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담비 - 토요일 밤에 원고의 나열



슬픈 내용의 가사라고 발라드로 노래를 만들어서는 히트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애잔한 곡이라고 클라이맥스에 다다라 허공에 잠시 올렸다가 마는 약간의 손짓을 보이고 우수에 찬 눈망울로 관객과 시선을 맞추던 때는 이제 개화기만큼이나 오래됐다. 애절하니까 느린 템포의 반주로 가겠다는 것은 정형을 벗어나지 못한 촌스러운 발상에 다름없다.

'토요일 밤에'는 뭐든지 빠른 게 대접받고, 단 몇 초 안에 신경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없으면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속도 제일주의의 시대에 어울리는, 이러한 현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작품이다. 노래 속의 주인공이 슬퍼도 울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든, 헤어진 연인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지난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든, 매일 술에 의지하며 지내든 지금의 청취자 대부분은 그의 의지나 기분, 다짐 따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빠르고, 화려하고, 신나는 음악 그것을 우선에 둔다. 말하자면 그와 같은 외형은 현시대 음악이 히트를 위해 던지는 일반적 떡밥인 셈이다. 토요일 밤에 헤어진 그 사람 때문에 슬퍼하는 이의 착잡한 심정을 전달하는 이 노래도 마찬가지다.

빠르기로 주목을 샀으니 이제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반주를 구현할 차례다. 짧은 선율로 흡입이 쉽게끔 한 것이나 전자음 루프로 구성해 친밀감을 확보한 것은 흥행 감이 있는 용감한 형제 특유의 기민한 작법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후반부에 일렉트릭 기타 솔로를 넣어 변화를 주는 것은 신선하다. 하지만, 제작자인지 가수인지 작곡가인지 누구의 목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1980년대 유행하던 사운드를 내고 싶었다는 후문을 참고했을 때에는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 시절, 그 음악을 경험한 세대들이 듣는다면 향수는커녕 그 어떤 추억도 되살아나지 않을 음악이기 때문이다.

과거 유행한 신스팝 계열 전자 음악과는 다른 세련된 질감의 반주가 문제다. 당시 많이 쓰인 신시사이저의 투박함, 다른 악기들을 활용한 편곡 구조를 상기하는 데에는 제대로 된 모형이 못 된다. 중심이 되는 전자음의 반복은 차라리 이현우의 '꿈 (LP Version)'(1991)의 도입부 건반 프로그래밍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Cry Eye'나 'Bad Boy'로는 미약한 반응을 타다가 '미쳤어'에 와서 대박 흥행을 터뜨린 손담비이기에 향후 그 노래나 이번의 '토요일 밤에'처럼 전자음과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서핑을 타는 노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고 자극을 주는 소리가 대세인 가요계에서 또 한 차례 히트를 기록할 용감한 형제는 두말할 것도 없고. 속도와 중독, 훅(hook)의 과부하 시대에 '토요일 밤에 미쳤어'란 노래는 제발 나오지 말았으면. (한동윤)


덧글

  • PumpkinJack 2009/04/03 02:26 #

    뭐라고 할까요.. 전 그 시대의 음악을 경함하지않았지만
    디스코풍의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번노래는 정말 최악. 이라고 할만큼 마음이 안들더군요.
  • 장사백 2009/04/03 09:54 # 삭제

    요즘 노래는 훅이 일단 입에만 붙으면
    성공같아요

    요새 유행하는 만화의 코드인 '병맛'처럼요
    붙어야 하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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