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써(Answer) - Rising 원고의 나열

우리나라에서 美 본토에 뒤지지 않을 정통 힙합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도 호들갑스럽게 받아들이거나 기쁨에 겨워 환영할 만한 일은 못 된다. 힙합 듀오 앤써(Answer)는 홍보 문구로 제대로 된 남부 힙합의 모양새를 갖췄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으나 이 역시도 그리 반갑게 느껴질 사항일 수는 없다. 어차피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역사는 곧 모방과 따라 하기의 역사이기 때문, 또 한 편의 외양 탐미에 지나지 않는다.

주되게는 미국의 팝 음악을 본격적으로 수용하고 표습하면서 우리말로 가사를 적은 것일 뿐, 현재까지도 국외에서 유행하는 음악의 틀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스타일을 비슷하게 하려는 행동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이제는 가사마저 한글 반, 영어 반으로 쓰는 양상이 펼쳐지니 '미국 정통의'라는 말은 형식 복제를 스스럼없이 밝히는 것이요, 아직도 모방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기쁜 일은 아니다.

앤써가 지향하는 남부 힙합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음악이다. 근래 몇 년 동안 빌보드 차트를 보면 10위 권 내 적게는 여섯, 많게는 여덟 곡이 힙합과 리듬 앤 블루스일 정도로 흑인 음악의 인기가 대단했다. 그 중 힙합은 거의 남부 힙합이거나 그것의 세례를 받은 클럽 지향의 곡이 대부분, 국내에서도 경향을 받아들여 이들 외에도 많은 힙합 팀이 그것을 흉내 내는 중이다. 그러나 남부 힙합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향락과 유희에 경도된 노랫말, 리듬과 비트만을 강조하는 작법으로 인해 노래의 내용은 점점 가벼워지고 한 번 들어도 집중이 될 반주 만들기에만 급급한 상황이 되었음을 지나칠 수 없다. 또한 이런 음악이 득세함에 따라 다양성이 파괴되어 가는 작금의 사태는 안타깝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것을 자기의 메인 메뉴로 삼겠다는 음악가들이 국내에서도 생긴다는 점, 그리 기쁜 일은 아니다.

부정적인 면은 일단 차치하고 아예 남부 힙합을 따라 하기로 작정한 만큼 외적인 모양새 하나는 꽤 견고한 편이다. 어설프지는 않다. 영인(Young'N)과 쎈(SSen) 두 멤버의 래핑은 적당한 어두움으로 무게감을 두면서도 탄력적인 톤으로 지루하게 들리지 않게끔 음악과 알맞게 조율한다. 요즘 주류나 비주류 할 것 없이 다수가 채택하는 미니멀한 스타일과 부피감 있는 전자음 반복의 비트를 골고루 사용함으로써 여러 가지 차림새를 확보하며 그 각각의 결합이 헐거워 보이지 않아 완성도를 체감 가능하다. 게다가 반주를 제공한 프로듀서가 많은 숫자를 차지함에도 중심이 되는 양식이 확실히 정해져 있어서 비교적 일정한 진행을 보인다.

철썩거리며 몰아붙이는 전자음 루프와 후면에 배치한 합창이 강한 힘을 내뿜는 'Rising'과 극소 편성된 리듬 안에서 단어를 재기 있게 나열하고 플로우를 차지게 가져감으로써 듣는 재미를 선사하는 '숨을뱉uh'는 단단한 남부 랩의 정형을 띤다. 리드 곡으로 낙점된 '낚어'는 초반부에 반복되는 신스 프로그래밍의 유사성으로 릴 웨인(Lil Wayne)의 'Lollipop'이 떠오르는 게 다소 아쉽긴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전개되는 음악과 래핑의 조화가 멋스럽게 느껴진다.

남부 사운드에 대한 애착과 기조가 굳건한 탓에 음악은 무척이나 자극적이고 거세다. 이런 종류의 음악을 광적으로 흠모하는 사람이 아니면 조미료가 과하게 뿌려진 음식을 맛보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 분명하다. 그나마 보컬이 들어간 '이 밤이 가기 전에'와 'Destiny' 같은 노래들이 중화 역할을 하지만, 그마저도 음성이 변형되거나 강한 리듬을 유지하는 탓에 전체적인 순서상에서는 아주 속 편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음악과 양식을 비슷하게 만들려는 수고는 들리는 MSG로 범벅이 된 음반을 완성시켰다.

앤써가 이렇게 남부 힙합의 공식과 작법을 고스란히 옮겨 와서 우리나라 힙합이 어떤 면에서 진일보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힙합의 탄생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의 음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 긍지가 될 수 있겠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을 테다. 결국에는 그들의 음악을 본뜨는 작업이며 추종한다는 얘기 밖에 못 들을 텐데 그럴 바에는 우리의 정서를 표출할 수 있는 요소를 겸비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더구나 남부 힙합은 클럽에서 춤 출 때의 배경음악 정도로 쓰이고 마는 소비성 짙은 장르로 등극한 지 오래다. 구조와 겉모양을 좇다가 정작 내용을 잃어 버리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2009/05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PumpkinJack 2009/05/18 16:45 #

    전 한솔로님의
    DJ Shine의 Right round리뷰를 기대하고있습니다!
  • 작두 2009/05/19 22:37 # 삭제

    글 잘보았습니다.~요즘 너무 힙합음악을 멀리하다 보니 관심이 없어지긴했지만 종종 꺼내듣던 예전의 음악들과는 많이 다른모습으로 다가오네요. 정통 남부힙합이 먼진 모르겠지만 예전 이스트와 웨스트 간의 대립이때가 항상 그립네요ㅋ 과연 앤써라는 그룹이 다음앨범에도 저런컨셉의 음악을 들고 나올지도 의문이구요^^.흐흐. 어쨌던 앤써라는 팀을 주목해봐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Beyond 2009/05/24 16:53 # 삭제

    글 열심히 읽었는데요
    전 우리나라 힙합을 듣다보니까 언젠가부터 듣고 있으면 분위기나 느낌이 다 거기서 거기인것 같아서 오히려 질리고 있는중이었는데 요번에 앤써 노래를 듣고나서 여태 까지 들었던 한국 힙합이랑 느낌이 만이 달라서 정말 좋았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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