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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808s & Heartbreak>

변화에 대한 기대 반, 나머지 절반의 우려에서 출발한다. 새천년 힙합의 수작으로 꼽히는 <The College Dropout>과 <Late Registration>, 그리고 이 두 작품에 버금가는 예찬의 호응을 이끌어낸 <Graduation>까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는 단 세 장의 앨범을 통해서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로서 입지를 확고히 굳혔으며 실력파 래퍼로서도 우뚝 섰다. 거침없는 히트 행렬은 팬들과 평단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던 것, 다음 앨범에서 그가 무엇을 보여줄지 궁금해 하는 건 당연했다. 이미 정상에 올라도 한참 오른 그가 또 한 걸음 진보하려면, 혹은 지금 누리는 수준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미 했던 것보다는 신선함을 선보여야 하기에 어느 정도의 변화는 예정된 일이었다.

그가 그러나 이렇게 획기적인 변신을 꾀할지는 어떤 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카니예 웨스트는 여기서 노래를 한다. 2007년에 열린 BET 힙합 시상식에서 '최우수 라이브 가수' 부문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래퍼가 노래를 부를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글래스톤베리 축제(Glastonbury Festival)에서의 제이 지(Jay-Z)처럼 일렉트릭 기타까지 들고 노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카니예 웨스트 또한 이 앨범에서 랩이 아닌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다행히 'Heartless'와 'Paranoid'에서 랩을 하고 있으니 가수로 완전한 전업을 선언했다고 보기에 어려울 것 같다.

중요한 건 그가 왜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다. 2007년 11월, 그의 어머니 돈다 웨스트(Donda West)가 성형 수술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약혼녀 알렉시스 파이퍼(Alexis Phifer)와 파경을 맞은 카니예 웨스트에게 남은 것이라곤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실감과 세월만이 씻겨 줄 수 있는 아픔밖에 없었을 듯하다. 그 심정은 제아무리 감정 이입을 잘한 랩이라도 온전히 표현되기에는 어렵다. 그걸 잘 알기에 '영민한' 그는 단조의 우울한 멜로디로 그 고통을 살릴 직접적인 표현을 시도한다.

앨범 콘셉트의 발단을 개인의 안 좋은 경험으로 볼 수 있겠으나 카니예 웨스트는 이를 음악적인 변화를 갖는 전환점으로 삼는다. 정서의 혼란스러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오토튠을 택해 음정을 보정하는 애초의 임무를 거두게 하고 모든 선율과 목소리를 왜곡시키는 용도로 그것을 이용한다. 앨범 표제로 명시한 '비통 heartbreak'을 드러내려면 비틀어지고 꼬인 음성으로 풀어야 청취자에게 더 다가서지 않을까. 노래 못하는 것을 감추고자 인위적으로 노이즈를 끼웠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건 다음 문제다.

또한, 티 페인(T-Pain)을 비롯해 많은 뮤지션이 대대적으로 오토튠을 사용해서 음악을 윤색하는 시대에 이러한 변형 방법이 언제까지 대중에게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에서 비롯된 고도의 전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이야 다수가 목소리에 오토튠으로 효과를 주어 집적이익을 누리고 있다지만 포화 상태는 올 것이며, 결국에는 식상한 제작 방식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그런 결과를 예견해 볼 때, 카니예 웨스트는 어필이 가능할 때 확실히 하고 빨리 빠지는 편이 이롭다는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카니예 웨스트의 영민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그의 장기이자 이제껏 행해온 샘플링을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방식에서 잠시 벗어난 점이다. 지금까지 그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고전 소울, 펑크(funk) 음악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빅히트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샘플로 사용함으로써 샘플링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다 보여준 상태다. 아무리 그가 정상의 자리에 있다고 해도 똑같은 방식으로 가공된 작품을 선보인다면 팬들은 서서히 싫증낼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몇몇은 등을 돌릴 것이다. 전에 시도한 적 없었던 제작 방식을 택하는 게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현명한 판단일 터, 카니예는 과감하게 습관을 버렸다.

앨범 타이틀로 암시하는 것처럼 수록곡 모두의 드럼 프로그래밍은 롤랜드사의 드럼 머신 TR-808이 사용되었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힙합, 일렉트로니카의 여러 뮤지션이 즐겨 이용하는 리듬 생성 악기. 이를 쓴 건 요즘 팝 음악의 경향으로 자리 잡은 재래 문법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인 동시에 줄곧 샘플링을 강조해왔던 편곡 스타일에 고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일 듯싶다.

이러한 변화는 아마 한시적일 것 같다. 그가 랩을 버리지 않았고 모친상의 슬픔이나 사랑하는 연인과의 결별로 발생한 비애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본인에게 일어난 사건, 그것으로 말미암은 정서의 변화를 음악에 대입하고 확장한 실험의 산물에 가깝다. 랩에서 노래로, 트렌디한 보컬 변형과 구식 사운드의 화합은 확실히 생경했고 신선했다.

2008/12 한동윤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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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로 | 2008/12/30 15:49 | 원고의 나열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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