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stal Kay, 14곡의 사랑노래로 우리 곁에 돌아온 R&B의 수정 원고의 나열

어떤 가수들을 비교할 때 그 기준이 음악이 아닌 다른 것이 될 때가 종종 있다. 아마도 가수나 그의 노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경우에 외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다 보니, 생김새라든가 출생 배경 같은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것을 따지는 게 오히려 유사 집단을 규정하는 데에 있어 한결 손쉬운 작업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혼혈이란 이유로 대비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비근한 예가 많지 않기에 얼마 전에 내한한 미국 R&B 보컬리스트 에이머리와 국내 가수 윤미래를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점이 같아 서로를 비교 대상으로 삼곤 했다. 이러한 연유라면 일본 여가수 크리스털 케이를 그들과 비슷한 가수로 포함해도 될 것 같다.

혈통과 관련된 비슷한 사항 말고도 모두 리듬 앤 블루스를 근간으로 음악을 해오고 있다는 점은 앞의 세 사람이 가장 닮아 있는 음악적 특징이 되겠다. 아무로 나미에, 리사, 우타다 히카루 등과 함께 일본의 R&B 또는 J-Pop을 대표하는 인물 크리스털 케이는 베이스 주자였던 뉴저지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가수였던 한국계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 모두가 뮤지션이었기 때문일까, 가수의 길을 택한 그녀의 결정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여섯 살이란 어린 나이에 이미 텔레비전 광고 음악에 목소리 출연을 한 것으로 업계에 문을 두드렸고, 열세 살이 되던 해인 1999년 싱글 'Eternal Memories'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데뷔하게 된다. 같은 해 9월 두 번째 싱글 'TEENAGE UNIVERSE ~Chewing Gum Baby'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며 언론과 평단에서는 크리스털 케이에게 “가스펠과 소울, R&B로 이어지는 흑인음악의 역사를 짊어진 실력 있는 가수이며 깊이 있고 섹시한 목소리를 가졌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정(水晶)을 뜻하는 이름 그대로 맑고 깨끗한 음색을 지닌 그녀이기에 거창한 감은 조금 있어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갈채였다.

