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은 누가 뭐라 해도 분명히 리아나(Rihanna)의 해였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많은 스타 뮤지션의 귀환과 뛰어난 신성의 등장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고, 조금의 막힘도 없이 히트 행렬을 이어갔다. 주요 무대인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지와 일본, 남미 등에 이르는 전 세계 각국의 음악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위용을 과시했다. 디럭스 에디션인 <Good Girl Gone Bad: Reloaded>에 담긴 노래들까지 포함해 한 앨범에서 무려 일곱 곡이나 되는 싱글을 내보이며 능통하게 성공 가두를 달렸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미카(Mika)가 2007년 발표한 데뷔 앨범 <Life In Cartoon Motion>에서 여섯 개의 싱글을 커트한 것이 근자에 단일 앨범 안에 가장 많은 노래를 배출한 사례, 그 기록을 경신했고 단지 숫자상으로만 우위에 선 것을 넘어 상업적인 성공 또한 동반했으니 더욱 놀랍고 대단한 일이다. 그야말로 '쾌속 질주'였다.
카리브 해에 위치한 섬나라 바베이도스, 그곳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친구의 도움으로 우연히 프로듀서 에반 로저스(Evan Rogers)를 만나 가수가 된 리아나가 이런 대형 스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2005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We Belong Together'와 뜨거운 경합을 벌인 'Pon De Replay'로 훌륭한 데뷔전을 치렀을 때에도 그녀를 수식하는 용어는 '데프 잼(Def Jam) 레이블의 신데렐라', '댄스홀의 여왕'이 전부였다. 이듬해 선보인 소포모어 앨범 <A Girl Like Me>에서 'SOS'와 'Unfaithful'을 히트시키며 연타석 안타를 이뤄냈을 때에도 그 자신보다는 업 비트의 댄스곡에 초점을 맞춘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평단에서는 단순히 팝 댄스, 섬나라의 정취를 나타내는 레게 가수로 리아나를 규정하며 그녀의 발전 가능성, 지속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많은 음악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러나 리아나는 세 번째 타석에서 시원한 장외 홈런을 날렸고 주변에 있었던 의구심을 단숨에 잠재웠다. <Good Girl Gone Bad>의 가공할 위력이었다.
그 엄청난 인기와 성공을 증명하는 것이 본 리믹스 앨범이다. 리믹스 앨범은 아무나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머라이어 캐리의 <The Remixes>,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Whitney: The Greatest Hits>에 수록된 믹스 CD,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의 <J To Tha L-O!: The Remixes>, 마룬 파이브(Maroon 5)가 얼마 전 출시한 <Call And Response: The Remix Album> 등 리믹스 작품은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검증된 최상급 뮤지션들의 전유물이다. 그러한 것을 참작한다면 리아나를 잘 모르는 이라도 그녀가 음악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가 부른 노래가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을 테다.
경탄할 만한 사실은 단순히 새롭게 재편곡한 음악을 냈다는 점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앨범에 담긴 노래들만을 리믹스 버전으로 낸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자기가 모든 작업을 담당하는 프로듀서라서 예전에 발표한 어떤 음반을 편찬해 발매하는 경우는 왕왕 있어 왔으나 그런 것이 아니기에 더욱 이례적이고 한편으로는 신기하다. 이는 팝 음악 역사상 거의 전무한 일이다. 이미 모든 노래가 핫 싱글 차트 20위권에 듦으로써 인기를 과시했으니 대중에 호소하는 데에는 자신이 있음을 넌지시 일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곱 곡을 히트시켰고 그 와중에 《미국 암 퇴치 협회(Stand Up To Cancer)》에서 암 치료 연구 기금 마련 홍보를 위해 제작된 노래 'Just Stand Up!'에 참여, 마룬 파이브, 티아이(T.I.)와 협연하며 주가를 올린 덕에 막힐 것이라곤 전혀 없다. 우량주 리아나는 리믹스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쾌속 질주를 감행한다.
