, 갱스터 래퍼 스눕 독(Snoop Dogg), 워렌 지(Warren G)와 함께 그룹 213의 멤버로도 활약하는 그는 갱들의 과격한 삶을 전달하는 데에 랩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것 대신 노래를 택했다. 빌보드 차트에서 10주간 1위를 차지한 'Dilemma'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넬리(Nelly)는 노래를 부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흐름의 래핑이 독특함을 인정받았고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 본 썩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 인디아 아리(India Arie) 등 여러 가수의 노래에 참여하며 피처링 전문 뮤지션으로 각광받는 세네갈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에이콘(Akon)의 보컬 테크닉 또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중이다. 이제는 영화배우로 더 친숙한 R&B 싱어 타이리스(Tyrese)는 사실 정식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트리플 임팩트(Triple Impact)라는 그룹에서 래퍼로 활약했던 인물로 그동안 노래만 불렀던 게 꽤나 서운했는지 작년 12월에는 더블 앨범 <Alter Ego>를 내고 한 쪽에서는 가수로, 다른 한 쪽에서는 래퍼로 역할을 나눠 쌓아뒀던 소회를 풀었다. 이들 외에도 래핑과 싱잉을 병행하는 가수들로 퀸 라티파(Queen Latifah), 이태리의 국민 래퍼 조바노티(Jovanotti), 하우스 오브 페인(House Of Pain)의 리더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음유 시인으로 변신한 애버래스트(Everlast) 등이 있다.



데프콘(Defconn)은 2집 '힘내세요 뚱!'에서 노래를 선보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에 발표한 미니 앨범 <Mr. Music> 중 동명의 곡 'Mr. Music'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랩을 하는 것인지 명확히 구분이 되지 않는 보컬을 또 다시 들려주고 있다. 함께 지내다 보면 서로 닮는다는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닌 듯, 데프콘과 함께 소울라이프(The SoulLife)라는 작곡, 프로듀싱 크루로 활동해오고 있는 래퍼 버벌 진트(Verbal Jint) 또한 지난 5월 발표한 두 번째 EP <Favorite>의 'Favorite'에서 노래를 불러 특유의 예민함과 짙은 감성이 배어나는 기교를 자랑해 보였다. 마니아뿐만 아니라 이미 대중에게 깊게 파고든 리쌍은 1집 수록곡 'Rush'에서 멤버 길의 거칠고 굵은 목소리를 앞세워 노래 같기도, 랩 같기도 한 훅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그것이 곧 그들만의 양식이 되었다. 얼마 전 한 웹사이트와의 인터뷰 중 '보컬로 전향을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길은 “제가 하는 노래는 '노래 아닌 노래'라고 생각을 해요. 근데 이 부분이 오히려 다른 팀과 구별되는 점 같아요.”라며 그가 하는  노래가 자신도 분명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형식임을 밝히기도 했다.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개코는 두 번째 앨범 수록곡 중 '고백'에서 아주 짧게 멜로디를 들려줬는데 이번 3집 <Enlightened>의 '복잡해'에서 본격적으로 후렴구에 노래를 불렀다. 대한민국 대표 레게 음악가 스토니 스컹크(Stony Skunk)의 스컬(Skul1)도 언더그라운드 시절 여성 래퍼 예솔과 함께 대거즈(Daggaz)라는 그룹에서 래퍼로 활약하였지만 칼칼한 음성에 좀 더 멜로디 적인 요소를 첨부해 현재의 자메이카 향 물씬 풍기는 보컬리스트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위에 언급한 인물들 외에 미국의 로린 힐(Lauryn Hill)이나 우리나라의 윤미래는 랩과 노래를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몇 안 되는 축복받은 실력의 가수이기에 재삼 인기 원인을 물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에이콘이나 넬리처럼 선율이 강하게 드러나는 래핑은 유연성의 주입으로 기존 랩 음악의 딱딱한 느낌에서 벗어나 한결 편하게 들리는 맛이 있기에 다수의 감성에 어필 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런 유행에 따라 이것저것 그냥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 랩과 노래를 각각 능란하게 수행하려면 훈련과 노력이 꼭 병행되어야겠다. (한동윤)

2007/07 엠넷 웹진 핫이슈


덧글

  • BlueCT 2008/11/13 19:27 #

    윤미래나 로린 힐은 정말 축복을 받았다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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