처녀작 <C.L.L. Crystal Lover Light>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그녀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다른 사람 이야기에 불과했다. 2001년에는 엠 플로의 래퍼 버벌이 피처링한 'Ex-Boyfriend'와 영화 <사토라레 サトラレ>에 삽입된 'LOST CHILD'로 인해 그녀의 인지도는 압도적으로 수직 상승했고 그 기세를 몰아 발표한 2집 <637 -always and forever->까지 좋은 반응을 얻으며 크리스털 케이를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2004년에는 데뷔 5주년을 자축하는 베스트 앨범 <CK5>를 발표했는데, 이 음반은 50주 가까이 차트에 머물며 식을 줄 모르는 그녀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최근에는 엠 플로의 <Cosmicolor> 앨범에 수록된 'Love Don't Cry'로 그녀의 음성이 힙합/R&B에 어울림을 과시했으니 실로 지지 않는 태양이 따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 곡은 화려한 콜라보레이션으로 매번 화제가 되었던 '엠 플로가 사랑하는(m-flo loves)' 시리즈의 마지막 작업이 될 것이라고 하여 대중에게 더 큰 관심을 받은 노래, 그 기획의 시작('REEEWIND!')을 크리스털 케이와 함께 했으니 마무리도 그녀와 같이하고 싶었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어 그들의 돈독한 우정이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전작 <Call me Miss...> 이후 1년 4개월여 만의 컴백이다. 쉬는 동안 학업에 충실하며 여가를 즐겼다는 그녀는 그 사이에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정서가 풍부해진 듯하다. 여행을 하거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블랙 아이드 피스, 크레이그 데이비드 같은 대형 가수들의 공연을 봐서 그럴까? 이번 작품은 무르지 않은 감각적인 사운드를 채취하면서도 서정미와의 균형을 알맞게 가져가고 있다. 앨범의 줄기는 사랑, 각각의 수록곡은 그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담아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고 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전부 시추에이션이 다른 러브송이에요. 한 곡 한 곡마다 색이 다르고 여러 가지 연애를 노래하고 있어요.”라며 신보의 콘셉트에 대해 귀띔했다. 그녀의 암시처럼 새 앨범 <ALL YOURS>에는 다채로운 상황을 전개하는 사랑노래들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올해 1월, 싱글로 선을 보인 'きっと永遠に (아마 영원히)'는 영화 <나는 여동생에게 사랑을 느껴 僕は妹にをする>에 삽입된 노래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옛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겠다는 여린 다짐을 피아노와 현악 선율에 담아 애틋하고 간절하게 전달한다. 이번 앨범의 두 번째 싱글이자 애니메이션 <노다메 칸타빌레 のだめカンタ-ビレ>의 엔딩 테마로 쓰인 'こんなに近くで... (이렇게 가까이에서)'는 직접 오케스트라 세션을 동원해 자연스러움과 정교함을 구현하면서도 메인스트림 R&B에서 드러나는 흥겨움의 감성 또한 놓치지 않으며, 더욱이 사춘기 소녀가 일기장에 그날의 경험을 풀어놓는 것 같은 순량함과 소박함이 노랫말에 고스란히 녹아있어 편하게 들린다. 5월에 릴리스한 세 번째 싱글 'あなたのそばで (그대 곁에서)'는 컨템퍼러리 R&B의 반주 위에 팝적인 멜로디를 가미한 곡으로서 또 한 차례 CM 송으로 사용되어 크리스털 케이가 배경음악계의 여왕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부여받는 데 일조함과 동시에 <ALL YOURS>의 인기몰이에도 단단히 한 몫을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7집은 전작들에 비해 다양한 접합의 노력이 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Dream World'는 업 템포 비트에 라틴 음악의 색채를 담아내 인상적이며, 허비 행콕의 'Rockit'을 연상케 하는 도입부를 지나 제니퍼 로페즈의 'Love Don't Cost A Thing'을 닮은 구성의 'Midnight Highway'는 1980년대와 90년대를 순식간에 넘나드는 재치가 신선하다. 또 'Last Kiss'에서는 펑크(funk)와 구식 미디 음악의 요소를 결합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쉽사리 잡을 수 없는 사랑을 한 마리의 나비에 비유한 'Butterfly's garden'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를 듣는 것 같은 미니멀한 프로그래밍이 돋보인다.

앨범에 고이 담긴 열 네 편의 러브스토리는 사랑을 하면 누구나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기쁨과 슬픔, 그리움, 설렘 등의 감정을 강렬하게 때로는 차분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크리스털 케이가 가까운 어딘가에서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당신만의 사랑 얘기를 찾아보세요'라고.

2007년 7월 한동윤


덧글

  • CIDD 2008/12/12 17:02 #

    크리케이는 대학생활과 가수생활을 병행하는 방식이 참 의외였어요. 학교에 이름만 걸어놓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학기중에는 활동을 안했다는 걸 뒤늦게 듣고나니 좀 놀랍드라구요.

    그리고 m-flo와의 작업은 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01년 즈음엔 비트와 보컬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했지만 회사들끼리는 그러지 못했나봐요. 몇년 이상 지속되온 인연이지만 크리케이의 소속사인 소니측의 거절로 m-flo의 콘서트에 크리케이가 출연한 것은 단 한번 뿐이고, 그 한번마저도 DVD에 수록되지 못했어요. 오덕오덕-
  • 한솔로 2008/12/14 14:17 #

    건실한 학생이었구나. 우리나라 연예인들 중에도 학기 중에 수업 열심히 듣는 사람들도 많은데 대부분 보면 한때 반짝하고 거의 잊힌 사람이 대부분. 그런 공연에 관한 트리비아까지 알고 있다니 정말 열성팬이구나~ 설마 사생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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