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 A&R Sulco.1 원고의 나열

어떤 음악이든 간에 한 번에 다양한 음악가를 만나고 일관된 테마에 교집합이 되는 노래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컴필레이션 앨범만한 게 없다. 그래미 시상식에 후보로 오른 곡들을 들으려면 <Grammy Nominees> 시리즈, 한 해 동안의 히트곡들을 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Now That's What I Call Music!>을, 다운템포나 인스트루멘틀 힙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Mushroom Jazz> 시리즈를 찾아보는 것이 좋은 것처럼, 편집 음반의 매력은 다채로운 음악을 하나의 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렉트로니카 컴필레이션인 <A&R Sulco.1> 역시 그러한 이유로 전자 음악 팬들과 이쪽 장르에 서서히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완소 앨범'이다. 이미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에게는 앨범에 마련되어 있는 곡들을 들음으로써 최근의 음악 스타일에 대한 동향을 탐독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초심자들에게는 한곳에 모아진 노래를 살핌으로써 이런 양식이 어떠한 특징을 갖는지, 어떤 음악을 일렉트로니카라고 규정하는지 이해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장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양국을 대표하는 열세 팀의 일렉트로니카 전문 그룹의 작품들이 취합되어 있어 두 나라의 풍미를 동시에 만끽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각 작가들만의 미묘한 감성 차이, 거기에다가 오랜 기간 활동해 와서 우리에게 익숙한 뮤지션의 음악으로는 정겨움과 친숙함을, 아직 이름이 덜 알려진 이들의 음악에서는 신선한 멋도 감지가 가능하다. 일렉트로니카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댄서블(danceable)한 멋까지 집약되어 있기에 이 음반을 소장하는 순간부터 휴대용 클럽이 하나 생기는 셈이다. 드라이브 할 때나 신나게 몸을 움직이고 싶을 때 더없이 좋은, 어쩌면 이것이 최고의 은택일지도 모른다.

포문을 여는 디제이 지누의 'Perspective'부터 청취자를 클럽 안으로 인도한다. 다소 침잠된 루프가 반복되는 가운데 거친 신시사이저 연주가 간헐적으로 등장해 몽롱하면서도 거친 기운을 동반, 한층 역동적으로 다가선다. 제이드의 목소리가 풍염하게 들리는 혼성 듀오 로맨틱 카우치(Romantic Couch)의 'No One', 객원 보컬 한민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조금씩 변주를 보이는 비트가 귀를 끄는 판다풀 프로젝트(P.andafool Project)의 'F.T.R.', 덥 하우스의 무게감 있는 반복으로 중독성을 갖춘 이스트포에이(east4A)의 'Dub And Dope', 2008년 10월 발표한 '어쩌면 우린'이라는 곡으로 사랑을 받은 여성 싱어송라이터 하임(haihm)의 IDM 트랙 'Who Am I?'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전자 음악 감독들이 생산하는 감각적인 그루브를 온몸으로 감지할 수 있다.

일본 최고의 일렉트로니카 프로듀서들의 작품도 기대에 부응한다. 2006년 발매된 <Universal Thing> 앨범에 수록되어 하우스 음악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일본의 프로듀서 슬로울리(Slowly)의 'Find Illusion'으로 인해 몽환적인 느낌은 초반부터 큰 규모로 형성되는데, 가벼운 피아노 연주를 타고 흐르는 미국의 소울 가수 앨리슨 크로켓(Alison Crockett)의 여유로운 보컬 연출이 황홀함을 강력하게 내보이고 있다. 'Five Years Circle'에서 켄타로 타키자와(Kentaro Takizawa)와 일본의 클럽 재즈 쿼텟 트랜스 오브 라이프(Trans Of Life)가 협연해 일구는 이국적인 리듬은 확연한 기승전결로 환상적이며, 주문을 거는 것처럼 짧은 가사를 반복하며 관능적으로 접근하는 리틀 빅 비(Little Big Bee)의 'Solitude', 샘플링 된 환호 소리로 잔잔하게 흥을 유지하는 투 룸스(Too Rooms)의 'Southern A.M'은 앨범의 풍광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 일조하는 곡들이다.

수록곡들 하나하나 귀를 기울여 본다면 왜 본 작품을 왜 '완소 앨범'이라고 했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탐스러운 비트와 농염한 대기로 인해 흥겨움은 배가되며 여기에 마련된 열세 편의 전자 음악은 양국의 취합은 물론, 일렉트로니카 서브 장르를 다양하게 모은 탓에 이쪽의 열혈 팬이나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이 듣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를테면 교범과도 같은 것. 일렉트로니카 컴필레이션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한 음반이다.

2009/02 한동윤


덧글

  • 2009/04/13 08:03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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