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STi), 솔직한 저만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원고의 나열

작년 6월 라는 싱글을 발표하며 직접 손으로 그려 만든 뮤직비디오가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화제를 모은 신인 뮤지션 스티(STi). 힙합 신에서 그의 이름은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작사, 작곡, 프로듀싱, 노래와 랩, 앨범 디자인까지 모든 걸 손수 해결하며 완성한 음반을 한 번 들으면 누구든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다재다능함과 더불어 그의 음악도 무척이나 다채로운데, 무엇보다도 여러 스타일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뚜렷하게 만들어내려는 욕심이 감지됐다. 2월 중순, 앨범 발매를 앞둔 그를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나 보았다.


아직 스티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은 소개 부탁드릴게요.
'그림 그리는 힙합퍼' 스티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열아홉 살부터 음악을 시작했으니 활동한 지는 벌써 8년이 넘었네요. 처음 앨범을 낸 건 21살 때 '266'이라는 그룹이었고요.

'STi'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짓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담긴 건가요?
아, 그게 사실… 정말 뜻이 없어요. (웃음) 학창시절에 회화 수업을 들을 때 영어로 된 이름을 사용하잖아요, 그때 러스티(Rusty)라고 이름을 지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성은 '러(Ru)'고 이름은 '스티(Sty)'라는 식으로 장난스럽게 이야기가 오갔는데 끝 철자를 'y'로 사용하면 발음이 '스타이'로 나니까 'i'로 바꾸게 됐죠.

블랙 바나나(Black Banana)라는 팀으로도 활동하셨다고 들었어요.
일전에 활동했던 266은 과도, AG라는 친구들과 저, 이렇게 셋으로 구성된 팀이었는데 워낙 어렸을 때라서 음반만 발표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기 전에 생각했던 거랑 이후는 완전히 달랐죠. 홍보 같은 것도 어떻게 해야 하는 줄 몰랐고 저희가 무슨 기획사에 소속된 것도 아니었고… 앨범만 내고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활동을 접고 말았죠. 그렇게 흐지부지 끝내고 나서는 보컬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블랙 바나나는 디지털 싱글만 냈는데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여자 래퍼 중에 한음이라는 분과 이번 제 앨범에 피처링을 해준 유리라고 있어요. 요즘 힙합이 거의 남자가 랩을 하고 여자가 후렴을 부르는 식이잖아요, 그런 대개의 경우와 다르게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해서 그 친구들이 랩을 하고 제가 노래와 프로듀싱을 담당했죠. 저한테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친구들한테도 작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스티의 음반을 들어 보니 일반적인 힙합 말고도 일렉트로니카나 재즈의 요소도 담겨 있던데요.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은 어떤 것인가요?
266 이후에 음반이 왜 잘 안됐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홍보나 다른 부수적인 걸 떠나서 저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게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아무런 생각 없이, 힙합을 하니까 단지 강해 보이고 남성적인 걸 좇은 게 아닐까 반성을 했어요. 이번에는 단순히 그런 이미지를 따라가기보다는 자유로움이라든가 솔직한 모습을 이야기하고 제가 직접 겪은 일들을 담고 싶었어요. 또 제 생활이 잘 놀거나 문제를 일으키거나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쪽 가사를 못 써요. (웃음) 보컬 욕심 이후로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했어요. 정확히 어떤 장르를 따진 게 아니라 부분부분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거라지, 록, 오케스트라나 재즈 스타일을 넣기도 한 거죠. 저도 처음에는 댄스, 발라드, 록 이렇게 마구 섞인 음악에는 흥미가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이런 거 좋아할까 그렇게 생각해서 만드는 것 말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거, 내 느낌 위주로 솔직하게 표현을 하려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게 된 것 같아요.

음악이 다채로운 만큼 영향을 준 뮤지션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제이 지(Jay-Z)랑 알 켈리(R. Kelly)를 가장 좋아해요. 둘 다 가사가 너무 맘에 들어요. 영어를 좋아하다 보니 가사가 해석된 걸 찾게 되었고 그러면서 저도 노래 내용을 알려고 해석해 봤는데 주변에 있는 평범한 일인데도 그들이 노랫말을 쓰면 굉장히 새롭게 들려요. <Happy People/U Saved Me> 앨범 중 'Love Street'란 노래에서는 1시를 'love o'clock'이라고 표현하거든요, 그런 신선함이 맘에 들었어요. 알 켈리는 자기가 곡을 직접 다 쓰거든요, 멜로디 표현력이 정말 뛰어난 사람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 뮤지션으로는 서태지를 가장 좋아해요. 가요랑 J-Pop도 많이 좋아하고요.

