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덕, '전제덕'이라는 필터에 걸러진 낡은 곡들의 새로움 원고의 나열

추천사
연주곡은 익숙지 않다. 피아노, 기타, 색소폰도 아닌 하모니카 연주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전제덕이 선곡하고 연주한 곡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명곡들이기에 원곡과 비교해 보며 감상하면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리뷰

리메이크를 할 때 원곡의 감성을 살리면서 자신만의 독창성을 부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엾게도 몇몇 가수는 자신의 버전을 발표했을 때 원곡을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팬에게 뭇매질을 당하기도 한다. 스스로도 그 노래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취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지만(때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게 쓴소리를 하는 건 팬들 역시 오리지널에서 받았던 감동을 아직 그대로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기존에 나온 대중가요를 노래를 뺀 연주곡으로 재해석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위험 요소는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원곡이 좋았든 아니든, 누군가가 새로 부른 곡이 훌륭하든 아니든 간에 적어도 그 노래를 아는 사람이라면 리메이크 버전을 들으며 노랫말을 흥얼거리기 마련인데 그것을 아예 거둬낸다면 따라 부른다는 재미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 이런 경우에는 감상에 더 큰 비중이 쏠리며 원작과 새로 탄생한 곡을 비교하는 것에 관심이 간다.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의 신보가 그러하다. 그로서는 처음으로 내는 리메이크 앨범이지만 여기에 담긴 노래들은 이미 많은 가수가 불러 시쳇말로 이미 '닳고 닳은' 레퍼토리가 된지 오래라서 부담은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을 듯하다. 故 김현식의 곡을 아들 김완제가 부른 '한국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11곡은 모두 연주곡으로 채워져 있다. 그것도 모두 하모니카가 선율을 이끈다. 어느 곡도 코러스나 다른 악기들과 듀엣 형식으로 비등한 조화를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모니카 혼자 삐쭉 튀어나와 하모니를 무참히 깨버리는 것도 아니다. 원곡의 그 황량한 서정과 하모니카의 음색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원곡 못지않은 경쾌함을 빚어내는 나미의 '보이네', 지난 해 세상을 떠난 전제덕의 어머니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곡이라서 수록했다는 '섬마을 선생님' 등 세션들과 전제덕이 내는 소리에는 어긋남이라든가 돌출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서 전제덕의 하모니카 연주는 다른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곡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편성의 일부분인 동시에 노래를 주도하며 감성의 확장을 꾀하는 가수 목소리를 대신하는 셈이다. 그의 '또 다른 이야기'는 하모니카로 오롯이 표현해내는 정서의 체현이자 원곡이 아쉽지 않은 감동의 재연이다. (한동윤)

생활의 발견
불현듯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연주 음악이 듣고 싶어질 때, 전제덕의 이 앨범을 들어보자. 분위기 제대로 타는 음악이다.

추천곡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추천앨범
Lee Oskar <The Best Of Lee Oskar>
하모니카 연주하면 이 분 아니던가?

2008년 12월 도시락 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