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스타일(Free Style) - Dry & Wet 원고의 나열

한 가지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은 그 음악가가 자기 영역의 독자성을 구축하고자함이겠으나 그 행보가 청취자들에게 때로는 따분한 모습으로 다가서거나 지루한 인상만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어떤 특정 장르 안에서 자신들만의 어법을 만들려는 노력은 어느 정도의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동반되어야 돋보이는 법이다. 아무리 자기가 추구하는 양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거나 똑같은 주형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정형화된 음악을 들려줘서는 예전만큼 흥미를 느낄 수는 없을 것이 분명하다.

흥행이 가능한 형식에 천착한 나머지 일종의 보신주의에 빠진 듯 그들만의 '발라드 랩' 공식만 따르는 프리 스타일(Free Style)도 점점 재미를 깎아내는 음악가가 되는 중이다. 'Y'의 성공 이후에 <Funkist Family Juice>의 처참한 실패를 경험한 그룹은 신나고 남성적인 힙합보다는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발라드풍의 랩으로 확실히 노선을 갈아탔다. 그런 음악이 미니홈피 배경음악이나 동화 연결음, 핸드폰 벨소리로 많이 나가기 때문이었다. 지난 5집의 '수취인불명', 2008년 디지털 싱글로 공개한 '행복을 주는 사람', 같은 소속사에 있는 가수 한이(Hanyi)의 노래도 모두 서로 무척이나 닮은 모양이다. 발라드를 중심에 둔 편안한 랩 음악에 자신들을 고정시켜놓아서 이제는 신곡이 나와도 기대감이 덜하다.

이번 새 앨범 역시 그 우려를 빗겨가지 않는다. 주되게 사랑의 감정에 몰두하는 노랫말과 그것을 싣는 사근사근한 반주는 전과 동일하다. 그리고 수록곡들 간에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탓에 맛깔스럽지 못하다. 칼날처럼 예리하게 느껴지는 전자음,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각종 효과음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트렌디한 힙합과는 전혀 다른 어쿠스틱한 형태를 띠는 터라 부담되지는 않지만, 심심함이 반대편에서 더 큰 규격을 갖추어 듣는 이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담백한 맛을 내려고 정온(靜穩)만을 좇은 게 문제였다.

최근 유행하는 클럽 음악풍의 힙합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프리 스타일의 음악이 당분간은 괜찮게 들릴 것이다. 객원 보컬로 참여한 한이의 은은한 코러스와 두 멤버의 나지막한 래핑이 '마음으로 하는 말', 제이디(JD, 이창현)의 맑은 음색이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를 내는 곡의 명도를 높이는 'Goodbye My Lady', 앨범에 담긴 작품 중 가장 화사한 기운을 머금은 '연애' 등은 풍조와 정반대의 생김새를 갖는다. 프리 스타일이 고수하는 어조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노래들이다.

또 한 번의 스타일 답습으로 '발라드 랩'의 대표 주자임을 선언하고 있으나 이제는 이런 동일함에 물리는 이가 많아질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이름과는 다른 전혀 '프리'하지 않은 음악으로 다시금 무료한 세계를 형성한 형제에게 새로움이 절실하다. 남녀노소 어떤 이라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힙합을 들려주겠다는 암묵적 지향은 살리되 계속되는 전형에서 발생하는 무미건조함은 빨리 없애야 한다. 안전한 접근으로 이룬 '벨소리 가수'라는 직함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닐 테니까.

2009/04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간달프 2009/04/21 12:45 #

    최근에 네이버 선정위원이 된지라 40자평을 했는데 '탐구의 길을 모색한 형제들의 안정적인 읇조림'이라고 했거든요. 점점 구체화되고 단단해지기는 하는데 너무 안정적인 것 같아 아쉬울 뿐입니다.
  • Run192Km 2009/04/21 12:56 #

    이젠 노래가 나와도 관심도 안가네요..
    고등학교 때 친구가 얘네 좋다고 좋다고~~해서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 Tag 2009/04/21 19:02 #

    음...저는 이상하게 처음 나왔을 때부터 그다지 좋게 들리지는 않더군요. 정확하게 뭘 얘기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 _-
  • 오리지날U 2009/04/23 04:35 #

    구구절절이 맞는 말씀이십니다 !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 한, 두번이야 어쩔 수 없다손 쳐도
    계속 저렇게 나가면 욕 먹는 건 시간문제죠..
    이건 비단 프리스타일 한 그룹 만의 애로는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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