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 & Furious, 자동차 RPM과 함께 상승하는 BPM의 후끈한 파티 원고의 나열

많은 영화 장르 중 열띤 흥분을 선사하고 즉각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 액션물만 한 게 또 없다. 허공을 향해 쏴도 백발백중 적을 쓰러뜨리는 환상의 총격, 악당들을 단숨에 나가떨어지게 하는 발길질과 주먹질의 막강 앙상블, 삼삼오오 떼를 지어 있는 흉한들을 한꺼번에 소탕하는 폭파 및 집중 폭격에 의해 형성되는 시원시원한 그림은 한참 동안 묵고 지내던 체내 스트레스를 최단 시간 안에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순탄하지 못한 생활, 팍팍한 환경 등 여러 문제 때문에 평소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이유로 액션 영화를 긴장과 불안을 씻겨 주는 단비 같은 존재로 여기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폭력을 조장한다는 구실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곤 하지만, 화려한 영상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끝내 임무를 완수하는 주인공이 이뤄내는 극적인 스토리는 무기력증과 패배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에 잠시 일상에서 해방되는 탈출구로의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 중 '탈것'을 소품, 매개, 이 이상으로 거의 주 조연 삼아 이야기를 엮는 '질주' 활극은 다른 액션 장르보다 더 신속하게 역정(逆情)과 번민을 분해한다. <드리븐 Driven>, <토크 Torque>, <트랜스포터 Le Transporteur>, <택시: 더 맥시멈 Taxi>처럼 경주용 자동차든, 오토바이든, 고급 세단이든, 영업용 차량이 등장하든 어떤 운송수단이 출연해도 마찬가지다. 시동을 걸고,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 관객들 또한 동시에 긴장에 발동이 걸리고, 흥분에 가속페달이 밟힌다. 배우들이 달릴수록 그것을 보는 이들의 기대와 열광도 함께 달리는 것이다. 출연진들의 감정선에 깊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스피드와 완력, 시각적 요소를 주되게 부각하는 작품이라면 이는 더 명백하다. 상영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서도 고조된 기분이 계속된다.

이를 확실히 증명해 보인 것이 바로 2001년 스타트를 끊은 <분노의 질주 The Fast And The Furious> 시리즈다. 젊은이들의 억누를 수 없는 호기와 패기를 중심 기조로 채택하고 청춘 남녀의 영원한 로망인 레이싱이라는 소재를 빌려 화끈함과 후련함을 선사한 이 영화는 개봉 첫 주에 4,009만 불, 미국에서만 1억 4천 5백만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며 그해 여름 박스 오피스를 질주의 물결로 수놓았다.

인기는 단발 이상의 탄력을 요구했다. 뒤이어 2003년 개봉한 <분노의 질주 2 2 Fast 2 Furious>, 2006년의 <패스트 &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 The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까지 전작을 능가하는 상업적인 성공을 이뤘고 스크린을 벗어나 사운드트랙은 물론, 자동차 튜닝 시장과 게임에까지 영향력을 넓히며 경주를 속행해 나갔다.

다가오는 4월 개봉 예정인 네 번째 연작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 Fast & Furious>로 흥행 역사는 2009년에도 꼬리를 물 전망이다. 새천년의 섹시, 터프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빈 디젤(Vin Diesel)을 비롯해 《MTV 무비 시상식》 수상자인 폴 워커(Paul Walker), 액션 여신으로 떠오른 미셸 로드리게스(Michelle Rodriguez), <패컬티 The Faculty>, <니어링 그레이스 Nearing Grace> 등으로 경력을 쌓으며 할리우드의 샛별로 성장 중인 조다나 브루스터(Jordana Brewster) 등 <분노의 질주> 원년 멤버들이 다시 돌아와 첫 회의 감흥을 재현한다. 무한할 것 같은 속력으로 일궈내는 짜릿한 액션은 다시 한 번 속도에 민감한 현대인들의 숨겨져 있던 질주 본능을 자극할 것이다.

