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 거북이 사요 원고의 나열

댄스 음악은 신나야 한다. 미지근하지만 은은한 중독성을 선사하는 다운템포의 넘버들도 좋지만 보다 직설적이고 리드미컬하며 빠른 비트를 타는 댄스 음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노래가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본령에 부합하는 가수 중 하나가 바로 거북이이다.

해변을 배경으로 한 앨범 부클릿의 사진들과 그 위에 어린아이가 덧씌워 완성한 듯한 낙서 수준의 아트워크는 이제껏 거북이가 들려준 음악의 성격을 일괄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 같다. 여름 특수(特需)에 편승한 적은 없었지만 이들의 음악은 항상 시원하고 유쾌했으며 재밌고 생기 있는 노랫말로 대한민국 대표 댄스 가수로서의 입지를 지켜왔다. 노찾사와 박학기의 노래를 차용한 '사계', '향기로운 추억'을 비롯해 2집에서는 'Come On'과 '왜 이래', 3집의 '빙고'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쾌속 주행은 거침없었다.

그러던 지난 2005년 초에 거북이의 리더인 터틀맨(Turtleman)이 심근 경색증으로 인해 쓰러져 수술을 받는 큰 시련이 닥쳐왔다. 은퇴니 해체니 하는 여러 말이 오가는 가운데 병상에서 투혼을 발휘해 1년이 넘는 공백을 깨고 발표한 음반이라 평소보다 더 의미가 크다. 장기간 지속된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많이 지쳤을 법도 한데 본 앨범은 전작과 변함없는 '거북이 표' 댄스 음악들로 채워져 신명을 전달한다.

타이틀 곡 '비행기'는 동심으로 돌아가 순수함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경쾌한 곡으로 도입부의 발현악기 연주가 청량한 기운을 돋는데 모자람이 없다. 특유의 제창 형식으로 레코딩한 코러스가 거북이의 스타일을 잘 나타내주는 'Remember Me'라든가, 여름철 피서 준비물로 지참하면 안성맞춤일 '여행이야', 휴식 기간 동안 무대에 서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음을 알 수 있는 거북이의 출전 테마 곡 같은 '꼭'을 듣고 있으면 무더위로부터 벌써 한걸음 벗어난 느낌이다.

하지만, 데뷔 앨범부터 이번 네 번째 앨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노래에서 작사, 작곡, 편곡을 담당하고 있는 터틀맨의 결과물은 초기의 재미 또는 신선함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인상을 준다. 나오자마자 얻은 성공의 패턴에 계속 매달려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황을 구술하는 입체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몇몇 곡과 비교해 사랑 이야기를 다룬 노래는 진부한 내용으로 식상할 뿐이며 곡의 진행 형식 또한 서서히 비슷비슷한 모양으로 굳혀지고 있어서 실망스럽다. 또한 지이(Z-E)가 래퍼라는 애초의 파트에서 벗어나 노래까지 참여하여 어중간함을 보이는 곡 '야'는 보컬의 기량부족이 드러나 완성도가 흐트러지고 있다.

기복 없이 팀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구성에만 매몰되는 것은 뮤지션이 피해야 할 항목 중 하나다. '거북이 표' 댄스 음악의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서는 나름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이름 거북이처럼 장수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2006/08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덧글

  • 오리지날U 2009/04/07 21:10 #

    왁- 타임머신을 타고 온 글이군요 !
  • 이민정 2009/04/21 18:01 # 삭제

    거북이 비행기 춤 알려 주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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