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a.Arie, 삶과 사랑에 관한 성찰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울림 원고의 나열

각기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한 앨범에서 온전히 소화, 구현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이야 퓨전이니 하이브리드이니 해서 상이한 스타일을 규합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품종의 개량과 형식의 접붙이기에 그칠 뿐, 각각 음악이 지닌 고유의 특질을 구체화하고 상승효과를 냄에는 좋은 성과를 이루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연유로 인디아 아리(India.Arie)의 음악 세계는 정상급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단연 빛난다. 소울, 포크, 블루스 등을 망라하는 중에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아 고른 화합을 내보인다. 단순히 반주나 음의 구성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노랫말에도 충분한 고민과 성찰을 담아내니 그녀가 이룬 융화는 한층 아름답게 다가온다.

오랜 휴면으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이번 앨범 역시 인디아 아리의 음악적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어쿠스틱 사운드가 중심에, 그리고 곳곳에 선다. 같은 네오 소울, 리듬 앤 블루스 계열에 속하는 뮤지션들과는 사뭇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데, 끈적끈적하고 습기 가득한 공기를 형성하기보다는 화순하고 청명한 분위기를 만들며,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기보다는 비교적 평이하고 담백하게 노래를 하는 편이니 듣는 사람은 한결 편하다. 또한, 요즘 주류에서 유행하는 R&B처럼 자극성 강한 신시사이저를 반복해 정신을 멍멍하게 만들지도 않아 흑인 음악에 각별한 조예가 없는 사람이라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음악이라 할 것이다.

'삶'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 자아 성찰에 대한 문답을 차분하게 풀어놓았던 지난 앨범 <Testimony: Vol. 1, Life & Relationship>의 연장인 본 작품은 '사랑'과 '주변 환경', '정치'에 관해 그녀의 입장을 표명하고 메시지를 전한다. 이전보다는 확장된 대의의 개념으로 판단해 봄직 하겠으나 전혀 거창하지 않다. 결국, 그녀가 원하는 건 자신의 삶과 생활을 밝힘으로써 듣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정도다. 전문용어를 써 가며 난해한 주제를 설파하는 게 아닌 보통 사람의 소박한 이야깃거리로 듬쑥하고 폭넓은 호응을 획득한다.

수록곡 중 가장 먼저 세상 빛을 본 것은 'Chocolate High'였다. 발군의 기량을 인정받는 네오 소울 보컬리스트 뮤직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가 짝을 맞춘 이 노래는 사랑하는 이를 달콤한 초콜릿 맛에 비유해 감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당신의 사랑에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건 내 마음을 활짝 열고 싶게 만들죠. 당신의 향은 인생에서 가장 달콤해요”라며 속삭이는 밀어는 둘의 맑은 음성과 무척이나 어울려서 달보드레한 향이 귀로 전달되는 느낌마저 든다. 밸런타인데이에 울려 퍼질 찬가 수준의 내용이다.

2008년 12월 아이튠즈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공개된 리드 싱글 'Therapy'의 가사 또한 예쁘기 그지없다. 자신에게 모든 근심과 걱정거리를 털어놓으라며 상대방의 심적인 짐을 덜어주려는 연인, 그리고 그의 행동과 말이 자신에게 치유가 됨을 이야기하니 노래 안의 밝은 상황으로 듣는 이도 편안해질 것 같다. 인디아 아리의 음악이 곧 치료 요법이 되는 순간이다. 더욱이 레게 뮤지션 그램스 모건(Gramps Morgan)의 구수한 코러스가 흥을 돋우고 있어 곡은 날아갈 듯 가볍게 들린다.

일관된 메시지를 고수하는 가운데 유려한 음악 연출로 듣는 재미를 보강한다. 소울 쪽에 귀속할 수 없는 반주를 대면하고 나면 여러 장르를 차용하면서도 편안하고 깔끔한 합일을 과시하는 그녀의 음악적 강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러스를 얇게 퍼지게 함으로써 날씬한 형태를 구축한 'Yellow', 블루스 록의 거친 기운을 품어 그루비한 흥취를 뿌리는 'Better Way', 수록곡 중 가장 격한 보컬 기교를 보여 이채롭게 느껴질 'Long Goodbye', 이국적인 도입부와 후렴구로 신비감을 획득하는 'The Cure'가 바로 그렇다. 더불어 하나님의 인도와 사랑을 역설한 구약성서 시편 23편을 기반으로 해서 곡을 만든 'Psalms 23', 피아노와 기타가 이끄는 반주에 낮게 깔은 스트링 편곡으로 수수한 모양새를 갖춘 'He Heals Me'도 가스펠의 빛깔이 진하게 침윤해 또 다른 멋을 전하고 있다.

여기에서 인디아 아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형성되는 감정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도 포함해 노래로 풀어냄으로써 간증하는 사람의 면모를 보여주며 같은 종교를 가진 이들과 호흡하기를 시도한다.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비장하게 나아가지 않아서 가스펠을 해도 결코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순박하고 완벽한 '녹여냄'의 기술이 이로써 증명된다. 그저 장르를 혼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매력이다.

다소 어려운 내용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자신과, 세상을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의 생활이기에 그녀의 자기고백적인 노랫말이 힘을 얻는다. 전작이나 지금 이 앨범이 지향하는 바가 그에 다름없을 테다. 스스로와 타인의 삶을 살피고 사랑을 찬미하는 노랫말, 강건한 울림을 통해서 그녀의 두 번째 '고백(testimony)'은 더욱 아름답고 진실한 것으로 다가선다.

글 / 한동윤

음반 해설지 수정


덧글

  • 오리지날U 2009/03/11 16:16 #

    한솔로님 혹시..
    그 왜 음반 사면 안에 들어있는 '추천사' 같은 거. 그런 일을 하시는 거에요?
  • 한솔로 2009/03/11 16:48 #

    네, 그런 분야의 일을 합니다.
  • Tag 2009/03/11 16:24 #

    음...이 앨범은 도시락에 없네요. voyage to india만 있네요. 그 곡들이라도 다운받아서 들어봐야지. 이힛~ :)
  • 한솔로 2009/03/11 16:51 #

    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인디아 아리 앨범은 다 라이선스 되어서 음원이 등록되어 있을 텐데요... 이것도 나온 지 좀 되었고요.
    아직 안 들어보셨다면 그 앨범이라도 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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