주인공들만 뛰고 차만 달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나왔던 이 연재의 사운드트랙이 그래 왔듯 삽입된 노래들도 신나게 달려 준다. 자동차의 RPM이 오르면 수록곡들의 BPM(beats per minute)도 함께 상승한다. 캐딜락 타(Caddillac Tah), 노리에가(Noreaga), 루다크리스(Ludacris), 너드(N.E.R.D.) 같은 힙합 신의 슈퍼스타들을 초빙했던 과거 OST처럼 이번 사운드트랙도 영미 흑인 음악의 명사와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라틴계 뮤지션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쿠바 혈통의 래퍼 핏불(Pitbull)의 곡이 앨범의 반 가까이 된다. 2004년 처녀작 <M.I.A.M.I.: Money Is A Major Issue>로 데뷔해 빌보드 앨범 차트 14위, 3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순조롭게 래퍼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6년 두 번째 앨범 <El Mariel>, 이듬해 출시한 3집 <The Boatlift>를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음악계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했다. 그의 거주지이자 활동 무대인 마이애미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댄스홀, 레게통(reggaeton) 스타일의 경쾌한 음악으로 전 세계 클럽 가에서 디제이들의 세트 리스트 0순위로 환영받는 인물. 체감 바운스가 급상승하는 일만 남았다.

스페인어 버전을 함께 수록한 'Blanco'는 빈틈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농밀한 리듬 구성이 무척 매력적이다.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을 타고 흐르는 핏불의 힘 넘치는 래핑, 간주에서의 거친 통기타 스트로크와 '헤이, 헤이'하며 흥을 지피는 환호성의 조합으로 노래에서 속도감이 전해져 온다. 영화를 접하지 않은 이라도 화면에서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소울 트레인 시상식》에서 '최우수 남성 R&B/소울 앨범' 부문을 수상한 리듬 앤 블루스 보컬리스트 로빈 시크(Robin Thicke)가 힘을 보태는 'Bad Girls'는 1970년대 짧은 활동으로 역사를 마감한 펑크(funk) 밴드 허만 켈리 앤 라이프(Herman Kelly & Life)의 스테디셀러 명곡 'Dance To The Drummer's Beat'의 퍼커션 일부분을 샘플링 해 올드 스쿨 팬들의 추억을 되살리는 노래가 될 듯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베테랑 래퍼 테고 칼데롱(Tego Calderon)이 피처링을 한 'You Slip, She Grip'은 쉴 새 없이 밀어붙이는 비트와 랩이 일품, 1975년 빌보드 팝, R&B 차트 정상에 오른 오하이오 플레이어스(Ohio Players)의 히트곡 'Love Rollercoaster'의 멜로디를 차용해 중독성의 장을 여는 클럽튠 'Krazy' 역시 쾌활하게 달리는 기운을 더욱 상승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활기의 극은 다른 뮤지션들의 노래에서도 유효하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의 'G-Stro'는 묵직하면서도 탁한 그의 음성으로 남성미를 획득한다. 여성의 신음을 삽입해 한층 자극적인 모양을 내는 탓에 자동차 영화들이 내재한 일종의 마초성을 음악으로도 제시하고 있다. 《머큐리 시상식》,《그래미 시상식》 등에 후보로 올랐으며 2008년 'Paper Planes'와 'Swagga Like Us'를 히트시키며 글로벌 뮤지션으로 급성장한 마야(M.I.A.)와 그녀가 설립한 레이블 N.E.E.T.의 1호 가수인 여성 래퍼 라이 라이(Rye Rye)가 입을 맞춘 'Bang'도 전자음과 브레이크비트를 결합해 스피디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2005년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The Last Don: Live> 앨범으로 '최우수 어반 뮤직 앨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돈 오마(Don Omar)의 일렁이는 사운드가 돋보이는 'Virtual Diva'와 에티오피아 태생 일렉트로니카, 인디 록 뮤지션 케나(Kenna)의 정갈한 일렉트로팝 넘버 'Loose Wires'도 앨범의 미끈한 맵시를 배가하고 있다. 상쾌한 기분이 아니 들려야 아니 들 수가 없다.

모든 노래가 감속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것처럼 달리고 또 달린다. 조금의 휴식을 취하는 자리는 타샤(Tasha)가 부른 R&B 곡 'La Isla Bonita'에서 뿐이다. 임목처럼 쭉 늘어선 빽빽한 리듬의 잔치,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연결되는 흥겨움과 속도감은 뻥 뚫린 도로를 아무런 제약 없이 맘껏 내달리는 쾌감을 당장에 안길 듯하다. 그래서 '조금 더' 이기를 바라는 청취자들에게 10곡이라는 적은 양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 주인공들이 차를 운전하며 선보이는, 눈을 휘둥그레지게 할 정도의 근사한 액션을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통쾌함은 이 사운드트랙을 통해서 확실히 체감된다. 흥분과 카타르시스가 음악으로도 해결됨을 이 '질주' 음반은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2009/03 한동윤
음반 해설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