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ghty Underdogs - Droppin' Science Fiction 원고의 나열

'강력한 약자'라니, 이들의 그룹명으로 이보다 더 멋진 이름은 다시 정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Nia>와 <Blazing Arrow> 두 장의 앨범으로 베이 에이리어 힙합 신을 부각시킨 블랙칼리셔스(Blackalicious)의 MC 기프트 오브 갭(Gift Of Gab), 추상적인 가사와 실험적인 래핑을 담은 데뷔작 <The Album>을 통해 얼터너티브 힙합에 획을 그은 라티릭스(Latryx)의 라티프 더 트루스 스피커(Lateef The Truth Speaker), 버클리 음대 수재들로 구성된 재즈 힙합 밴드 크라운 시티 로커스(Crown City Rockers)의 프로듀서 헤드노딕(Headnodic)으로 이뤄진 마이티 언더도그스(The Mighty Underdogs)는 절대적인 강자이며, 말 그대로 슈퍼 그룹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주류에 진입할 수 없기에(아니면, 그럴 의사가 전혀 없을 수도 있겠지만) 겸손하게도 자신들을 약자로 일컫는다.

이름에 연연해 그냥 지나쳐버리면 그보다 큰 아쉬움도 또 없다. 그룹은 이미 수많은 매체와 평론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검증된 우량주, 무엇을 하든 기본 이상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특히, 2008년 3월 EP <The Prelude>를 발표함으로써 소문만 맴돌던 결성을 현실화한 이들은 여섯 곡이 실린 그 작품을 통해서 탄탄한 구성력과 세 명인이 빚는 시너지 효과가 어떤지를 살짝 선보여 음악을 접한 팬들은 정규 앨범이 출시될 날만을 고대했을 것이다.

'언더그라운드'와 '얼터너티브'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들답게 주된 사운드의 흐름은 메인스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련의 자극성 강한 전자음이나 도식적으로 무지막지하게 끼워 넣은 드럼 프로그래밍과는 멀찍이 거리를 둔다. 그렇다고 블랙칼리셔스와 라티릭스가 펼쳤던 난해하고 불규칙한 비트가 난무하는 것도 아니니 과거 두 그룹의 사운드 틀에 당황한 나머지 반감이 들었던 이라도 마이티 언더도그스의 음악은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라리 듣기 좋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각종 악기 연주와 편곡, 프로듀싱을 담당한 헤드노딕의 감각이 빛을 발한다. 엠에프 둠(MF Doom) 특유의 깔깔한 목소리 톤에 실린 심원한 라임이 돋보이는 'Gun Fight'는 진득이 깔리는 기타 리프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고, 퍼커션으로 농밀한 율동감을 형성한 'Aye', 웃음소리를 연결해 비트를 만든 'Laughing At You' 또한 인상적이다. 헤드노딕이 크라운 시티 로커스를 통해서 들려준 말랑말랑하고 매끈한 음악과는 전혀 다른 때로는 힘이 넘치고, 때로는 기이하게도 느껴질 바탕을 주조한다. 음반을 출시한 레이블인 데프 적스(Definitive Jux)의 이름과 행보에 들어맞는 형태다.

나머지 멤버 기프트 오브 갭과 라티프의 랩도 앨범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느긋하게 피어오르는 브라스 루프가 매력적인 'ILL Vacation'은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래핑이 반주와 절묘한 화합을 벌이며, 프로그레시브 록을 떠오르게 하는 키보드와 뉴에이지 음악에서 나올 법한 여성 보컬이 야릇한 구성을 연출하는 'Science Fiction'에서 두 MC가 스트레이트하게 터뜨리는 버스(verse)는 긴장감을 살린다. 수록곡 중 가장 부드러운 노래로, 잔잔한 비트에 힘을 뺀 채 풀어내는 'Want You Back'도 음악과 랩의 군더더기 없는 상응을 보이는 부분이 된다.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오랜 수련을 거친 '선수'들의 연대가 결합의 오류를 힘들여 증명하는 안쓰러운 사례로 남는 일도 왕왕 있었던 반면에, 마이티 언더도그스로의 첫 규합, 신고식은 세 멤버의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자신들을 약자라고 일컫고는 있지만 이 강자들은 겸손함 너머 곳곳에 위력을 드러낼 만한 명달의 랩과 단단한 비트를 배치해두고 있다. 대중성에 경도되지 않은 독립된 빛깔 찾기와 자신들 경력에 부끄럽지 않을 성과물을 내놓겠다는 욕심이 녹아져 신선함과 견고함을 담보하는 것이다. 청취자들이 느낄 잔영은 분명히 'the mighty overdogs'다.

2008/11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