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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케이 후니지(GK Huni'G) <Primitiveading>

인스트루멘틀 힙합을 둘로 나눌 경우에 사용되는 극단적인 기준은 '즐겨 들음과 그렇지 않음의 정도'다. 많은 이가 노랫말과 가수의 목소리가 반드시 들어가는 대중음악에 익숙하기에 반주만 줄기차게 나오는, 그러다 어디에선가 추출한 사람의 음성이 잠시 등장하면 다행인 연주곡은 적응이 안 되고 급기야는 부담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친숙한 형식이 아니라서 마니아 장르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스타일의 열혈 지지자라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 즐겨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고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음악이 있다.

청취자로부터 흥미를 대규모로 유발하게끔 하는 인스트루멘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전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신선한 구성을 취하고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획기적인 형태를 갖추더라도 이것이 무조건 꾸준한 인기, 자주 듣고자 하는 희구에 귀결되지는 않는다. 디제이 손(DJ Son)의 <The Abstruse Theory>,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의 <Soundtrack To A Lost Film> 둘 중 어떤 음반이 더 많은 사람의 애정을 탈까? 일 인새니티(Ill Insanity)의 <Ground Xero>와 피트 록(Pete Rock)의 <PeteStrumentals>는? 디제이 크러시(DJ Krush)와 누자베스(Nujabes)는 어떨까? 세 경우 모두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할 듯하다. 이를 종합해 봤을 때 즐겨 듣거나 그와는 반대되는 음악으로 나뉘는 결정적 요인은 편안함이 될 것 같다.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멜로디도 없는데 실험으로 무장하는 것보다 안온이라도 찾을 수 있는 곡이 그나마 낫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그러한 의미에서 신인 뮤지션 지케이 후니지(GK Huni'G)의 데뷔 앨범은 많은 사람이 친근하게 다가가고 종종 귀를 댈 작품은 못 된다. 힙합의 하위 장르 중 1990년대 본격적으로 태동한 턴테이블리즘의 한 축을 지지하는 실험적인 컷 앤 페이스트 기법, 음악과 영상을 가리지 않고 뽑아낸 악기와 사람의 소리, 각종 효과음, 스크래칭 등이 난삽하게 얼기설기 뒤엉킨 가운데 몇 번씩 비트 전환을 감행하는 탓에 유쾌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3~4분에 끝을 맺는 일반적인 노래들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긴 러닝타임도 부담을 가하는 요소, 10분이 넘는 곡도 둘이나 차지해 지칠지도 모른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드럼 프로그래밍도 있으나 거기에 춤을 추는 것은 흥에 겨워서 하는 움직임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일, 계획된 퍼포먼스라면 그나마 가능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디제이 섀도우(DJ Shadow) 풍의 극적인 연출이 부각되는 턴테이블리즘에 입각한 구조다.

지케이 후니지가 추구하는 상(像)은 '달리는 人類(인류)' 중 3분 40초 이후에 삽입된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퍼커션이 열을 올리며 달리는 가운데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리듬 때문입니다. 가사는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냥 노래의 리듬이 좋을 뿐이고 가만히 그 리듬을 듣고 있으면 그대로 빨려 들어갑니다”라며 리듬을 찬미하고 그것의 위대함을 강조함으로써 자기 음악의 중심은 노랫말에 있는 게 아니라 반복, 확장되고 때로는 다른 모양으로 돌변하는 리듬에 입각함을 밝힌다. 리듬이 말을 압도하는 내러티브요, 곡에 집중하게 하는 원천인 셈이다.

정형이 없는 박자의 나열은 듣는 이로서는 절대 가볍게 느껴질 수 없는 곡 진행이다. 업 템포의 신나는 전개라 할지라도 정박의 동일한 비트가 아닌 다음에야 두 개 이상의 각기 다른 리듬을 연결하면 혼란스러운 게 지당한 결과다. 마치 지구의 종말이 가까이 왔다는 걸 말하는 듯 내내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트립 합 양식의 '追後(추후)', 이것의 연장선에 놓인 듯 더 어슬어슬한 소리를 길게 늘이는 '밝음의 다른면', 뉴욕의 힙합 프로듀서 블록헤드(Blockhead)의 멜랑콜리 감성이 전면에 부유하는 '넋두리', 지속적으로 반주를 다른 형태로 이끌어가며 남녀의 헤어짐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음향으로 표출하는 'Think On The Parting Of The Ways' 등 상이한 비트의 접합이 계속 이뤄지는 탓에 안락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상 정청(靜聽)이 곤란하다.

1970년대 인기를 끈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섀프트(Shaft)>의 'Theme From Shaft'에서 차용한 듯한 하이햇 연주로 출발하는 'Chapter III'가 수록곡 중 가장 밝은 트랙. 경쾌한 펑크(funk) 비트를 유지하면서 2분이 55초쯤에 동요 '즐겁게 춤을 추다가'의 가사와 영어 대사를 번갈아가며 애드리브를 주는 것이 꽤 흥겹다. 유일하게 환하게 느껴지는 곡이 아닐까 싶다.

대다수가 이 음반을 만만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게 분명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쉼이나 건너뜀 없이 듣는 것만도 고역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어쩌면 있을 것이다. 여유와 기쁨을 주는 음악이 아니라 불편함을 초래한다. 이 뮤지션이 왜 이런 음악을 만들었을까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 제목과 곡의 전개, 각종 효과음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니 편안함과는 먼 거리를 둔다. 하지만, 많은 가수, 프로듀서가 '팔릴 만한' 음악을 만드는 것에 혈안이 된 현재에 작가 개인의 의지와 뜻에 충실한 음반도 아직 나온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힙합이 꽤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턴테이블리즘 영역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도 적고 관심도 적은 신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는 사항도 반길 일이다. 즐겨 듣는 건 어렵더라도 누군가 언젠가는 찾게 될 음악이다.

2009/05 한동윤 (www.izm.co.kr)

by 한솔로 | 2009/05/03 18:06 | 원고의 나열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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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aronSamdi at 2009/05/04 20:47
저 이사람 관심 많아요! 요번에 옛날 가요를 믹스해서 냈던데 가능하시면 그것도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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