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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CD가 있었다. 지금도 세운상가 근처 국내 최대(라고는 하지만 고작 4개)의 음반점 밀집 지역의 어떤 가게에 가더라도 문 앞에서 그런 시디들을 발견할 수 있다. 1990년대 초중반 팝 음악이 인기가 있던 시절에는 그런 짝퉁 시디가 널리고 널렸던 것 같다. 특히, 최신 인기 팝송 컴필레이션 음반들이 많았는데 이 가짜 음반의 최고는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인종 같은 아주 단순한 사항도 알 수 없는 가수가 히트곡을 불러서 녹음한 편집 음반들이다. 여기에서는 원곡이 남자가 부른 것인데 여자가 부르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오리지널을 들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이 시디를 먼저 접하면 여기에 담긴 노래가 원곡인 것으로 착각하는 일이 많다. 가령 어떤 이는 이러기도 한다. "에릭 클랩튼이란 여가수가 부른 'Tears In Heaven' 들어봤는데, 정말 죽이더라"하는 식으로.
그런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음반은 끌릴 수밖에 없다. 일단 최신 유행 음악이 다 담겨 있고 가격이 싸니까. 음악을 듣고 싶은 욕심은 큰데 돈이 없을 때 이런 시디를 집어 들었다. '엇, 제이드 노래가 있네?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이 노래가 그 노래인가?'하고 어쨌든 구입을 단행. 집에 와서 들어보니 아뿔사 하는 후회 섞인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이건 내가 들었던 그 노래가 아니잖아!' 다른 수록곡을 들어보지만 내가 아는 그 곡이 아닌 다른 목소리다. 1992년 그날은 내가 최초로 영세 음반 제작업자에게 낚인 날이었다. 그래도 제이드의 노래는 내 마음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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