이 앨범은 휴대하며 입장할 수 있는 클럽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근사한 댄스 버전의 트랙들로 꾸며져 있다. 첫 곡을 재생하는 순간부터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이 깜빡거리고 맹렬한 베이스로 분위기를 돋우는 클럽의 풍경이 연상될 것이다. 그래서 작품을 설명하는 용어는 '열기'와 '흥겨움'이 가장 적당하다. 흑인 음악 마니아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과 영국 등의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 클럽 신에서 손꼽히는 유명 일렉트로니카 전문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곡의 매무새를 새롭게 만들고 있어서 듣는 이가 체감하는 신선도와 완성도는 동시에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 음악 감독의 도움으로 빠른 템포의 곡은 한층 신나게 들린다. 힐러리 더프(Hilary Duff), 자미로콰이(Jamiroquai), 엔리케 이글레시아스(Enrique Iglesias) 등의 리믹스를 담당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뮤지션 조디 덴 브뢰더(Jody den Broeder)가 꾸민 'Disturbia'는 원곡이 지닌 중독성 강한 코러스('Bum bum be-dum')를 부각하며 시원스러운 바운스를 나타낸다. 전자음과 시그널 효과음을 군데군데 넣어 천연의 당김 리듬을 탑재한 'Shut Up And Drive'는 후반부에 잠시 올드 스쿨 프리스타일 음악에서 발견되는 비트로 변주함으로써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한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것과 같은 샘플을 사용한 이유로 여성 판(版) 'Wanna Be Startin' Somethin''이라 할 수 있는 'Don't Stop The Music'은 정말 견고하다. 고풍스러운 느낌을 내고자 현악 프로그래밍을 조금씩 곁들이는가 하면 간주에 울림을 가한 퍼커션 연주를 배치해 춤추고 싶은 기분이 들게끔 청취자를 배려하고 있다. 줄리안 나폴리타노(Julian Napolitano), 사이먼 랭포드(Simon Langford), 앤디 맨스턴(Andy Manston)으로 구성된 클럽 음악 프로덕션 팀 소울 시커즈(Soul Seekerz)가 윤색한 'Breakin' Dishes'는 1990년대 유행했던 하드 하우스와 트랜스의 옷을 입어 강렬한 힘을 자랑한다. 늦은 새벽 클럽의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차분한 분위기를 퍼뜨리던 노래는 180도 변한 모습이다. 가벼운 터치의 반복되는 건반, 브라스를 넣음으로써 라틴풍의 이국적인 형식으로 탈바꿈한 'Say It', 본래 있던 어쿠스틱 기타의 정겨운 소리를 거두고 거친 전자음으로 휘몰아치듯 고조된 상태로 달리는 'Good Girl Gone Bad', 매력이라고 할 침잠된 분위기에서 신선한 한 편의 노래로 재탄생한 'Question Existing'까지 이렇게 변화된 노래를 마주하면 여기에 참여한 프로듀서들이 달리 업계의 프로페셔널로 불리는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을 듯하다.
열띤 흥겨움을 발산하는 중에 이 노래들을 빼놓기란 아쉽다. 니요(Ne-Yo)와 함께 부른 'Hate That I Love You'는 전문화된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댄스 음악 본연의 틀에 주입해 원곡이 지닌 멜로디와 노랫말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태에서 유쾌한 멋을 보강한다. 지금의 리아나를 있게 한 수훈의 노래 'Umbrella'는 영국의 샤이무스 하지(Seamus Haji), 폴 에마뉘엘(Paul Emanuel) 콤비가 만든 클럽 버전과 브루클린 출신의 리믹스 팀 린드버그 팰리스(Lindbergh Palace)가 편곡한 버전을 감상할 수 있는데, 특히 후자의 트랙은 끝 부분에 현악 프로그래밍을 둠으로써 원곡이 지닌 서정성을 그대로 재현해 튀어 보인다. 강하게 내리찍는 심벌즈와 오밀조밀하게 박힌 신시사이저의 융화가 일품이었던 기존의 반주는 찾을 수 없어도 훌륭한 풍미를 전하는 데에는 그대로다.
보통 하우스 음악, 댄스 리믹스는 태생적 특징으로 6, 7분에 달하는 것이 대부분임에 반해 수록곡들은 짧은 라디오 에디트로 구성돼 있어 전자 음악 마니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어필 가능하다. 리아나의 열혈 지지자와 음악팬들은 리듬 앤 블루스에 댄스, 일렉트로팝을 가미해 어마어마한 성공을 누린 앨범을 변형한 본 작품에서 한 번 더 활연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댄스홀의 여왕'을 넘어 단 2년 만에 완전히 '주류 흑인 음악의 대형 가수'로 입지를 굳힌 리아나, 이제는 앨범 활동을 마감하고 다음 작품 준비에 들어간 상태지만 그녀의 또 다른 멋진 음악 선물이 있어서 <Good Girl Gone Bad>의 감동은 계속해서 피어오르고 있다.
글 / 한동윤
음반 해설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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