타이틀인 'Discovery'는 어떤 곡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발견이라는 뜻이잖아요. 지금도 물론 그렇고 그동안 부족한 부분은 많았지만 장점을 부각시켜 나만의 스타일을 찾았다는 내용이에요. 보컬이 노래와 랩의 중간인데 그렇게 하고 싶은 제 자신을 발견한 거죠.

수록곡 중 'Whistle Tonight'의 내용이 참 재밌어요.
인터넷 미니 홈피를 통해서 우연히 한 여자 분의 홈피에 들어가게 됐는데, 후에 그분이랑 대화하면서 생겨난 감정을 노래로 만들어 본 것인데요, 처음에는 밝게 시작하다가 어두워졌다가 후반에 또 랩이 나오면서 반전이 있어요. 인터넷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결국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그런데 약속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아서 '혹시 속은 건 아닐까?' 이런저런 의심을 하는 마음이 극대화된 거죠. 결국엔 그분이 나오셨어요.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랩 파트가 없었을 거예요. (그분이랑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자) 잘 됐어요. (웃음)

세븐이랑 목소리가 비슷한 것 같아요. 수록곡 중 'Crazy'는 제목도 같고 스타일도 클럽튠이라서 그런지 더욱 그렇게 느껴지던데, 세븐과 목소리가 닮았다는 이야기 들으신 적 없으세요?
얼굴은 전혀 아니고요. (웃음) 저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주변에서 그런 말씀을 가끔 하세요. 세븐씨가 기분 나빠하시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작사, 작곡, 믹싱까지 모든 걸 직접 다 했는데 본인은 어떤 파트에 가장 애착이 가는지?
곡을 쓰는 게 저한테는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게 좀 웃긴데, 랩을 등져버리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가사로 자신의 생각을 100% 전달할 수 있는 래퍼들이 많은 반면에 저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였어요. 처음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작곡가를 하고 싶어서였고요, 한때 전업으로 작곡을 할 일이 있기도 했는데 노래는 못하게 하더라고요. 음악을 좋아하니깐 그래도 다 하고 싶어요. 차등을 메긴다면 가사, 녹음 순인데 반대로 녹음이 가장 어렵고 곡 쓰는 게 제일 쉽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럼 화성학을 배우신 건가요?
아뇨, 독학이에요. 뭔가를 정식으로 배운 상태가 아니라서 가끔 희한한 게 나와요. 귀에 들리게만 만든 것이랄까요? 제 홈페이지 주소이기도 한 첫 곡 'www.artisti.co.kr'이랑 'Discovery'의 오케스트레이션 같은 경우는 관현악과에 다니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한테 물어본다거나 정기연주회가 있으면 거기 가서 어떤 식으로 하는지 보고 어림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이렇게 탄생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드럼 찍고 코드가 생기면 거기에 대입하는 거죠. 너무 이상하지 않고 직접 연주가 가능한 범위에서라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해요.

'그림 그리는 힙합퍼'라고 소개하신 것처럼 그림도 잘 그리시고 앨범 디자인이랑 뮤직비디오를 손수 다 했을 만큼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다재다능함을 겸비하신 것 같아요. 음악을 안 했더라면 그쪽에 진로를 뒀을지 궁금하네요.
만약 음악을 안 했더라면 디자인도 손대지 못했을 거예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화가가 꿈이었던 적은 있었어요. 그래서 만화 동아리도 들었는데 두 달 동안 얼굴 구도만 알려주는 거예요, 답답해서 그냥 나와 버렸죠. 그래서 지금도 얼굴 밑으로는 잘 못 그려요. (웃음) 앨범 디자인도 제가 이걸 꼭 해야겠다고 달려든 게 아니라 음악 작업이 안 돼서 그냥 낙서를 하던 중에 (앨범 재킷의) 작은 캐릭터가 완성됐고, 그렇게 그림을 그린 게 여기까지 온 거거든요. 저도 이걸 스스로 해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에요. 부클릿은 외국 음악 잡지를 기본 포맷으로 광고 면이라든지, 기사 본문, 차트 등을 패러디했어요. 뮤직비디오는 한 번 해보니까 더는 엄두가 안나요. 욕심은 디자인 정도까지만 두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어요?
구체적인 일정이 많이 잡힌 상황은 아니에요. 우선은 앨범이 잘 될 수 있도록 활동 많이 해야죠. 제가 카툰을 그리고 있는데 그것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홈페이지에 오시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퓨전 힙합을 하니까 정통 쪽을 좋아하시는 분들한테는 혹여나 안 좋게 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만의 스타일, 진솔한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믿어요.

2008/04 한동윤

<Here Is A Raw Discovery> 앨범 리뷰


덧글

  • Tag 2009/05/22 17:41 #

    일단 discovery 듣고 있는 중인데, 꽤 신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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