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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를 좀먹는 가요



스튜디오에서 만든 음악이 아니라 인쇄소에서 제작한 인쇄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곳에서 복사기를 서너 대 정도 일렬로 세워 두고 그냥 차례대로 돌려 만든 가벼운 종잇장같은 '청각 물건'이다. 노래, 음악, 곡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가 아깝다.

스타일만을 맹종하고 그걸 오로지 모방하려고만 한다. 미국 남부 힙합의 작법 중 하나인 촙트 앤 스크루드(chopped & screwed, 곡의 속도를 늘여 놓았다가 다시 믹스하는 편곡 기법)를 곳곳에 삽입하고 있으며, 에이콘(Akon)의 넘실거리는 코러스 내지는 훅의 모양새를 어떻게든 흉내 내려고 애쓰며, 티 페인(T-Pain)의 보컬에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오토튠(auto-tune, 음정 보정 기구)까지 사용해 가면서 여러 개를 베껴 쓰고 있다. 게다가 버스(verse)와 후렴에서는 원더 걸스(Wonder Girls)의 'Nobody' 멜로디마저도 이입된다. 다른 노래였으면 그냥 지나쳤을 단순하고 일반적인 가사이지만, 여기서 벌이는 행각으로 말미암아 그 하나의 노랫말은 'Don't Cha'를 부른 푸시캣 돌스(Pussycat Dolls)의 환영도 불러일으킨다. 짬뽕은 극에 달했고, 비빔은 범람했다. 앞면, 뒷면의 면적을 아슬아슬하게 분할하여 복사를 마친 상황이다.

팝 음악계에 유행하는 형식을 발 빠르게 포착하고 그를 응용, 시도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련의 작업을 통해서 더욱 다채로운 표현 기법을 획득 가능하며 우리가 기존에 해오던 것과 접목해 색다른 음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눈곱만큼의 창작이 없어도 된다는 극단적 의미는 아닐 것이다. 연구 없는 모방, 변화 없는 복제, 마구잡이로 따라 하려는 탓에 아류 이상을 넘지 못한다. 장근석이 부른 '터치홀릭 (옙틱&햅틱 러브)'에 새로움과 창작된 부분이 뭐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선율과 노랫말에 작가의 감정은 일정 부분 들어가 있겠으나 전체적인 틀과 분위기가 이미 나왔던, 그리고 크게 흥행했던 스타 가수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신선해 보일 리 만무하다.

MP3 플레이어 광고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 주요 구매 타깃인 10대 청소년들에게 빠르게 어필할 수 있는 곡조가 필요했음은 이해한다. 알량한 용도 때문에 대놓고 누구의 것을 전면적으로 답습하는 행위가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인지도 좀 있다는 작곡가가 이러니 같은 직업을 꿈꾸는 후배들이 배울 게 무엇이겠는가? 앞으로 다들 인기와 중독성에만 목매달 듯하다. 이 복사물을 만든 사람은 방시혁이다.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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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로 | 2009/02/10 14:08 | 원고의 나열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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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melie at 2009/02/10 14:31
동감합니다. 정말 모-든 요소들이 '어디서 들어본 익숙한것들'이네요. 광고음악이라면 짝퉁 느낌 나는 이 음악이 과연 상품판매에 도움이 될까요?
Commented by Mr.Met at 2009/02/10 15:36
방시혁씨가 만들었군요.
방시혁씨 커리어 초반에
정말 노래 못만들어서 이 사람은
만드는 노래마다 왜 이리 안좋을까 했는데

히트 작곡가가 갑자기 되더니만
외국 곡 적절히 가져오기의 달인이 되었네요.

외국 곡의 트렌드를 가져오는게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안타깝긴 합니다..
Commented by 국화 at 2009/02/10 20:04
월드뮤직이네요 .
Commented by PETER at 2009/02/10 21:06
오마이갓
Commented by Run192Km at 2009/02/10 21:24
노래가 귀에 들어오더니 바로 나가버리네요-ㅅ-
Commented by illililli at 2009/03/04 18:06
제2, 제3의 김현X씨들이 범람하는 이 시대 잇힝 -왕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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