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루트 페스타! 퀸 라이브 홀 원고의 나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팔마저 부담스러울 정도로 여름에 맞먹는 고온의 날씨가 계속됐지만, 전날 밤부터 계속 내린 비로 인해 공연 날의 기온 체감지수는 늦가을 한복판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는 이내 클럽 벽에 이슬이 맺힐 것처럼 장내 열기는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퀸 라이브홀 안의 날씨는 여전히 초여름이었다.

홍대 주변으로 해서 인디 음악 신을 형성하고 있는 공연장이 지난 10년간의 인디 음악계 흐름을 읽고 역사를 되짚어 보는 기획으로 마련된 <인디 루트 페스타 - 10년 밴드 10년 클럽>의 두 번째 공연이 5월16일 토요일 신촌 소재 '퀸 라이브 홀'에서 열렸다. 인디 음악 10년 역사와 발 맞춰 퀸 라이브 홀도 10년이 되는 해여서 퀸을 거쳐 간 많은 밴드가 '인디 10년, 퀸 10년'의 기쁨을 나누며 축제의 순간을 함께했다. 그들을 보기 위해 운집한 관중들의 기운으로 인해 본격적인 무대가 열리기도 전부터 이미 퀸은 '핫'했다.

인디 루트 페스타로 마련된 열두 회 공연 중 가장 많은 팀이 출연하는 날이라 대개의 경우보다 꽤 이른 시간인 오후 4시부터 시작됐다. 주류 뮤지션으로 각인된 YB(윤도현 밴드)가 최근 발표한 8집 <공존>의 'Millimicron Bomb'과 'Talk To Me'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도 예전에는 클럽 무대를 많이 가졌다. 라이브 클럽에서 오랜만에 노래를 불러 감회가 새롭다”며 흐뭇한 기분을 드러냈다. '담배 가게 아가씨'와 'Stay Alive', 신보의 타이틀곡 '아직도 널', '깃발' 등을 부르며 관객과 뜨거운 호흡을 맞췄다.

뒤이어 나온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는 팀 이름에 걸맞게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분출했다. 보컬 나폴레옹이 긴 다리를 휘저으며 뛰는 게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시원스럽게 보였다. 게다가 열여덟 어린 나이에 외모까지 귀여운 기타리스트를 소개하는 순간에는 여기저기서 누나들의 환호가 터졌다. 미성년자 멤버의 효과였을까, '웃어', '랄랄라', '그대 곁에' 등을 부른 그들의 퍼포먼스는 왠지 더 왕성한 혈기가 느껴졌다.



본래 이름이었던 워디시를 개명한 '로맨틱 펀치'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그룹의 보컬은 “라인업 상 봤을 때 저희는 쉬어가는 타임인 것 같다”고 말은 했지만, '토요일 밤이 좋아' 등으로 몸을 흔들고 싶게 만들었다. 린킨 파크(Linkin Park)처럼 록에 랩과 디제잉을 접목해 특별한 빛깔을 뽐내는 '스포트라이트'의 현란한 무대와 KT&G 상상마당의 밴드 인큐베이팅 1기 출신인 여성 4인조 록그룹 '스토리셀러'가 'Break'와 이전 이름이었던 블러디 쿠키 시절 발표했던 'Jump' 등을 불렀다. 여성으로만 이뤄진 팀이 현저하게 적은 상황에서 스토리셀러는 남성 못지않은 파워풀함을 과시했다.

수많은 영화음악에 참여하면서 인디 신을 넘어 다수에게 이름을 알린 펑크 밴드 '타카피'의 순서로 공연은 중반에 다다랐지만, 처음과 비교해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클럽 안의 열기는 절대 내려가지 않았다. 2007년 출시한 <Go! On!>의 '달리Go'를 시작으로 그들은 정말이지 무섭게 달렸다. '바다'와 KBS N공식 야구 중계가인 '치고 달려라', 올해 4월 발표한 다섯 번째 앨범 <케세라세라>에 수록된 '나는 뜨겁다'를 부르며 숨 고를 새 없이 가열 찬 펑크의 물결을 일으켰다.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활동하며 인디 신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굳힌 '가이즈', 주변의 모든 사물을 갈아버릴 듯한 막강 파괴력을 발휘한 '크로우', 보컬 이혁의 관능적인 표정과 특유의 손동작, 특유의 개성으로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비주얼 록의 대표주자 '내 귀에 도청장치'와 여러 스타일이 혼합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2년차 밴드 '윈디펑보이즈'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열띤 무대를 만들었다.

이날 무려 열 팀의 공연이 있었다. 출연하는 밴드의 수가 많아서 야외무대에서 며칠 동안 펼쳐지는 대형 록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바깥과 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급격하게 떨어진 온도로 몸이 떨릴 정도였으나 클럽 안은 걸친 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고온이었다. 장장 다섯 시간 반에 달하는 공연이었지만, 뮤지션과 관객의 끈끈한 교감은 피로가 비집고 들어올 틈을 원천 봉쇄했다. 공연 중 크로우의 보컬은 “음악을 하는 밴드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함께 즐기고 에너지를 분출해주는 것도 인디 문화를 발전시키는 힘”이라고 말했다. 그 에너지와 힘이 양쪽에서 터져 '진짜 여름' 같은 행사를 이뤄낸 날이었다.



