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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자이언(B-Zion) <B-Zion>

우리나라에서 힙합이나 R&B를 해서 유명해지기란 여간 쉽지 않다. 흑인 음악이 많은 사람에게 파고들긴 했어도 범국민적 장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성과 진정성을 추구한다고 하면 언더그라운드 생활은 거의 불가결한 선택, 어쩔 수 없이 방송 출연과는 거리가 먼 활동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히트와 상업적인 성공만을 바라보고 지나치게 대중성을 좇는다면 마니아들로부터 온라인 매질을 당하기 일쑤다.

모든 사례가 이 두 가지로 이분되는 것은 아니다.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윤미래는 오리지널리티를 고수하면서도 공중파에서의 출연도 잦다. 안티 팬도 적으니 그에 해당되지 않는 케이스가 될 것이다. 이들과 비슷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장르에 대한 순수를 지키면서도 대중성을 적당히 가미해 천천히 신자를 확보해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는 듯하다. 물론, 실력은 필수다. 정말 녹록찮은 일이다.

이렇게 다소 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기본이 탄탄해서 대중적으로 어필할 요소와 적극화된 팬덤만 마련이 된다면 많은 이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그룹이 하나 나와서다.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프로듀서 씨제이(CJ, 이채정)와 싱어송라이터 멜로우(Mellow, 고민애)로 구성된 여성 듀오 비 자이언(B-Zion),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멤버들이 소화하고 있다는 사항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네오 소울의 진득한 향을 유지하는 동시에 컨템퍼러리 R&B, 업 비트의 팝에도 적게나마 음악 외형의 줄기를 뻗어 순수와 추세로의 속화를 겸비하는 것이 비 자이언을 돋보이게 한다. 앨범에서는 기량이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리듬 앤 블루스뿐만 아니라 가스펠까지 시도하고 있어 마치 재지팻내스티즈(Jazzyfatnastees)나 트리니티 파이브 세븐(Trin-I-Tee 5:7)의 음악을 조금씩 섞어 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들머리에 위치한 'Be B-Zion'부터 시원스러운 터뜨림을 보이는 보컬로 이들의 승부점이 외모나 다른 요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력에 있음을 넌지시 이른다. 차분한 분위기에 정갈한 선율로 이별 후의 감정을 전달하는 '니가 없는 아침', 적요함을 물씬 풍기는 컨템퍼러리 R&B의 정형 'Liar', 기타 연주와 노래가 고른 호흡을 보이는 '사랑하는데 왜 안돼' 등을 통해서 비교적 단단하고 날카로운 보컬 기량을 맛볼 수 있다.

요즘 경향에 맞춰 강렬한 사운드의 클럽 음악이 한 번쯤은 튀어나올 것 같지만 반주는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무게감 있는 비트로 진행되는 곡에서도 '센 소리'와는 거리를 둔다. 트렌드와 부합하지 않는 반주를 유지하는 것은 자기들만의 음악적 틀을 구축하려는 의지의 발로이겠으나 불행히도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맴도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는 진행상의 굴곡 형성을 돕지 못해 앨범을 밋밋하게 만든다.

대중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유행하는 스타일을 이입하거나 다른 장치를 구성함으로써 듣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다소 아쉬운 면은 있으나 일단은 반가움이 크다. 환호작약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실력을 갖춘 리듬 앤 블루스 팀의 등장이 무척 신선하니까.

2008/12 한동윤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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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로 | 2008/12/23 11:05 | 원고의 나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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