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nescence - The Open Door 원고의 나열

미국에서만 7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Fallen>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에반에센스(Evanescence)는 이번 앨범으로 팀의 스타일을 굳히고 싶은 맘이 컸을 것이다. 이들이 들어온 '토리 에이모스(Tori Amos)와 린킨 파크(Linkin Park)를 합쳐 놓은 것 같다'라는 수식은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온전한 바탕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본인들만의 메탈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더 부드러워지기 위한 약간의 변화 사이에서 절충을 꾀한다.

전체적인 틀은 고딕 메탈의 성향을 제시하면서도 멜로디에 있어서는 전작보다 팝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주류 시장에서도 수용이 잘되게끔 하였고 그 배합의 결과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연주의 색조는 우중충하면서도 강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런 특성을 듣는 이들에게 인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중심은 팀의 보컬리스트 에이미 리(Amy Lee)의 다채로운 음색일 것이다.

그녀는 'Lithium'(너바나의 곡과 제목만 같은)이나 'Like You'에서는 울먹이는 듯 미세한 떨림을 내내 지녀가면서 후반부에 도달해서는 그 감성을 유지한 채 솟아오르는 노래를 선보이기도 하며 'Weight Of The World', 'The Only One'에서는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에 맞춰 나지막하면서도 힘 있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에반에센스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데 선두에 선 첫 싱글 'Call Me When You're Sober'가 귀에 빠르게 다가온다. 세찬 기타 리프와 피아노 멜로디, 단순하고 깔끔한 코러스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뤄 쉽게 파고들며 장중한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을 통해 단단함과 유순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이전까지 고딕 메탈이 다수의 큰 지지를 얻지 못했던 사례에 비추어 본다면 이 타이틀로 이들이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스탠더드를 확실히 잡은 것이라 판단된다.

본 작품은 창단 멤버였던 벤 무디(Ben Moody)가 나간 자리를 메운 리드 기타리스트 테리 발사모(Terry Balsamo)의 연주력과 감각을 증명하는 무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는 앨범의 수록곡들에서 모나지 않은 무난한 세션(물론 이것이 에이미 리와 작곡상에서 의견 조율을 본 것이겠지만)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앨범은 에이미 리의 합창 편성 실력과 사운드 면에서의 그로테스크한 연출 능력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만약 에반에센스가 더욱 어둡고 음침한 태도만을 고집했다면 데뷔 앨범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메인스트림이 요구하는 정서를 반영해 다양한 록, 메탈 팬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에반에센스의 매혹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2006/10 한동윤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