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nem - Relapse 원고의 나열

1999년부터 발표한 세 장의 앨범으로 힙합 신을 넘어 팝 음악의 슈퍼스타로 급성장한 에미넴(Eminem)이었지만, 최근 5년간은 예전만큼 강렬하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거듭되는 어머니와의 불화와 다툼은 이제 팬들에게도 물릴 떡밥이었고 그의 래핑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서 추종하던 세력들마저 하나 둘 떨어져 나가게 했다. 주류 음악계에 입성한 이후 빠른 속도로 쌓아 온 과업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에미넴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도 초창기의 활력 넘치는 래핑을 못 보여주고 있다는 걸 실감했는지 직접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프로듀서로서 음악 활동을 지속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가 설립한 레이블 섀이디 레코드(Shady Records)에서 나온 작품 중 성공한 것은 피프티 센트(50 Cent)의 앨범이 전부, 다른 선수들은 죄다 2군 감이었다. 게다가 실무나 총감독으로서 이름만 들이는 게 컸을 뿐 지금까지 프로듀서로 자기 색이 뚜렷한 작품을 보여주지 못한 그였기에 이 일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랩도, 프로듀싱도 모든 게 미적지근했다.

설상가상으로 삶까지 피폐했다. 실력이 밑받침되어 있었기에 성공 가능했겠지만, 단숨에 얻은 스타덤은 그의 피로를 증가시키기에 충분했다. 그가 주도해서 만든 공연인 <앵거 매니지먼트 투어(Anger Management Tour)>의 2005년 행사는 탈진과 수면제 중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정을 축소해야 했다. 이듬해 11주 동안 지속된 아내 킴벌리 스콧(Kimberly Scott)과의 재혼과 이혼, 절친한 동네 친구이자 동료인 래퍼 프루프(Proof)의 사망 사건까지, 음악은 잘되지 않았고 약과 음주의 점철로 말미암아 생활은 점점 메말라 갔다. 미지근하지 않고 확실한 건 각박한 인생사가 전부였다.

이쯤 되면 음악으로 회귀하는 게 일면 당연하다. 제작을 맡든 마이크를 들든, 이 결과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간에 고달픈 나날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대부분은 위험 요소가 감지되거나 불안함이 느껴지는 것보다는 익숙하고 자신 있는 것을 고른다. 그도 애매하고 그래서 어쩌면 더 절박했을 갈림길에서 결국에는 다시 랩으로 들어섰다. 그가 겪은 아픔과 그동안 품었을 랩에 대한 욕구를 표명하듯 <Encore> 이후 4년 반 만에 내는 솔로 신작의 제목 또한 '재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감'이라는 뜻의 'relapse'로 지었다.

알약을 이용해 자신의 얼굴을 모자이크로 만든 그림과 함께 적힌 처방전으로 이뤄진 앨범 재킷이 일단 시선을 사로잡는다. 의사와 상담하던 중 다중 자아를 가진 그가 환영을 보고 소스라치는 첫 곡 'Dr. West'나 정신 안정제를 복용하던 어머니 때문에 자기도 지금 그 꼴이라며 한탄하는 'My Mom', 약의 힘을 빌려 다른 세상을 만나고 또 다른 자신을 형성하는 'Medicine Ball', 짤막한 삽입곡들은 약물 과용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얼마 전까지의 모습과 앨범이 내세우려고 하는 콘셉트와 어느 정도 부합한다. 하지만, 다른 곡에서는 세상이 온통 밉게 보이는 염세주의자가 내뿜을 법한 이유 없는 힐난과 무차별적인 생떼만 드러난다.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제시카 심슨(Jessica Simpson), 존 메이어(John Mayer), 제니퍼 애니스톤(Jennifer Aniston) 등 유명 연예인들을 희화한 뮤직비디오로 화제가 된 두 번째 싱글 'We Made You'는 에미넴 특유의 공격성과 재치를 다시금 만끽할 수 있는 노래이지만, 이 이상의 감동이 느껴질 리 만무하다. 행진곡풍의 비트와 이를 이끄는 피아노 루프의 경쾌함 사이를 흐르는 하이 톤의 래핑, 풍자와 빈정댐으로 느낄 대리만족 말고는 만족스러운 요소는 없다. 다른 수록곡에서도 다른 가수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장난치고 격한 비유의 발판을 삼기에 바쁘다.

앨범에 스며든 정서는 물론 래핑 자체도 어중간하다. 비교적 느린 비트의 반주가 많아서 속도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했겠지만, 반주에 자신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그것을 놀이터인양 활보하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자신의 최대 장점을 과시하지 못하는 상태다. 5년에 달하는 긴 휴지 뒤에 내는 슈퍼스타의 앨범이라 팬들은 무척 반가움이 클 것이다.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즉위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5월 말 현재, 미국에서만 60만 장 이상의 판매를 올렸다. 그러나 이 맹진은 빨리 힘을 잃을 것이 뻔하다. 특출나거나 명쾌한 한 방도 없고 예전의 기량도 나타나지 않는 반승반속의 작품이 예비한 시련이다.

2009/05 한동윤 (www.izm.co.kr)


덧글

  • 오리지날U 2009/06/04 12:50 #

    흠.. 에미넴.. 일단 한 번 들어보고 나서 앨범을 사던가 해야겠습니다.
  • Tag 2009/06/04 13:11 #

    음...이미 듣고 있었는데...처음에는 반가워서 열심히 들었는데 한 달 만에 제 콜렉팅에서 빼게 되더라고요. - _-
  • 공갈 2009/06/04 16:36 #

    앨범도 냈고, MTV에선 자작극도 벌여가며 홍보좀 해보려 했는데
    둘 다 어설픈 결과물....
  • SilverRuin 2009/06/04 18:10 #

    살까 했는데 힘이 없다니, 고민되기 시작하네요 ㅠㅠ
  • 간달프 2009/06/04 19:39 #

    그러니까 게이를 함부로 무시하면 안된다니까요......
    (엘튼존이랑 공연은 어떻게 했나 모르겠네)
  • 국화 2009/06/04 21:37 #

    아 저 재킷이 알약을 모은거였군요 ! 저는 사진을 모은줄..
  • 2009/06/05 11: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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