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원고 불특정 단상

글을 쓰다 진도가 안 나가서 머리나 식힐 겸 다른 일을 합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두뇌 회전이 조금 빨라질까 싶어 댄스곡을 듣기도 하고, 여유를 느끼고 싶은 마음에 반듯한 분위기의 노래도 청해 봅니다. 이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요. 모니터 앞에 놓인 커피는 이제 온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식어 버렸지만, 아직 머릿속은 태업 중입니다.

이번 글이 기고하는 잡지에 마지막 칼럼입니다. 잡지가 휴간을 하거든요. 많은 대중음악 전문지가 있었죠. GMV, 핫뮤직, 서브, 비트 등등. 하지만, 이들은 지금 살아 있지 않습니다. 이 잡지가 안 나오게 되면 이제 우리나라에 대중음악을 다루는 잡지는 음반 매장에서 배포되는 무료 잡지 하나만 남는 거예요. 인터넷의 발달도 이 현상에 어느 정도 일조한 것이 있겠죠. 나날이 단 시간에 대중에게 어필 가능한 가볍고 자극적인 노래만 나오는 요즘이라 진지한 음악 이야기를 종이로 만나는 매체가 하나 없어진다는 사실이 더 큰 빈자리로 느껴집니다. 저 같은 일용직 노동자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갑자기 잃은 것이지만, 음악계를 봐서는 참 안타까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이 잡지는 언제쯤 다시 발간이 될까요?

약 1년 전에 휴간을 선언한 어떤 대중음악 잡지도 그랬습니다. 돈도 없고 수익도 별로 안 생기니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그 잡지에 1년 동안 글을 썼죠. 그러나 그동안, 그리고 휴간한 지 1년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 원고료는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한심하고 슬픈 음악계 현실의 단편입니다.

언젠가는 이런 이야기를 칼럼으로 다룰 날이 오겠죠. 그때에는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아졌기를 희망합니다. 개인적으로나 음악계 전반으로나. 음악 산업의 부피는 점점 팽창하는데 노래와 음반, 가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잡지가 하나도 없다면 참 아이러니 할 것 같아요. 처음과는 달리 오히려 머리가 더 덥혀진 느낌이에요. 마지막 글의 마무리는 내일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해야겠습니다.

덧글

  • 간달프 2009/04/19 23:02 #

    그래도 이즘에서 활동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될까요; 음악계가 힘든 모습을 볼 때마다 참 불편합니다;
  • 한솔로 2009/04/20 17:02 #

    아무래도 추세가 이렇다 보니 종이 매체보다는 웹진이나 온라인을 통한 글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쉽긴 하죠.
  • PumpkinJack 2009/04/19 23:02 #

    아... 함내세요 한솔로님 ㅠㅠ
  • 한솔로 2009/04/20 17:03 #

    힘내야죠~ 당연히! 감사합니다.
  • Tag 2009/04/19 23:18 #

    에효...어찌 보면 이는 음악계와 출판계의 공동의 문제겠네요. 날이 갈수록 줄어만 가는 출판시장을 볼 때마다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후우~
  • 한솔로 2009/04/20 17:03 #

    네, 둘 다의 문제죠. 나아질 날이 언젠가는 오겠죠?
  • 오리지날U 2009/04/19 23:27 #

    에그.. 답답하네요... =ㅅ=
  • 한솔로 2009/04/20 17:04 #

    활명수가 필요합니다.
  • 쏘닉 2009/04/19 23:32 #

    사연은 슬픈데여 미안해여 님의 친절한 존댓말이 너무 낯설어여 ㅎㅎ
  • 한솔로 2009/04/20 17:06 #

    역시 나는 욕을 해야 되는 건가?
    한번은 친구의 차를 타고 후배와 함께 가고 있는데 활짝 핀 개나리를 보며 "와~ 정말 예쁘다" 그랬더니 후배 왈, "형, 그런 말은 형이랑 어울리지 않아요. 제가 기억하는 모습은 소줏병 들고 욕을 하는 거예요. 그게 제일 어울려요"라며 나의 감성을 짓밟았지. 나도 사실 경어체가 낯설긴 해.
  • Run192Km 2009/04/20 00:00 #

    슬픈이야기네요..
    음악산업의 부피가 팽창하고 있었군요;;;
  • 한솔로 2009/04/20 17:07 #

    음반 판매량이나 다른 것에서는 90년대만 못하지만, 어쨌든 산업의 규모는 계속 늘어나니까요.
  • 지구밖 2009/04/20 00:41 #

    그동안 한솔로님 글 재밌게 봤는데(블로그에서...) 아쉽네요..
  • 한솔로 2009/04/20 17:08 #

    글을 안 쓰는 건 아니니 크게 아쉬워하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낭만여객 2009/04/20 00:53 #

    아..슬픈 일입니다. 한솔로 님이 꾸준히 글을 내야 음악계가 좀더 살텐데.
  • 한솔로 2009/04/20 17:10 #

    좋은 글로 좋은 의견을 내야 하는데 워낙 소양이 부족해서 부끄럽습니다.
  • 클라 2009/04/20 01:29 #

    정말 어느순간부터 대중음악잡지는 사라져버렸네요. 슬픈 현실이네요.
  • 한솔로 2009/04/20 17:10 #

    이제는 소장품으로만 남는 과거가 되었어요. 뭐라도 하나는 남아야 할 텐데요.
  • sesism 2009/04/20 11:47 #

    영화만이 아니라 음악도 이렇게 되는군요. 어쨌거나 수고하셨고요 곧 또 좋은 일이 있겠지요 :)
  • 한솔로 2009/04/20 17:12 #

    문화예술은 참 각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희망합니다.
  • 땅콩 2009/04/21 09:55 #

    그래도 블로그에서 꾸준히 좋은 음악들 소개해 주시고,리뷰 꾸준히 써주셨으면 해요...
  • 한솔로 2009/04/22 19:19 #

    네, 그래야죠. 블로그는 제약이 없어서 좋아요.
  • 쏘닉 2009/04/22 11:54 #

    포스팅과 관계없는 댓글:
    내가 님이라고 부르는 게 이상해?
    닭살스럽지 않으면서 정중한 그만한 존칭이 어딨어 ㅋ
  • 한솔로 2009/04/22 19:20 #

    '님'만 있음 뭔가 이상해서. 그리고 뭔가 채팅을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그런 칭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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