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친다 불특정 단상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몇몇 사람은 '어휴, 졸려' 또는 '아, 피곤해'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내뱉곤 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저런 말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격무, 끊이지 않는 노동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피로감을 떼어내기 어려운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는 말일 것이다. 고된 생활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은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그 물리적, 신체적인 완화 작용을 무시하곤 한다.

고단함은 어찌 보면 자랑스러워해도 될 증상이다. 피곤하고 느른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열심히 생활에 임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무형의 문서이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질병이라든가 음주, 게임, 도박 등의 쾌락 추구로 생기는 피로감은 당연히 제외하고. 과로는 당장이라도 떨쳐 버리고 싶은 짐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정신을 파먹는 수준에만 이르지 않는다면 일상이 제공하는 고달픔은 인생의 촉진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일하는 목적이 '보다 나은 쉼'이 되는 차례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써 삶의 권피는 벗을 수 있겠으나 외로움은 그렇게 의지를 다짐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친구들과 북적거리며 놀아도 모임을 마치고 홀로 돌아오는 길에 외로움을 느끼고, 가족과 함께 생활을 해도 고독함은 가시지 않으며, 연인과 즐겁게 데이트를 하고 헤어지는 순간에도 그러한 기분을 맞는다. 꽉 찬 대인 관계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반려동물이 메울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대중가요 중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죽는 날까지 헤어질 수 없는 친구일 뿐이다'라는 가사도 있지 않은가. 야속하게도 이 노랫말은 우리를 또 한 번 좌절하게 만드는 진리다.

오늘 눈을 뜨고 나서 나도 모르게 '아, 외로워'라는 말을 꺼냈다. 하루를 시작하며 눈 뜬 다음으로 처음 한 것은 하품도, 기지개도 아닌 번민의 토로였다. 수 초 되지 않아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놀라웠다. 조금 과장해서, 경악스러웠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그런 말을 하다니... 외로움이 극에 달했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을 술에 취해 잠이 들고, 속으로 '나는 외롭지 않다'라고 되뇌며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산다면 그렇지 않겠느냐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다음에야 일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고 다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분주하게 활동한 뒤에 외롭다고 느낄 때, 그건 더 끔찍하다. 인간은 절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두 손을 든다. 하지만, 이 족쇄를 조금 느슨하게 찼으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조여 온다.


덧글

  • sesism 2009/01/20 17:11 #

    올해는 꼭 외로움에서 벗어나시길 제가 간절하게 바라드릴게요 ㅠ_ㅠ
  • 한솔로 2009/01/22 14:39 #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 국화 2009/01/20 21:50 #

    술은 애인이 아니기에 . 이제 좀 좀 달콤한 포스팅이 올라와야할텐데요 그죠?
    한솔로님 힘내세요 . (아 이말이 더 나쁜말인거같어'-')
  • 한솔로 2009/01/22 14:43 #

    고마워요. 당도 높은 인생을 살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어째 제 생활에는 쓰고 짠 것만 있는 것 같은 게...
  • Tag 2009/01/21 08:51 #

    절대공감이네요. 외로움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것...
  • 한솔로 2009/01/22 14:44 #

    외로움이 빨리 내려와야 하는데. 이러다가 저 계속 허리 굽히고 살지도 몰라요.
  • Run192Km 2009/01/21 10:30 #

    소설 주인공 독백 같은 기분이 듭니다..;;
    좋은 소식이 빨리 들려야할텐데요;;
  • 한솔로 2009/01/22 14:45 #

    그 소설 실제로 있다면 참 우울하겠는데요~?
    외로워서 알콜로 하루하루를 지새는 불쌍한 주인공... 왠지 끝에 죽을 것 같아요.
  • 양지훈 2009/01/21 22:42 #

    스티비원더옹의 don't you worry bout a thing 듣고 힘내세요...;
  • 한솔로 2009/01/22 14:46 #

    스티비 원더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발랄하고 샤방샤방한 아가씨가 부르는 노래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 낭만여객 2009/01/22 02:03 #

    저는 이에 관한 해결방법이 몇개 있는데 차후에 포스팅으로 연결해볼께요. 흐음. 힘내세요~
  • 한솔로 2009/01/22 14:47 #

    1. 술을 마신다
    2. 술을 먹는다
    3. 술에 빠진다
    이런 건 아니죠? 이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고안해낸 사람은 노벨상을 받을 거예요.
  • magican 2009/01/24 01:00 # 삭제

    노벨상 정도가 아니라 신흥 종교의 교주가 될 것 같아요-
    뜬금없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 한솔로 2009/01/25 14:49 #

    외로운 이들은 그분에게로 몰려 가는 사태가 벌어지겠죠?
    감사합니다. magican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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