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hanti - Ashanti's Christmas 원고의 나열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차이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의 기분을 들썽거리게 만드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매일이 무기력해서 달력에 빨간색으로 인쇄된 날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사람에게도 작은 흥분을 하게끔 하는 날이며, 그 어떤 시즌 상품도 능가한다는 성탄절 특수로 생산업, 유통업 및 여러 업종에 종사하시는 상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며 행복의 탄성을 지르게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또한, 연인들 또는 현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으로 숙박업계 종사자들의 소득을 크게 올려주는 날이며, 운(명)이 안 따라줘서 솔로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자를 화류계로 이끌어주는 아주 친절한 날이 바로 성탄절이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도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캐럴이겠지요. 이때다 싶어 방송 출연이나 좀 해보려고 캐럴 음반을 내는 가수도 있고, 원래 꿈이 가수였다는 탤런트의 숙원 사업을 기획사에서 이뤄주기 위한 것도 있고, 혼자 나오기는 뭣한 개그맨들은 군단을 형성해 퍼포먼스용 캐럴을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캐럴 음반은 시즌의 틈을 타 발생하는 일회성 짙은 유희용 음반쯤으로 인식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해외의 경우도 우리와 특별히 다를 것은 없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실력 있는 음악가들의 연주와 노래가 담긴 듣기 좋은 캐럴 음반이 꽤 있다는 것일 겁니다. 리듬 앤 블루스 쪽에서는 대표적으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Someday At Christmas>를 비롯해, 베이비페이스(Babyface)의 <Christmas With Babyface>,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의 <Christmas Interpretations>,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의 <Christmas Is 4 Ever>, 그리고 아샨티(Ashanti)의 이 앨범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허울 좋은 비디오 가수 대열에 들어가는 아샨티의 크리스마스 앨범은 그녀 자신을 포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입니다. 자 룰(Ja Rule)과 'Always On Time'을 라이브로 소화할 때 머리 길이와 옷차림에 차이가 없었다면 누가 자 룰이고 누가 아샨티인지 구분하지 못했을 만큼 그녀는 오디오 면에서는 약점이 많았거든요. 보는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불안정한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그녀가 크리스마스 캐럴은 특출한 기교로 윤색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12월 25일 자정을 넘기면 캐럴을 부를 일도 거의 없고요.

이 음반은 그래서 아샨티의 가수로서의 위치를 고수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지닙니다. 12월이면 으레 듣게 되는 고전 캐럴과 더불어 그녀의 음악 인생에서 명곡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은 'Christmas Time Again', 뮤지컬 음악으로 잘 어울릴 법한 'Hey Santa', 크리스마스트리, 칠면조 요리를 이야기하며 그날의 풍경을 그리는 'Sharing Christmas', 사랑했던 이와의 기억을 돌이키며 크리스마스에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Time Of Year'와 같은 곡들이 성탄절을 앞둔 일 년의 마지막 달 어느 순간을 아름답게 치장하기에 좋습니다. 아마도 이 노래들은 크리스마스를 맞는 이들 누구에게나 훌륭한 BGM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샨티의 가녀린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보정된) 목소리가 그날의 특별한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일까요? 수록곡을 듣고 있으면 눈이 펑펑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따뜻한 벽난로를 앞에 두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풍경을 떠올릴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3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음반은 청취자를 휘황찬란한 조명이 빛나고 댄스 음악이 넘실대는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한산한 곳으로 이끌어 차분하지만 기쁨 넘치는 성탄절 저녁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아, 혹시라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같은 역동적인 것에 너무나 익숙해 다른 노래는 안중에도 없다면 이 음반은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2008/12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오이 2008/12/30 21:49 # 삭제

    저도 얼마전에 크리스마스 앨범 하나 꼽으라길래 이거 아샨티 앨범 했는데 그냥 보고 우연이라 반가움이.. ㅋㅋㅋ
  • 한솔로 2008/12/31 14:19 #

    예전에 써놨던 글인데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해서 좀 수정했죠.
    크리스마스만 되면 아샨티를 찾게 되네요. 'Christmas Time Again'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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