퀸 라이브 홀 이문식 대표 인터뷰

라이브 클럽 대표와의 두 번째 인터뷰는 퀸 라이브 홀의 이문식 대표다. 퀸은 1999년 오픈해 올해 10년째를 맞이하는 클럽인 만큼, 인디 공연문화의 10년 역사를 함께 써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사단 법인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라음협)의 대표이기도 한 그와 <인디 루트 페스타> 둘째 날 공연이 시작하기 전 클럽 공연과 인디 음악에 대해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 대표로서나 '퀸 라이브 홀'의 대표로서 이렇게 큰 행사를 개최하게 된 소감이 특별할 것 같습니다.
남다를 건 없고 저희 협회에서 10년 이상 인디 음악 신이 만들어진 것을 조명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해야겠죠. 이러한 신이 형성이 된 게 실제로는 14년 이상 되었다고 해요. 이제는 이런 행사를 만들 때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협회가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었지만, 한때 클럽들이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고 6, 7년 전에는 남아 있는 클럽이 6개에 불과했어요. 그때는 뜻이 있는 사람이 적었고 초기에는 남은 사람들의 친목 모임 정도였어요. 현재는 클럽도 많아지고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고 봐요. 저희 클럽 퀸이 생긴 지 10주년이니 그건 남다를 게 있겠네요. (웃음)

클럽의 역사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워낙 방대해서. (웃음) 1999년 1월에 저희 클럽을 만들었어요. 원래는 이대 정문 쪽에 있었는데 장소를 옮긴 게 2002년 1월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문 연지 10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속된 팀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있는 밴드는 없어요. 어느 순간 보니 '어떤 그룹의 어떤 팬만 있는' 이상한 상태로 전락해 버린 것 같아 작년 12월부로 다 정리했거든요. 그전에는 내 귀에 도청장치, 이브(Eve), 네미시스(Nemesis), 가이즈(Guyz), 라비디떼(L'Avidite), 크로우(Crow), 골드러쉬(Goldrush), 이모티콘(Emoticon), 에어백(Airbag) 등이 있었어요. 재즈 하는 그룹도 3팀 있었고요. 제작한 음반은 26장이에요. 이렇게 앨범을 만들어 왔지만,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음반 제작, 밴드 육성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인 것 같아요. 음악하고 공연하는 문화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잘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 과정에 밴드를 지원하고 음반을 만드는 게 있는 것이지 이것을 목적에 두면 100% 망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음반 제작만을 목표로 두고 음악을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클럽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클럽에 놀러오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음악과 공연을 좋아해서 오는 사람들이에요.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이르기까지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점이고 그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보람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의 관점은 음악, 밴드, 공연 중심이에요. 그것을 보고 좋다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학업을 마치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도 추억해요. 그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면 저에게는 그만큼 보람된 일이 없죠.

음악, 공연 문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시면서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저번에도 한 번 얘기한 적 있는데 문화성장을 위해서는 관객 입장료로 성공하겠다는 마인드를 버려야 해요. 아무리 퀄리티가 높고 훌륭한 공연이라고 해도 가격대가 높아서는 절대 대중에게 가까워 질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 가격대는 철저하게 식대보다 많이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많은 사람이 자주 볼 수 있는 공연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획하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밴드를 위해서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열정, 보람, 의미의 성취도를 갖게끔 해주는 게 중요하지 단순히 성공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시작해서는 곤란할 것 같아요.

퀸라이브홀이 다른 클럽과 차별되는 부분이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글쎄요, 예전에는 조금씩 달리 하는 게 있었는데 요즘은 워낙 정보가 공유되어서 거의 다 비슷해졌어요. 다른 클럽들은 대부분 홍대 쪽에 있는데 우리만 이대에 있으니 위치만 다른 정도? (웃음) 이런 공연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가격대, 공연 비용 등이 중요해요. 10대가 안 들어오는 구조에서는 성공할 수 없거든요. 중학생 용돈을 기준으로 해서 한 달 차비나 핸드폰 요금 이런 것 따지면 남는 돈이 4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상 쓰면 공연 볼 생각은 하지 말라는 얘기가 되는 거예요. 그러려면 식대는 1~2천 원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홍대보다는 이대 쪽에 그런 가격의 먹자골목이 잘 형성되어 있으니 위치가 좋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공연장에 와서 티켓을 끊고 남는 시간에 무언가를 구경하고 쇼핑하고 이런저런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이대가 가장 적합했다고 생각해요.

인디 음악, 공연을 좋아하는 음악 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입장료를 내고 즐기러 온 것인 만큼 기획자나 밴드는 스스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봐요. 그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출연진이나 기획자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건 안 돼요. 중요한 시간을 할애해가며 돈을 쓰고 있는데 그들을 위해 좋은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 공연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라이브 음악문화 발전 협회

2009/05 한동윤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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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행사는 6월 20일까지 매주 금, 토요일 홍대, 신촌, 이대 인근의 클럽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